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목해 온 배터리 스타트업 목시온파워가 폐업했습니다.
2020년 설립된 목시온파워는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을 주력으로 하던 스타트업입니다. 2022년 아마존 산하 영화·드라마 제작사 아마존 MGM 스튜디오와 제휴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7일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목시온파워가 현재까지 조달한 금액은 1억 2,410만 달러(약 1,710억원)에 달합니다. 아마존 기후서약기금과 MS 기후혁신기금 등이 주요 투자자에 포함됐습니다.
배터리 분야 투자전문 사모펀드(PEF)인 우리나라 브릭스캐피탈매니지먼트도 2023년 1월 초 목시온파워에 투자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목시온파워는 돌연 폐업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은 자금조달 실패 때문이라고 밝힌 상황입니다.
목시온파워 “폐업 외 선택의 여지 없어” ⚠️
지난달 29일 미국 현지매체 샌프란시스코게이트(SFGate)에 따르면, 목시온파워는 이메일을 통해 248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폐업을 통보했습니다.
이메일에서 폴 훌스캠프 목시온파워 최고경영자(CEO)는 “목시온파워가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했고 오늘부터 문을 닫는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제3자에게 매각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측은 직원들의 해고수당 지급 가능 여부도 밝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캘리포니아주 기업은 대량 해고에 앞서 2개월 전 사전 공지를 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해고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공급업체 또한 무기한 지불 보류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시온파워의 자금난은 지난 6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6월 사측이 1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였습니다. 이어 지난달 19일 목시온파워는 서한을 통해 거의 모든 직원에게 휴직을 통보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신규 자금을 유치하려고 노력했으나 6월 중순 협상이 결렬되며 이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사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신규 자금조달에 실패할 경우 운영을 중단하고 시설을 폐쇄하는 절차를 시작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자금조달 노력 또한 “현재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폐업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후 약 열흘 뒤 목시온파워는 결국 폐업을 선언합니다.
아마존·MS 주목한 스타트업 몰락에 업계 충격 💥
목시온파워의 폐업 소식에 기후테크 업계은 충격도 큽니다. 많은 이가 링크드인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앞서 목시온파워가 굵직한 성과들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목시온파워의 주력 상품은 이동식 ESS입니다. 전원 공급이 가능해 건설·공연·촬영·재난 현장 등에서 디젤 발전기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사업 분야와 모델이 명확한 만큼 성장도 빨랐습니다. 2022년 영국 최대 장비대여 기업 선벨트렌탈과 다년 계약을 체결하고 시리즈 B 투자를 통해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조달합니다.
이듬해(2023년) 5월에는 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공장 건설에 착공했습니다. 착공식에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참석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올해 2월에는 목시온파워가 2억 달러(약 2,75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 조달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측은 15억 달러(약 2조원)의 기업가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년 만에 자금난, 무분별한 시설 확장 때문? 🏗️
어떤 이유로 자금 고갈과 폐업으로 이어졌는지 목시온파워 측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훌스캠프 CEO는 “많은 사람들이 어쩌다 현 상황이 됐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나도 간단한 답이 있길 바란다”며 설명을 회피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前)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게시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량 해고가 발표됐던 지난 6월 미국 컴퓨터·IT 분야 토론웹사이트 해커뉴스에는 목시온파워의 상황을 분석한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목시온파워의 전 직원이라 주장한 그는 사측이 “확장에 너무 열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생산된 수백 개의 ESS조차 팔리지 않는데 왜 그렇게 확장에 열중하는지 모르겠다”며 “회사 자금의 대부분이 신규 공장 건설에 쓰였다고 본다”고 작성자는 주장했습니다.
사측이 마지막까지도 신규 공장 확장에 열중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지난 7월 초에는 목시온이 대량 해고 직후에도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현지매체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당시 현장 노동자는 건설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00여명의 해고 대상에서 공장 건설 관련 인력 또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최근 신규 공장 확장에 발목 잡힌 기후테크 스타트업, 목시온파워뿐만 아니었다?
“AI 열풍 스타트업 자금난 가려”…‘제2의 목시온’ 경고 💰
한편, 이같은 자금난은 비단 목시온파워만의 문제는 아니란 지적도 나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점점 더 많은 스타트업이 목시온파워처럼 자금조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난 2일 밝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침체로 자금조달 단계 사이에 걸리는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것이 기관의 분석입니다.
피치북에 의하면, 2024년 2분기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단계 간격은 평균 1.61년(19개월)이었습니다. 투자가 활발했던 2022년 3분기에 평균 1.25년(15개월)이었던 것과 비교됩니다.
따라서 피치북은 “목시온파워의 실패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이 이같은 위기 상황을 가리고 있다고 피치북은 경고했습니다.
산업군을 막론하고 스타트업 전반에서 자금조달 문제가 심각하지만, 업계의 이목은 AI 투자에만 쏠리다 보니 현 상황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단 뜻입니다.
앞서 미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 또한 올해 상반기(1~6월) 기후테크 투자가 감소했단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또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시리즈 B 자금 조달에 걸리는 시간이 2021년과 비교해 약 2.5배 더 길어졌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대다수가 시리즈 A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기관은 경고했습니다.
이에 미국 벤처캐피털(VC) 사파이어벤처스의 라지브 담 파트너는 “AI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점하면서 그들(비 AI 스타트업)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