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억 달러(약 108조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일인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까지 발표된 여러 기후투자와 기금을 모두 합친 액수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라 만들어진 기후기금은 총 6개입니다. ①손실과 피해 기금 ②녹색기후기금(GCF) ③적응기금 ④특별기후변화기금(SCCF) ⑤최빈개도국(LDC) 기금 ⑥지구환경기금(GEF) 등입니다.
기금별 재원 조달방식이나 수혜국 등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COP28에서는 지구환경기금을 제외한 모든 기금에 각국의 출연 약속이 잇따랐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COP28에서 각국이 주요 기후기금에 출연을 약속한 액수는 46억 4,470만 달러(약 6조원)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각 기금에 구체적으로 얼마가 모였을까요?
1️⃣ 손실과 피해 기금|기후총회서 각국 정부 총 7.9억 달러 출연 약속 💸
먼저 COP28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손실과 피해 기금에 각국이 공여를 약속한 액수는 7억 9,200만 달러(약 1조 327억원)에 이릅니다. 단, 현재까지 모인 손실과 피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실제 금액의 0.2%에 불과합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고통 받는 개도국에게 선진국이 지원하는 자금을 뜻합니다.
국제사회는 작년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금 및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준비위원회가 꾸려져 5차례에 걸쳐 기금의 운용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당초 준비위가 내놓은 권고안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치열한 격론이 예상됐으나, COP28 개막일(11월 30일)에 맞춰 기금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다른 기후기금과 달리 ‘강제성’이 없습니다. 합의문에는 기금 조달 방식으로 선진국이 당사국에게 지원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고 기타 당사국에게 자발적 지원을 ‘독려’하기로 했습니다. 공공 및 민간부문 또한 손실과 피해 기금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일단 초기재원은 선진국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의 초기 재원 조성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가장 많은 액수를 약속한 국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입니다. 두 국가는 각각 1억 8,090만 달러(약 2,359억원)를 약속했습니다.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독일도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공여를 약속했습니다. 유럽연합(EU) 또한 2,710만 달러(약 353억원)를 내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일본도 각각 1,750만 달러(약 227억원)과 1,000만 달러(약 129억원)를 공여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5,100만 달러(약 660억원)과 캐나다 1,180만 달러 (약 153억원) 또한 손실과 피해 기금에 공여를 약속했습니다.
+ 한국은 손실과 피해 기금에 출연하나?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9일 COP28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기후재원 논의에 있어서 공적자금 및 민간재원 참여 확대가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허나, 한국 정부는 COP28 폐막식까지 별도의 기금 공여 약속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장관은 “재정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손실과 피해 기금|재원 출연시기·추가 세부사항 불투명은 우려 🚨
COP28에서 각국이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에 약속한 출연액이 실제로 집행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재원 출연 시기가 불투명할뿐더러, 추가 세부사항을 공개한 국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1,750만 달러를 약속한 미국의 경우 미 의회로부터 기금을 승인받아야만 집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 의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손실과 피해 기금을 비롯한 모든 기후금융의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5,100만 달러)과 캐나다(1,180만 달러)의 경우 지난해 약속한 출연액을 되풀이했단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영국은 기존에 개도국에게 지원하기로 했던 기후금융 예산안에서 이름만 바꿔 손실과 피해 기금에 공여를 약속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출연액이 실제 개도국이 필요한 금액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비영리단체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기후변화로 인해 개도국들이 해마다 겪는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이 4,000억 달러(약 530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손실과 피해 기금 약속한 출연액과 비교해 0.2%에 불과하단 것이 단체의 지적입니다.
🔺 손실과 피해 기금|세계은행 총재, 3개월 안에 기금 가동 시사 🏦
손실과 피해 기금은 향후 4년간 세계은행이 임시로 기금과 사무국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COP28 폐막일로부터 8개월 이내 전제 조건 충족 여부를 기금 이사회가 확인한 후에 업무를 개시한단 구상입니다.
이사회는 선진국(12개국)과 개도국(14개국) 대표단으로 구성된 26명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전제 조건이란 ▲손실과 피해 기금 운영규칙이 세계은행 정책보다 우선 ▲모든 개도국이 기금에 직접 접근 가능 ▲UNFCCC 당사국총회(COP) 등의 지침 준수 여부 등입니다.
세계은행은 일찍이 손실과 피해 기금 운영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이에 대해 개도국들은 미국 등 주요 출자국의 입김이 세다는 점과 그간 유치한 기금 관리에서 높은 운영 수수료를 매겼단 점에서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이르면 3개월 안에 기금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이 필요한 수혜국의 범위도 이때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손실과 피해 기술지원을 위한 ‘산티아고 네트워크’ 사무국으로는 유엔재난위험경감기구(UNDRR)와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의 컨소시엄이 지정됐습니다.
