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 공급과잉 문제가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습니다.
특히, 최근 내수 시장 침체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대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국과 주요국의 통상갈등은 더 첨예한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대(對)중국 조치 강화가 한국 수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21일 한국무역협회(무협)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구원은 “중국의 공급과잉과 주요국의 대응조치로 인한 통상환경이 우리나라 수출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를 주문했습니다.
中 전기차·배터리·태양광 공급과잉 현황은? 🇨🇳
연구원은 주요 중국발 공급과잉 품목 5가지를 선정했습니다.
①철강 ②석유화학 ③전기차 ④배터리 ⑤태양광 순입니다.
이중 철강·석유화학은 오랜 기간 공급과잉 문제를 겪어 왔습니다. 일례로 부동산 수요 침체 여파로 중국 기업들이 저가 철강 수출을 확대하자 세계 주요 철강 기업 상당수가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인도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 수출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며 자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최근 주목할 점은 중국발 공급과잉 품목에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이 추가됐다는 것입니다.
연구원은 그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육성정책을 짚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을 ‘3대 신산업’으로 지정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설명입니다.
그 결과, 3개 품목 모두 중국 생산용량이 자국 내수 시장 수요를 크게 초과했습니다. 배터리와 태양광은 중국 생산용량만으로도 글로벌 시장 수요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전기차
중국 전기차 산업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14년간(2009~2022년) 중국 정부가 지급한 전기차 보조금은 1,730억 달러(약 231조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지난해 자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전면 폐지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수출 확대에 나서며 글로벌 경쟁은 심화됩니다. 중국산 전기차 수출은 2020년 22만 대에서 2023년 120만 대로 연평균 75% 성장했습니다.
연구진은 2024년을 기점으로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과잉이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 배터리
2023년 중국 배터리 생산량은 1.07TWh(테라와트시)로 파악됩니다.
전 세계 배터리 수요 0.95TWh를 충족하고도 남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아이오닉5(롱레인지 모델 기준) 156만 대 분량의 배터리가 초과 공급된 것과 같다고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이로 인해 2024년·2025년에도 전 세계 배터리 과잉공급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2024년 배터리 생산용량 4.1TWh, 예상수요는 1.3TWh로 추정됐습니다. 2025년에도 생산용량 5.8Wh, 예상수요 1.6TWh로 수요 대비 3배 이상 과잉공급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태양광
2023년 기준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1,012GW(기가와트)에 달합니다. 자국 태양광 패널 설치량(240GW)과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413GW)을 합쳐도 상회하는 규모입니다.
같은해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투자한 금액만 1,300억 달러(약 173조원)로 파악됩니다.
올해 중국의 모듈 생산능력은 1,405GW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같은기간 중국과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255GW와 511GW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도 예정돼 있습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 2024년 로드맵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올해 태양광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생산량을 50% 늘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장보호 나선 美·EU…中 강력 보복조치 시사 💸
중국발 공급과잉이 커지자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은 대응 조치를 강화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중국 반(反)덤핑·상계관세 조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무역법 301조 관세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타국의 무역장벽이 확인되면 각종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안보 법률입니다.
지난 5월에는 301조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광물 ▲태양전지 ▲항구 크레인 ▲의료제품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했습니다.
EU 또한 전기차를 시작으로 대중국 반덤핑·상계관세를 확대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중국산 바이오디젤에 상계관세를 잠정 부과했습니다. 이외에도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등에 대해서도 반덤핑·부당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단, EU의 경우 최근 전기차 관세율 조정에 나서면서 중국에 협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중국 또한 미국·EU산 수입 품목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미국산 농축산물과 EU산 고급 자동차·주류 등이 보복관세 대상으로 언급돼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4월에 관세법을 제정해 보복관세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관세법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고래 싸움 낀 韓, “공급망 리스크 대비 필요” 🦐
연구원은 대중국 제재로 한국이 일부 반사이익을 얻는 동시에 공급망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실증분석 결과,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부문에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존재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1% 인상될 때, 전기차는 약 0.15% 수입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터리와 태양광은 각각 0.4%씩 한국 기업의 수입이 늘어났습니다.
EU의 경우 한국 전기차 산업의 수혜가 기대됐습니다.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높은 EU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단, 연구원은 대중국 무역장벽 확산이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미국은 특정국이 아닌 모든 수입산 제품에 무역장벽을 발동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거 미국은 중국산 철강 유입을 막고자 2002년 세이프가드 조치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두 조치 모두 특정국이 아닌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현재 활용되는 301조 및 반덤핑·상계관세가 중국 등 특정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다릅니다.
이정아 무협 수석연구원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이러한 조치가 발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 기업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