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감축,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 해결의 ‘즉시 실행 카드’로 부상

화석연료 메탄 배출, 여전히 정점 도달 못 해… 폐정·폐광 배출까지 포함 시 1억 2천만 톤 초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5년 4월 발표한 ‘글로벌 메탄 트래커’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여전히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요 배출원이 되는 산업 부문에서 감축 노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현재 화석연료 산업의 메탄 배출량은 연간 약 1억 2천만 톤으로, 인류가 유발하는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러한 수준은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일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과 자원 낭비 측면에서도 중대한 손실입니다.

IEA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메탄 감축이 기후변화 완화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즉시 실행 가능한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감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기술적 실현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메탄 배출, 폐광·폐정 포함 시 더 심각

2024년부터는 메탄 배출 산정 범위가 확대되며, 보고된 총량이 크게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번 IEA 보고서에는 폐광과 폐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처음으로 공식 집계됐으며, 각각 약 500만 톤과 300만 톤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개발도상국의 전통 바이오매스 연소로 인한 약 2천만 톤의 배출량도 반영되면서, 전 세계 메탄 배출 추정치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배출원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입니다.

IEA는 “석유·가스 생산량의 단 5%만이 ‘제로에 가까운 배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글로벌 메탄 감축 서약(Global Methane Pledge)이나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 등의 구상은 나왔지만, 실제 이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한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IEA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메탄 감축은 기후변화 완화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즉시 실행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지금이 행동의 시점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2023년 리비아의 LNG 시설에서 대규모 메탄 플룸(Methane Plume)이 위성 관측으로 포착됐다. GHGSat 위성이 측정한 결과, 메탄 농도는 주변 배경 농도 대비 최대 400ppb 이상까지 상승했으며, 메탄 누출은 뚜렷한 방향성과 규모를 가진 기둥(plume) 형태로 대기 중에 퍼지고 있다. [자료: IEA Global Methane Tracker 2025] ©IEA

 

2024년 위성 감지 메탄 누출, 관측 일수 줄었지만 사상 최대치 기록

2024년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간 메탄샛(MethaneSAT), 태니저원(Tanager-1) 등 고해상도 위성들은 메탄 배출 감시 체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이들 위성을 통해 시간당 500kg 미만의 소규모 분산 배출원들이 전체 메탄 배출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됐습니다. 기존 측정 기술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배출원을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러한 소규모 배출원 중 다수는 ‘메탄 플룸(Methane Plume)’ 형태로 나타납니다. 메탄 플룸은 대기 중으로 누출된 메탄 가스가 띠 또는 기둥 모양으로 퍼지는 현상으로, 주로 석유·가스 시설, 파이프라인, 폐광 등에서 발생합니다. 위성 및 항공 기반 측정 장비를 통해 시각화되거나 정량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일부 플룸은 일회성이 아닌 ‘재발성 누출’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카본맵퍼(Carbon Mapper)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가스 시설에서 관측된 메탄 플룸 중 약 25%는 동일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함께, 대규모 누출에 대한 감시도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위성 센티넬파이브피(Sentinel-5P)는 관측 가능한 날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슈퍼 누출(super-emitter events)을 포착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감시 기술의 고도화가 이전에 인지조차 어려웠던 다양한 유형의 메탄 누출을 새롭게 반영하였습니다.

 

실측 없이 ‘눈가림 보고’ 여전… “80% 과소보고” 경고

IEA는 “대부분 국가가 여전히 측정 기반 없이 메탄 배출량을 보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식 통계는 실제 배출량보다 현저히 낮게 집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된 IEA의 추정치는 UNFCCC에 각국이 보고한 수치보다 약 80% 높은 수준으로, 메탄 배출이 심각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EA는 메탄배출 추정치를 위성 기반 관측 데이터, 주요 누출 사례, 현장 측정 결과 등을 종합해 산정했습니다. 유럽처럼 기업이 정기적으로 실측 데이터를 제출하고, 인벤토리(명세서)를 보고하는 곳은 IEA 추정치와의 차이가 비교적 작게 나타났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최근 측정 방식을 개선한 결과, 석유·가스 부문에서의 누출 배출량이 기존보다 35% 이상 많은 것으로 재산정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노코필립스 등 일부 에너지 기업은 UNEP의 OGMP 2.0 기준 중 최고 수준인 Tier 5 방식으로 메탄 배출을 보고하는 등 기업 차원에서도 정밀한 산정 체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서약은 넘치는데 이행은 부족… 절반 이상이 목표조차 없어

IEA는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Oil and Gas Decarbonization Charter), 유엔환경계획의 OGMP 2.0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의 약 80%가 감축 서약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직 ‘넷제로 목표’조차 설정하지 않은 상태로, 제도적 약속과 실제 감축 행동 간 괴리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축 이행의 양상도 제한적입니다.

IEA는 현재 감축 활동이 대부분 선진국의 규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량 중 자발적 서약만을 기반으로 감축을 이행하고 있는 비중은 단 5%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넓게 선언되고 있음에도 실행력 확보는 미진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IEA는 “당장 중요한 것은 실행 계획의 수립과 이행”이라며, 각국 정부는 검증된 정책을 도입하고, 기업은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금융 부문은 투자와 인센티브를 통해 감축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경제성 있는 메탄 감축, 에너지 공급까지 확보 가능

IEA는 “2024년 화석연료 부문에서 약 2천억㎥의 메탄이 배출됐으며, 이 중 절반인 1천억㎥은 포집을 통해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메탄이 방출되는 동시에,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와 함께, 메탄과 밀접히 연관된 또 다른 손실 요인으로는 플레어링(연소)을 통한 천연가스 낭비가 지적됩니다. IEA는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500억㎥의 천연가스가 일반적인 플레어링으로 소각되고 있으며, 이를 줄이고 메탄 포집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 여력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기술만으로도 화석연료 산업 내 메탄 배출량의 약 70%를 감축할 수 있으며, 이 중 약 3,500만 톤은 추가 비용 없이 회피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회수된 메탄의 시장 가치가 감축 비용을 초과한다는 점에서, 경제성 역시 충분히 확보되고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업들이 메탄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IEA는 그 배경으로 ▲낮은 문제 인식 ▲투자 우선순위에서의 배제 ▲감축 인프라 미비 ▲계약 구조상 인센티브 부족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전과정에서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평균적으로 약 35% 낮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 IEA Global Methane Tracker 2025] ©IEA

 

천연가스, 석탄보다 나은 선택이지만 충분한 해법은 아냐

IEA는 2024년 전 세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온실가스를 약 35% 덜 배출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명 주기(Lifecycle)’ 기준에 따른 것으로, 여기에는 생산 및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연소 시 배출되는 CO₂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특히 사용 단계만 놓고 보면, 가스 화력 발전소는 석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발전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IEA는 이러한 상대 비교에만 의존하는 시각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천연가스를 석탄만 비교하는 것은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는 셈”이라며, 진정한 기후 대응 수단으로서의 정당성은 ‘상대 우위’가 아니라 ‘절대 감축’에서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천연가스가 기후 대응 수단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메탄 누출을 줄이고 배출 강도(emission intensity)를 실질적으로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IEA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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