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전 세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4년 415 TW(테라와트)에서 2035년에는 945 TW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당 전력 소비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을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전력 인프라, 지열 에너지, 저탄소 시멘트 등 다양한 분야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 테크 기업들의 전력 수요와 지속가능성 요구에 대응하며, 에너지 효율성과 공간 절감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기후테크 혁신의 새로운 전장이 된 데이터센터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히트맵와의 인터뷰에서 피바 캐피털의 리 라슨은 “처음부터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기업은 아니었지만, 시장의 흐름이 이들을 그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졸라 벤처스의 매튜 노던은 “데이터센터 관련 메시지를 담은 제안이 전체의 20개 중 1개에서 5개 중 1개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청정 전력과 저장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졸라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지열 에너지 개발사 잔스카르와 지하 양수 저장 스타트업 퀴드넷은 구글, MS, 아마존, 메타 등과 협의 중입니다. 페르보는 구글과, 세이지 지오시스템즈는 메타와 협업하고 있으며, MS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구글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 스타트업 카이로스와 계약을 맺었고,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와의 협력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MS는 헬리온 에너지와 핵융합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에너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기 인프라 영역에서도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습니다. 아졸라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스칼비는 전기차용 모듈형 파워트레인 기술을 바탕으로, AC-DC 변환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통합된 소형 분산형 전력 장치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에 맞게 전환했습니다. 스칼비의 모듈식 설계는 서버 랙 자체에서 전력 흐름을 제어할 수 있어, 별도의 전력 랙 공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피바 캐피털이 투자한 베이르는 고온 초전도 기술을 활용해 송전선 사업에 도전하다 데이터센터의 저전압 배전 병목 현상을 포착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소형 솔루션 제품군을 개발했습니다. 이 회사의 CEO인 팀 하이델은 “도체와 버스 바의 크기와 무게를 10배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멘로 마이크로는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독자적인 금속 합금을 사용해 작고 빠르며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전기 스위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장치는 이미 반도체 테스트 및 무선 주파수의 고속 RF 장비에 상용화되었으며,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전력 시스템에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건축자재 분야에서도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서블라임 시스템즈는 MS와 최대 622,500톤의 저탄소 시멘트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실제 구매 의무보다는, 탄소 절감 효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아마존은 브림스톤, 카본큐어 등 콘크리트 탈탄소화 기업뿐 아니라, 친환경 철강을 개발하는 일렉트라와 탄소 네거티브 미네랄 파우더 스타트업 패블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의 효율성이 곧바로 탄소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에 따르면, 효율이 높아질수록 사용량이 증가해 오히려 전체 소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이델은 “고객들이 에너지 효율보다 공간 절약, 부동산 비용 절감, 새로운 구성 방식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같은 면적에 더 많은 AI 포드나 서버를 배치하거나, 더 높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고려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기술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COOLERCHIPS’ 프로그램을 통해 4천만 달러(약 553억 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 소비를 전체의 5%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서브머는 침지 냉각 기술을, 미국의 주타코어는 칩 직접 수냉식 솔루션을 제공해 냉각 효율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