산티아고 네트워크는 기후취약국의 손실과 피해를 방지 및 최소화 등을 위해 조직·기관·협력체계와 전문가들의 기술적 지원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그간 사무국에 카리브개발은행(CDB)의 포함 여부를 놓고 개도국 모임인 77그룹(G77)과 중국이 마찰을 빚어 왔습니다.
일단 사무국은 파리협정당사국총회(CMA)와 당사국총회의 공동 관할 아래 두기로 했습니다.
2️⃣ 녹색기후기금|미국·호주 등 6개국 COP28서 35억 달러 공여 약속 😮
녹색기후기금(GCF)은 COP28에서 6개국으로부터 약 35억 달러(약 4조 5,6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여를 약속받았습니다.
2010년 설립된 GCF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90개 GCF 회원국으로부터 재원 공여를 약속받는 절차로 재원을 조달합니다.
올해 10월 열린 ‘2차 재원보충(GCF-2)’에서 25개국이 93억 달러(약 12조 5,500억원)를 조성한 바 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3억 달러(약 4,050억원)를 약속했습니다.
COP28에서 ▲포르투갈(430만 달러) ▲스위스(1억 3,800만 달러) ▲에스토니아(110만 달러) ▲이탈리아(3억 2,410만 달러) ▲호주(3,380만 달러) ▲미국(30억 달러) 등 6개국이 GCF에 공여를 약속했습니다.
호주의 경우 올해 GCF 재가입 후 약속한 출연액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전(前) 총리 시절인 2018년 호주 정부는 GCF의 방향과 전략이 명확하지 않단 이유로 기금에서 탈퇴한 바 있습니다.
미국 또한 2차 재원보충에 공여가 어렵단 입장에서 선회해 출연액을 약속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단, 손실과 피해 기금과 마찬가지로 미 의회 하원에서 거부당할 여지가 큽니다.
더욱이 로이터통신 보도에 의하면, 2024년 대통령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은 GCF에 한 출연 약속을 없던 일로 만들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단 점도 우려됩니다.
일단 GCF가 올해 모은 재원 규모만 128억 달러(약 16조 6,900억원)에 달합니다.
마팔다 두아르테 GCF 사무총장은 “128억 달러는 기록적인 재원조달 액수”라며 “가장 필요한 곳에서 변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 적응기금|14개국 1.8억 달러 추가 약속…“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 😢
적응기금(AF)은 말 그대로 기후적응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2001년 설립됐습니다. 다자간개발은행 등을 거치지 않고 개도국이라면 모두 자금을 받을 수 있단 것이 특징입니다. 또 개인을 비롯한 민간부문도 기부할 수 있습니다.
적응기금 사무국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164개 기후적응 및 기후회복력 프로젝트에 10억 달러 이상을 집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525개 조기경보시스템 설치, 63만 5,000㏊(헥타르) 이상의 자연서식지 복원 등의 사업이 포함됩니다.
COP28 전까지 적응기금의 26개국으로부터 받은 누적 기부금은 13억 달러(약 1조 6,950억원)입니다. 한국 정부 또한 작년 COP27을 계기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36억 원의 공여액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올해 COP28에서 적응기금에 14개국이 약속한 추가 공여액은 1억 8,770만 달러(약 2,447억원)에 달합니다.
단, 적응기금 사무국은 COP28에서 추가 공여를 약속한 14개국 중 덴마크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다년간의 서약의 일환으로 공여액을 납부했다고 덧붙습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가 약속한 93만 2,000달러(약 12억원) 또한 포함됩니다.
수요에 비해 적응기금에 대한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단 것이 사무국의 설명입니다. 당초 적응기금 사무국이 2023년 목표로 했던 기금액은 3억 달러입니다.
4️⃣ 특별기후변화기금·최빈개도국기금|COP28서 출연 약속받아 💰
적응기금과 마찬가지로 2001년 설립된 특별기후변화기금(SCCF)과 최빈개도국(LDC) 기금.
두 기금 모두 지구환경기금(GCF)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별기후변화기금은 개도국 기후적응과 함께 기술이전이나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크게 아프리카와 아시아, 군소도서국을 중심으로 기금을 지원합니다.
최빈개도국기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46개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적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별기후변화기금과 최빈개도국기금은 COP28에서 각국 정부로부터 각각 3,100만 달러(약 404억원)와 1억 2,900만 달러(약 1,682억원)의 출연액을 약속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