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 및 증시 상황 악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760억 달러(약 100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VC 투자액이 1,620억 달러(약 214조원)였던 것과 비교해 53% 하락한 것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데이터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내놓은 1분기(Q1) VC 투자 동향 분석 자료에 담긴 내용입니다.
올해 1분기 VC 투자액 중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곳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를 개발한 오픈AI(OpenAI)였습니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3조 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인 스트라이프(Stripe)가 지난 3월 65억 달러(약 8조 5,000억원)를 투자받아 2위에 머물렀습니다.
제네 티어 크런치베이스 데이터 분석 선임연구원은 다음 분기 VC 투자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티어 선임연구원은 “(오픈AI와 스트라이프가 없었다면) 올해 1분기 VC 투자액은 전 분기 대비 20% 이상,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추가 자금을 조달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 추가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티어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타트업 초기 시드(Seed) 투자액수는 69억 달러(약 9조 1,000억원)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습니다.
피치북, 농식품기술 산업 당분간 비관적…“업워드팜스, 수직농장사업 철수” 🥬
산업별로 보면 상황은 조금씩 다릅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의하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올해 1분기 총 279건의 VC 거래를 통해 57억 달러(약 7조 4,7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QoQ) 대비 36% 하락한 것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주요국의 기후대응 정책의 영향 덕에 주요 전문가들은 기후테크 산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반면, 피치북은 수직농장(Vertical Farm)·대체단백질 등 농식품기술(Agri-Food tech) 산업의 성장세를 당분간 비관적으로 내다봤습니다. 피치북은 그 이유에 대해 자금시장 유동성 위기 및 여러 어려운 경제 문제 등을 언급했습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가격 상승 및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직농장 기업 상당수가 줄줄이 파산 및 정리해고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0일(현지시각) 미 애그테크 스타트업 업워드팜스(Upward Farms)는 수직농장 사업에서 전면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이 기업은 지난해까지 총 1억 4,200만 달러(약 1,87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펜실베이니아주 인근에 신규 수직농장을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신규 수직농장 건설을 중지하고, 뉴욕주 브루클린에 있는 수직농장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1분기, 토양건강·기후적응 모니터링 기업으로 자금 몰려 💰
올해 1분기 토양 건강 및 기후적응 모니터링 기술을 갖춘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에게 주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토양 건강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을 갖춘 어스옵틱스(Earth Optics)는 2,760만 달러(약 363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드론을 날려 작물 보호를 위한 고정밀 매핑(mapping) 데이터를 만드는 스위스 기업 윙트라(Wingtra)는 2,200만 달러(약 290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또 올해 1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로봇 기반 프로젝트 ‘미네랄(Mineral)’을 정식으로 공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머신러닝(ML)과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사용해 기후문제에 직면한 농식품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맥킨지 “애그테크 확장 어려움…농가와 전략적 파트너 필요” 👨🌾
한편,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 또한 애그태크 산업이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맥킨지는 “지난 10년간(2012~2021년) 애그테크 시장에 대한 VC 투자가 약 11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들 투자 상당수가 시드 혹은 시리즈 A 투자에 머물고 있다고 맥킨지는 꼬집었습니다. 맥킨지는 이어 훨씬 적은 수의 신생 애그테크 기업들이 후기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달리 보면 애그테크 신생 기업이 자금 조달 유치에 필요한 고객 기반을 만들지 못한 것. 이에 맥킨지는 애그테크 산업이 진정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존 농업인들이 첨단기술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들 기업이 농가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맞춤형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대체식품 산업 자금 흘러…“단, 정리해고·파산 계속돼” 🍖
대체육 기업들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월 미국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는 전체 직원의 약 20%를 감축했습니다.
임파서블푸드는 작년 10월 이미 직원의 6% 해고한 바 있으며, 경쟁사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 또한 전체 직원의 19%인 약 200명을 해고했습니다. 또 지난 2월말에는 다른 대체육 기업인 잇저스트(Eat Just)도 전체 인력의 18%를 정리해고했습니다.
우리나라 한화솔루션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대체육 스타트업 뉴에이지미트(New Age Meats)는 올해 3월 추가 자금 유치 확보에 실패해 끝내 폐업했습니다.
이밖에도 대체유 스타트업인 리밀크(Remilk)는 덴마크에 계획된 발효 시설 건설 계획을 중단했고, 미 대형 식품기업 제너럴밀스는 자사의 대체유 브랜드인 ‘볼드 컬처(Bold Cultr)’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그래도 대체육 등 푸드테크 산업에는 여전히 자금이 흐르고 있습니다.
귀리우유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 오틀리(Oatly)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각) 4억 2,500만 달러(약 5,602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이밖에도 캐나다 대체육 기업 노미트팩토리(No Meat Factory)는 4,200만 달러(약 533억원), 영국 대체육 기업 디스(THIS)는 1,500만 파운드(약 197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대체육 기업인 리벨리어스푸즈(Rebellyous Foods)는 신규 장비 투자를 위해 950만 달러(약 125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푸드테크 중 양식업에 자금 대거 쏠려 🐟
올해 1분기 주목해야 하는 푸드테크 중 하나는 단연 양식업일 것입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MIM)는 육상양식전문 기업 퓨어새먼(Pure Salmon)과 19억 리얄(약 6,677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양식산업 규모를 연간 60만 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인데, 이를 퓨어새먼이 주로 담당할 예정입니다.
또 미 메인주에 위치한 스프링웍스팜(Springworks Farm)은 2,200만 달러(약 29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업은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곤충 및 농업 부산물로 양식사료를 만드는 이탈리아 생명공학 스타트업 이틴섹트(Ittinsect)가 75만 유로(약 1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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