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투자 덕에 온실가스 감축 분야로는 재원이 몰리는 반면, 기후적응 분야에 대한 투자는 미약한 상황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하면, 기후적응 재원 격차는 연간 1,940억~3,660억 달러(약 256~483조원)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기후적응 투자가 가져올 경제적 기회를 놓치고 있단 전문가 지적이 나왔습니다.
세계적응센터(GCA)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베르쿠이젠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의 팟캐스트에서 “기후적응이 투자가 아닌 매몰비용으로 여겨진다”며 “적응에 투자함으로써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한 베르쿠이젠 CEO는 “적응재원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세계적응센터 CEO “적응 투자, 매몰비용 아니야” 🙅
반기문 전(前) 유엔 사무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공동설립한 GCA.
2018년 설립된 GCA는 전 세계 적응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GCA는 현재 기후적응 5대 핵심 분야로 ▲조기경보시스템 ▲기후스마트농업 ▲탄력적 기반시설(인프라) 구축 ▲맹그로브숲 복원 ▲지속가능한 물관리 등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적응재원 격차는 GCA가 설립된 2018년 이후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적응재원을 늘리잔 약속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는 2019년 대비 2025년까지 적응재원을 2배 수준인 약 400억 달러(약 52조원)까지 증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허나, 이마저도 필요 예측치인 연간 4,000억 달러(약 528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적응재원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베르쿠이젠 CEO는 국제사회가 적응에 대한 재원 투입을 투자가 아닌 매몰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매몰비용이란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일컫는 경제용어입니다. 즉, 적응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된단 것.
그러나 이같은 인식이 틀렸다고 베르쿠이젠 CEO는 단언합니다.

UNEP, 적응 투자 대비 효과 최대 14배 ↑ 📈
베르쿠이젠 CEO의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기후적응에 돈을 붓는 것은 비용효과가 매우 높은 ‘투자’란 것.
설립 당시 GCA는 향후 10년간 1조 8,000억 달러(약 2,370억원) 투자 시 약 7조 달러(약 9,240조원)의 순이익이 가져올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세계은행과 UNEP 또한 유사한 추정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2021년 세계은행은 중저소득국의 탄력적 인프라에 투자할 시 1달러당 4달러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경우 탄력적인 인프라 구축에 기존 방식 대비 단 3%의 비용만 추가됐다고 베르쿠이젠 CEO는 강조했습니다.
UNEP도 ‘2023 기후적응 격차 보고서’에서 해안 침수 방지에 세계 각국이 10억 달러(약 1조 3,300억원)를 투자하면 140억 달러(약 18조원) 이상의 피해액을 줄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투자 대비 효과가 14배인 셈입니다.

SDR 재활용·부채스왑 등 재원 다양화 촉구 “혁신적 메커니즘 필요해” 💰
이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기후적응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단 것이 베르쿠이젠 CEO의 지적입니다.
동시에 그는 현재 공공재원에 의존하기 어려운 현실도 인정했습니다.
베르쿠이젠 CEO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플레이션과 연이은 금리인상 등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도래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남반구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60%가 부채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이에 베르쿠이젠 CEO는 각국의 재정 상황에 맞춰 기후적응 방식에 접근할 필요성을 주문했습니다.
즉각 수익창출이 가능한 영역은 민간이 주도하고 그밖의 경우엔 정부가 나서는 것입니다.
베르쿠이젠 CEO는 투자 시 즉각 수익창출이 가능한 예로 종자산업을 언급했습니다. 종자산업은 기후탄력적 종자를 개발해 판매할 시장이 있습니다. 이 시장은 민간이 적극 주도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안방벽·제방 건설처럼 수익화가 명확하지 않은 영역도 있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나, 많은 국가가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베르쿠이젠 CEO는 재원조달을 위한 혁신적인 메커니즘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IMF의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 활용입니다.
특별인출권은 회원국이 유동성이 부족할 시 IMF에서 담보없이 기축통화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인출되지 않은 특별인출권을 활용해 아프리카 등 기후취약국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식이 가능하단 것이 베르쿠이젠 CEO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COP28 닷새차인 지난 4일 해당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원탁토론도 열렸습니다. 토론에는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미주개발은행(IDB) 같은 국제금융기관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등이 참여했습니다.
또 개도국의 부채를 탕감하는 대신, 해당 부채만큼의 재원을 기후적응에 투자하도록 하는 ‘기후 스와프’도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베르쿠이젠 CEO는 덧붙였습니다.
COP28 내 GGA 프레임워크, ‘적응 지원’ 강력한 신호될 것 🚨
한편, 베르쿠이젠 CEO는 이번 기후총회의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적응 분야에 투자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기후적응과 관련 기술 그리고 목표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나 분류체계가 없단 것입니다.
COP28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기후적응목표(GGA) 수립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논의됐습니다.
베르쿠이젠 CEO는 이번 프레임워크에서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영향력이 있는 제안이 논의됐다고 밝혔습니다. 2027년까지 세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 GGA 프레임워크가 적응 관련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명시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 금융업계에 적응 관련 자금 지원을 시작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베르쿠이젠 CEO는 강조했습니다.
👉 “기후적응서 해안방벽 등 해수면 상승 최우선순위로 고려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