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설계자, 청정에너지 마셜플랜 제안…“美·개도국·기후대응 윈윈윈 전략”

해리스 부통령 대선 공약에선 빠져…실현 가능성 낮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현(現)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측 경제고문이 차기 경제정책으로 ‘청정에너지 마셜플랜’ 시행을 제안했습니다.

브라이언 디스 전(前)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국제관계 평론지 포린어페어스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고글을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게재했습니다. 그는 현재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정책 고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디스 고문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주요 설계자입니다.

그의 제안은 미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청정에너지 구입 자금을 대출함으로써 세계 기후대응을 가속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서유럽 재건을 원조한 ‘마셜플랜’을 차용한 것입니다. 마셜플랜은 ▲유럽 재건 ▲미국산 상품 수요 창출 ▲글로벌 리더십 확보 등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제안이 해리스의 대선 공약에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디스 고문의 제안에 대해서 해리스 대선 캠프는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청정에너지 마셜플랜이란? “윈윈윈 기후·산업 전략” 📜

“미국은 전후 시기로부터 교훈을 얻어 새로운 마셜플랜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에는 청정에너지로의 세계적 전환을 위해서다.”

디스 고문은 마셜플랜이 자선사업이 아닌 산업 전략이었단 점을 짚었습니다.

4년간 마셜플랜을 통해 미국은 130억 달러를 서유럽에 원조했습니다. 현재 가치로는 2,000억 달러(약 267조원)에 달합니다. 대부분은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할인하는 보조금 형태였습니다.

그 결과, 마셜플랜 예산의 70%가량이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데 사용됐습니다.

디스 고문이 제안한 청정에너지 마셜플랜의 구상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는 이를 통해 ▲배터리 ▲원자력 에너지 ▲지열에너지 ▲핵심광물 등 미국 탈탄소 기술 채택을 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돕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도울 기회”라는 것이 디스 고문의 설명입니다. 미국 기업·미국 국민·세계 기후대응을 모두 도울 수 있는 윈윈윈 전략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청정에너지 마셜플랜
▲ 1950년대 마셜플랜 시행 당시 미국의 원조 물자가 배에 실리는 모습. 미국은 유럽 원조를 통해 미국산 상품의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를 얻었다. ©The U.S. National Archives

청정에너지금융청 신설, 단 민간재원 중심으로 💰

디스 고문은 기존 미국 정부의 해외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지원이 느릴뿐더러, 대상도 한정적이란 점을 짚었습니다.

따라서 디스 고문은 “더 크면서도 민첩한 기관의 설립”을 주문했습니다. 이른바 ‘청정에너지금융청( Clean Energy Finance Authority)’ 신설이 제안됐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빠른 행정 처리를 강조했습니다. “해외 공무원들은 농담조로 미국이 조건을 100페이지나 제시할 때 중국은 백지 수표를 제시한다고 말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디스 고문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대출프로그램사무소(LPO)를 참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사무소는 지난 2년간 11개 기업에 180억 달러(약 24조원)의 투자를 승인했습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또 기존의 중저소득국 중심에서 신흥국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채권 발행권 등 다양한 금융 수단도 활용 가능해야 합니다. 외국 자본과의 혼합금융이나 보험·보증 결합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민간재원의 역할이 강조됐습니다.

그는 “정부가 재원의 10%만을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재원은 자본·부채·신용 등 기타 형태의 자금조달로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950년대 마셜플랜의 예산 중 90%가 정부 보조금이었던 것과 정반대입니다.

디스 고문은 민간을 중심으로 경쟁과 대규모 투자를 장려함으로써 더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똑똑한’ 무역 정책 강조…’탄소세’ 도입 암시 ⚖️

통상규제 기조에 대한 제언도 담겼습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청정에너지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반(反)덤핑·상계관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중국 무역장벽을 세우는 방식입니다.

디스 고문은 이같은 배제적 접근방식이 “실행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미국을 고립되고 취약하게 만든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오히려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보다 적극적인 무역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무역을 확대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 대신 수입 물품에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유사합니다. 앞서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시에 디스 고문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협력할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이 COP28에서 연설하는 모습. 당시 의장국 아랍에미리트는 총회 개막식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과 함께 1억 달러 지원을 약속해 화제가 됐다. ©UNFCCC, Flickr

“中·UAE에 뒤쳐질 수도” 美 기후 리더십 회복 촉구 🌐

한편, 미국이 하루빨리 나서지 않으면 기후리더십을 다른 국가에 뺏길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중국이 이미 유사한 정책을 고려 중이란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디스 고문은 “중국 일부 지도자들은 (일대일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마셜플랜 스타일의 접근방식을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국의 금융 포럼에서 유사한 아이디어가 이미 제시된 바 있습니다. 당시 황이핑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 마셜플랜을 배워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입니다.

개도국의 녹색전환을 지원함으로써 중국산 청정에너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대외영향력을 강화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디스 고문은 또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기후리더십에 적극적인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작년 신흥시장의 탈탄소 기술 확장을 위해 대규모 자금지원을 제안한 것이 미국이 아닌 UAE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당시 손실과 피해 기금에 1억 달러 출연 약속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미국의 리더십 실패이자 경제적 기회 상실”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산화 이은 수출 전략, ‘IRA 2.0’ 실현 가능성은? 🤔

청정에너지 마셜플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IRA 정책 다음으로는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자금으로 청정에너지 국산화에 성공한 다음, 이를 해외 시장에 판매한다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IRA 2.0’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IRA로 인한 부작용을 결자해지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IRA의 주요 특징은 자국우선주의입니다. 이는 주요국의 녹색보호무역 기조 아래 더 강화됐습니다. EU·일본 등은 자국판 IRA를 잇달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한편, 디스 고문은 청정에너지 마셜플랜이 IRA로 인해 불편해진 국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마셜플랜이 그러했듯 미국에 대한 호의를 구축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오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도 청정에너지 마셜플랜의 실행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의 데이비드 하트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2가지 이유를 밝혔습니다.

첫째, 미국의 현재 리더십이 1948년 마셜플랜 당시와는 다릅니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전후 피해가 극심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란 체제 경쟁이 확고했습니다.

둘째, 청정에너지 기술에서 중국이 이미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태양광·배터리·전기자동차가 대표적입니다.

하트 교수는 미국 내에서 이같은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난 16일 발표된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에 청정에너지 마셜플랜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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