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다. 한쪽은 우리 현실 상 너무 과도하다고 비판을 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을 감안하면 너무도 미흡하다(할 것이다). 사무처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지난 22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이하 기본계획안) 관련 공청회 인사말에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민간위원장이 밝힌 말입니다.

이날 서울 한국과학기술관 대회의실에서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이하 기본계획안)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한 첫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탄녹위는 앞서 하루 전날인 21일, 기본계획안을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먼저 기본계획안 공개가 늦어진데 대해 “지난 주말까지 부처간, 다양한 이해당사자간 조율이 (진행돼) 매듭지어졌기 때문”이라 해명했습니다. 공청회 하루 전날 기본계획안이 공개되며 일방적 강행이란 비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청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대화를 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알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회와 질의응답, 종합토론에서도 기본계획안에 대한 전문가 및 참여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는데요.

 

▲ 지난 22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 총 11명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산업 고무적 결과…이행 위해선 “예타 허들 해결 필요” 강조돼 🚧

먼저 에너지·산업 관련 전문가들은 전환이 늘고 산업이 줄어든 데 대해 고무적 결과라 평가했습니다.

이상준 서울기술과학대 교수는 “전환이 늘고 산업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산업 부문에서는 사용 가능한 기술이 비교적 적은데 비해, 발전 부문에서는 알려진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기업 한화큐셀의 정규창 파트장 또한 “전환 부문에서 400만 톤 감축목표는 업계 입장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발전량 기준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는데요.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 실장은 “핵심기술개발에 대한 예타 신청을 했는데 80%가 줄어들고 많은 부분이 예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작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중립핵심기술개발사업이 예타를 거치며 80% 넘게 대폭 삭감된 바 있습니다.

수송 부문에서 양광식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는 “육상 화물을 철도로 전환하겠다는 혁신적인 과제가 나와서 고무적”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는 동시에 현재로서는 “환경에 대한 편익이 굉장히 적어서 교통 부문은 예타를 통과하기가 특히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송두삼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미국 발표에 따르면 매년 2%씩 기존 건물을 그린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우리나라 또한 빠르게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난 22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서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이 기본계획의 전반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CCUS·국제감축…“과도한 목표”vs“새로운 기회” 💭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가 줄어든 대신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국제감축 목표가 늘어났습니다. 전문가 패널 및 시민들은 불확실성의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CCUS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KRICT) 연구원은 “CCUS 기술은 불가피하게 배출된 탄소의 유일한 처리 방법”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아직 유의미한 감축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는데요.

최 연구원은 전문가 입장에서 현재 2030년 목표치는 불확실한 기술이 반영돼 “매우 도전적이고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기술 완성의 목표를 2030년과 2050년으로 나눈 투 트랙으로 추진해줄 필요성을 제언했습니다. 2030년까지 채 7년이 남지 않은 만큼, 검증된 기술 중심으로 예산을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질의 응답에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달았습니다. 유튜브 생중계 도중 한 시청자는 댓글을 통해 “2030년에 CCUS와 국제감축으로 해결한다는게 와닿느냐”며 날선 비판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국제감축 사업 분야에서는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는 전문가 및 정부 패널 의견이 거듭 강조됐습니다.

탄소배출권 컨설팅기업 에코아이의 하상선 이사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나오는 팜유에서 버려지는 메탄(CH4)만 1억톤이 넘는다”며 이를 포집하는 것이 도전적인 수준이 아닐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호성 산자부 에너지정책과장 또한 “현재 NDC 달성에 활용가능한 청정개발체제(CDM)로 실적을 2,000만톤 확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IT Climate Portal

기후적응, “잘 요약 정리한 수준…혁신적 대책 안 보여” 📝

기본계획안에는 부문별·연도별 감축 정책과 함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6대 분야·45개 정책과제가 제시됐습니다. ①기후적응 ②녹색성장 ③정의로운 전환 ④지역주도 ⑤인력양성·인식제고 ⑥국제협력 등인데요.

이와 관련해 전문가 패널들은 정부의 기본계획안이 매우 불명확하고 불완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기후적응 대책에 대해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제시한 기후적응 대책은 기존의 것들을 잘 요약정리”한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특히, 기후적응 대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이와 관련한 인력, 예산, 조직 등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김 교수는 이어 “(기후적응 대책을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며 “아직 20%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경기연구원의 고재경 박사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지고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지역주도성이 약화되며, 국제감축과 CCUS 감축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지자체의 선택 수단이 좁아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자체에서 국가계획을 오래 기다려왔다”면서도 이번 기본계획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우회적으로 비판을 표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서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전환 촉진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사와 지역사회 주도의 소통이 더 부각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 지난 22일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는 환경단체의 기습시위로 시작됐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국민 참여 기회 매우 부족” 지적 잇달아…폐기물·농축수산 논의 실종 🔇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한 비판은 공청회 전반에서 계속됐습니다.

공청회 시작부터 환경단체의 기습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공청회 시작을 알리는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의 인삿말에 앞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기후·환경단체 회원들이 팻말을 들고 단상 앞으로 나섰는데요. 시민단체 회원들은 정부안을 철회하란 구호를 외치며 공청회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상섭 녹색교통운동 정책위원장은 지정토론회 발언에서 “산업 부문 수치가 변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이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시민사회 의견을 공청회 이후에 듣겠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한 “이 공청회 이후 어떤 과정을 거칠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 사회 내 소통 부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 패널 중 폐기물·농축수산 관련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지정토론회에서 해당 부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는데요.

질의 응답에서도 생분해 플라스틱과 관련해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관계자의 질문이 나오는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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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본계획 모아보기]
① 2030 NDC 달성 위한 탄소중립기본계획 발표
② 부문별 감축정책 톺아보기 : 전환·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
③ 부문별 감축정책 톺아보기 : 폐기물·수소·흡수원·CCUS·국제감축
④ 탄소중립기본계획 속 기후적응 정책은?
⑤ 탄소중립기본계획 첫 공청회, 고무적 VS 불확실, 전문가 간 의견 갈려
⑥ 경제계 “탄소중립기본계획, 여전히 도전적 목표”…환경단체 “기후대응 사실상 포기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