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주요 필수 원자재의 생산이 취약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되더라도 일부 원자재는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9가지 주요 원자재 리스크’ 보고서를 지난 5월 발간했습니다. 국문편은 8월에 공개됐습니다.
PwC는 “일부 원자재의 경우 기존에는 (기후)리스크가 거의 없는 수준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원자재 공급 중단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원자재 생산에 있어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한다고 기관은 제언했습니다.
핵심광물 등 9개 원자재 생산지, 기후리스크 노출 ↑ 📈
14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PwC는 세계 경제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필수 원자재 9개를 선정해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조사했습니다.
①철 ②아연 ③알루미늄 ④코발트 ⑤구리 ⑥리튬 ⑦옥수수 ⑧쌀 ⑨밀 순입니다. 크게 필수금속과 핵심광물 그리고 3대 작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후 기관은 필수 원자재 9개의 주요 생산 지역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기상이변 같은 기후리크스 발생 위험이 큰 지역을 찾아 비교합니다.
그 결과, 주요 원자재를 생산하는 지역 모두에서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인 리튬과 코발트 생산지가 가뭄에 노출될 확률은 각각 74%에 이르렀습니다. 아시아의 주요 작물인 쌀의 경우 생산지가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87%에 이르렀습니다.
PwC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과 폭염이 노동자 작업 능력과 원자재 생산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예컨대 폭염으로 인한 열스트레스는 노동자의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가뭄은 농작물 생장과 광물 채굴에 필요한 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줍니다.
실제로 리튬 1톤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만 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합니다.
“문제 발생 시 국제사회 공급망 전체 악영향” 🗺️
이는 주요 원자재를 생산하는 지역이 소수 국가 중에서도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콩고민주공화국 내 5개 광산이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같은기간 리튬 81%, 알루미늄 50%, 철 44%는 각각 10개 이하의 광산에서 공급됩니다.
작물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옥수수 재배지가 5개주에 집중돼 있습니다.
PwC는 이같은 지리적 집중이 공급망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각 상품을 공급하는 지역이 적기 때문에 한 지역의 문제가 전체 공급망으로 번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은 이미 원자재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칠레의 경우 가뭄으로 인해 일부 광산업체가 바닷물을 담수화해 채굴에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현재 구리 생산량의 10%가량은 심각한 가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저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2050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가뭄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채굴 방법과 관리 조건 역시 더 까다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코발트와 리튬 역시도 비슷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두 광물 생산량의 70% 정도는 기후리스크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2050년에는 기후리스크가 심각 또는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PwC의 전망입니다.
PwC, 폭염·가뭄 이외 기후리스크 대비 필요 🌊
기관은 이번 분석에서 광산과 농장의 생산성에 영향이 큰 가뭄과 폭염을 중심으로만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비교적 낙관적인 저탄소 시나리오에서 조차 물부족과 열스트레스를 겪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란 것이 주요 결론입니다.
이에 PwC는 “원자재 생산업체들이 기후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응할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며 “증가하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9가지 원자재에 의존하는 모든 국가와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본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나아가 기관은 새로운 유형의 기후리스크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가뭄·폭염이 아닌 기상이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후적응 대비”…공급망 내 기후리스크 파악 필요 📦
PwC는 기후리스크 감소를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공급망 전반에서 기후적응이 강화돼야 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감축과 적응이 동시에 가지 않으면 사업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기관은 기후적응을 위해선 먼저 공급망 내 기후리스크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기후영향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을뿐더러, 추후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도 빠르게 복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음료 기업인 네슬레가 좋은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사측은 기후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시 설비 손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운영 영향과 투입물 공급 충격으로 인한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나리오 분석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기후전략을 개발했습니다. 수자원 절감 전략과 재생농업 촉진 등이 담겼습니다.
일부 원자재 생산업체들은 동종업계와 협력해 기후리스크 대응 방안 수립에 나섰습니다.
알루미늄 업계가 대표적입니다.
국제알루미늄연구소(IAI)는 기후변화가 알루미늄 산업계 종사자의 건강에 미칠 잠재적 영향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연구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이 노동자와 알루미늄 생산량 모두에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소는 알루미늄 생산 시 기후리스크를 쉽게 파악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책을 수립 중입니다. 이는 주요 알루미늄 광산과 지역사회와 협력해 진행 중입니다.
오히려 기후적응 과정을 기회로 삼고자 나선 업체도 있습니다. 작물관리와 병충해 관리, 종자개발을 돕는 한 농업 디지털 플랫폼이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PwC는 “기업은 자체적인 기후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사업과 생태계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며 “다른 기업과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새로운 적응 해결책을 개발해 배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기후적응 부문은 감축보다 재원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적응 부문 재원 격차는 연간 최대 3,660억 달러(약 498조원)로 투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