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기온이 최근 12개월 동안 산업화 이전 대비 1.58°C 상승하며, 파리기후협약이 설정한 1.5°C 임계치를 사실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유럽연합(EU) 기후 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C3S)가 지난 7일(현지시각) 발표한 분석에서도 확인됐습니다. C3S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8°C 높았으며, 최근 22개월 중 21개월 동안 1.5°C를 초과했습니다.
2025년 4월은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더운 4월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평균기온은 14.96°C로, 1850~1900년 기준 추정 평균보다 1.51°C 높았고, 2024년 4월의 역대 최고치보다는 0.07°C 낮은 수준입니다.
과학계에서는 파리기후협약이 설정한 1.5°C 임계점이 사실상 돌파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리처드 앨런 교수는 “거의 2년간 이어진 기록적인 고온 현상으로 1.5°C 초과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로 인해 더 빈번한 폭염, 홍수,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는 고온 현상과 기후 위기 징후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최근 고온 현상은 유럽을 넘어 러시아 극동, 중앙아시아 서부, 북미 대부분, 호주 남부, 남극 반도와 서남극 지역 등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반면, 남아메리카 남부, 캐나다 동부, 호주 북부, 동남극 지역은 평균 이하의 기온을 기록하며 지역 간 기온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육상 고온과 함께 해수면 온도 역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전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20.89°C로, 4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북대서양 북동부는 지속적으로 기록적인 고온을 보였으며, 지중해 역시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온도를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대기와 해양 전반에 걸친 고온 현상은 극단적 기상 재해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올해 4월에는 알프스, 미국 중서부, 호주 북부, 남미 중부 등지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 산사태, 눈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동유럽, 러시아 서부, 카자흐스탄, 노르웨이 등은 평균을 크게 웃도는 고온이 지속됐으며, 중앙아시아, 호주 일부, 남극 반도 등지에서도 지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이례적 고온이 관측됐습니다.
라니냐 조기 종료… 기후 냉각 효과 기대 무산
기후학자들은 올해 초 태평양에서 발생한 라니냐(La Niña) 현상이 일시적으로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냉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4월 라니냐가 예상보다 일찍 종료되었으며, 현재는 기후 중립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냉각 요인이 사라지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이미 높은 해수면 온도와 극단적 고온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온도 상승 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메탄 배출 사상 최고치 근접… IEA의 경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메탄은 10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보다 약 30배 높은 강력한 온실가스로, 가장 시급히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탄 배출의 상당 부분은 천연가스 및 석유 시추 등 생산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어, 산유국들의 실질적인 감축 노력이 기후 대응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북극 해빙, 47년 중 여섯 번째로 적어… 남극도 감소세
2025년 4월, 60°S~60°N 범위의 해수면 평균 온도(SST)는 20.89℃로, 역대 4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는 북대서양 북동부에서 고온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해양 고온 현상은 극지방의 해빙 축소와도 맞물립니다. 북극 해빙 면적은 평균보다 3% 적었으며, 47년 위성 관측 역사상 4월 기준 여섯 번째로 낮은 수치입니다. 남극 해빙도 평균보다 10% 감소해, 같은 달 기준으로 열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파리협약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긴급 대응 요구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내, 가능하면 1.5°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만 이 협약에서 설정한 임계치는 20년 이상의 장기 평균값을 기준으로 하므로, 최근의 단기 고온 현상이 곧바로 ‘협약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고온이 누적될 경우,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코펜하겐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유엔 기후변화 사무총장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은 “현재의 기온 상승 속도라면 지구는 3°C 상승 궤도에 진입했다”며 심각한 경고를 내놨습니다. 그는 또 “파리협약이 없었다면 기온 상승이 최대 5°C에 이를 수 있었다”며, 브라질 벨렝에서 열릴 예정인 COP30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했습니다.
과학계 역시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1.5°C 초과는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2025년까지 이어지는 기록적인 고온은 그러한 장기 기후변화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