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위한 세부 방안이 담긴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지난 21일 발표됐습니다.

2023년부터 2042년까지 향후 20년간의 전략을 담은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안).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처음 수립한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습니다. 이를 전환 부문과 국제감축·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을 통해 메꾸겠단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변경 타임라인 ©greenium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감축이 나오기까지 ⚖️

우리나라는 2002년 9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지속가능발전기구’가 설치됐습니다. 이 기구는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09년 11월 이명박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2020년까지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전망치(BAU) 대비 20% 감축이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는 약 5억 4,300만 톤을 줄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 6월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37%로 높인 국가별자발적감축목표(INDC)를 UNFCCC 사무국에 제출했습니다. 당시 기준도 BAU 기준이었습니다.

같은기간 유럽연합(EU)은 절대량 목표로서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목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2021년 EU는 ‘핏포 55(Fit for 55)’를 통해 기존 감축목표를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BAU 기준으로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2020년 배출량의 절대값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바뀌었고, 2021년 최종적으로는 상향된 목표치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었습니다.

 

▲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타임라인 ©greenium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타임라인은? 🤔

탄소중립기본계획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부문별·연도별 전략과 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합니다.

이에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이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80회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기획재정부 등 20개 관계부처의 협의도 이어졌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출범해 기본계획과 관련된 연구 및 의견수렴 등을 진행했습니다. 탄녹위는 그해 11월부터 주요 배출 업종 관계자·학계·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20회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농민·청년들과의 간담회는 없었습니다.

 

▲ 지난 2월 16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전국경제인연합회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경제계, 산업 부문 감축목표 하향 일제히 환영…“여전히 도전적인 목표” 👏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안을 놓고 경제계와 환경단체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기본계획안이 발표된 21일 당일 경제계는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본계획안 속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14.5%(2억 2,260만 톤)에서 11.4%(2억 3,070만 톤)로 3.1%p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 명의로 낸 입장을 통해 “정부가 2030 NDC를 포함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또한 논평을 통해 “탄소중립기본계획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기중앙회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탄소중립 기술 상당수가 상용화 단계에서 한계점에 봉착된 것을 고려할 때, 여전히 2030 NDC는 중소기업에게 도전적인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경우 “기존 14.5% 감축목표는 기술 개발과 연료 공급의 불확실성, 경제성을 갖춘 감축수단 부족 등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수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도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로 입장을 내 “탄소감축을 위한 획기적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의 추가적인 설비 투자는 추가 배출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경련은 지난 2021년 NDC 상향안에 대해 감축목표가 경제·산업계에 과도해 악영향을 미친다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전경련은 이어 “고비용·고위험 탄소감축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세제혜택 등 획기적 인센티브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경제계는 한목소리로 그럼에도 금번 기본계획은 “여전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 지난 15일 기후정의동맹 녹색연합 민주노총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이 세종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녹색연합

환경단체 “사실상 기후대응 포기한 것 다름 없어” 👎

환경단체는 이번 기본계획안이 사실상 기후대응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기본계획 수립 시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감축대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이 없단 점도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에 의하면, 기본계확 수립 시 경제적 효과 분석이 담겨야 합니다.

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부문별 감축 책임 중 산업계의 감축 책임을 크게 후퇴시키면서 기존에도 감축률이 가장 낮았던 부문의 목표를 또다시 축소했다는 것은 산업계의 민원 챙기기에 충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 또한 “기본계획안 2042년까지의 장기계획이 담겨 있지 않고,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감축대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이행계획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후단체 플랜 1.5는 논평을 통해 “기본계획안은 감축 부담을 차기 정부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현 정부 임기 내 연평균 배출량 감축률이 약 2%에 머무나,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2028년부터는 연평균 감축률이 9.3%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예산 등을 고려해 산업부문 감축량이 되려 상향돼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서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이 발언을 하는 모습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에 대해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기본계획 정부안’ 공청회에서 “위원회 구성 등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돼 청년·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대해) 탄녹위는 목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관리하고, 국민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은 미확정안으로 향후 공청회·탄녹위 전체회의·국무회의 등을 통해 다음달 중으로 최종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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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본계획 모아보기]
① 2030 NDC 달성 위한 탄소중립기본계획 발표
② 부문별 감축정책 톺아보기 : 전환·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
③ 부문별 감축정책 톺아보기 : 폐기물·수소·흡수원·CCUS·국제감축
④ 탄소중립기본계획 속 기후적응 정책은?
⑤ 탄소중립기본계획 첫 공청회, 고무적 VS 불확실, 전문가 간 의견 갈려
⑥ 경제계 “탄소중립기본계획, 여전히 도전적 목표”…환경단체 “기후대응 사실상 포기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