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돌아온 기후 총회(COP)… COP26 약속은 얼마나 실현됐나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선 당사국총회(COP) 최초로 모든 당사국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메탄서약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삼림벌채 중단 등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야심 찬 약속들도 선언됐습니다.

COP26 폐막 후 세계는 매우 험난한 시기를 겪었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이에 에너지·식량위기가 세계를 덮쳤습니다.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 경제 전반이 얼어붙었을뿐더러,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심화된 갈등으로 기후협력도 중단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COP27(27차 당사국총회)이 개막했습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세계는 COP26 약속을 어디까지 실현했을까요?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의 지난 1년간의 주요 행보부터 COP26에서 나온 여러 서약의 진행상황까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은 2022년 28개 국가가 NDC 업데이트를 제출했다고 분석했다. ©CAT

NDC 업데이트, 193개국 중 24개국에 그쳐…금세기 2.8℃ 상승 전망돼 🌡️

COP26에서 당사국들은 2022년 말까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재검토·강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제출 마감일까지 193개 당사국 중 24개국만이 NDC 업데이트를 제출했습니다. 업데이트를 제출한 숫자는 조사기관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UNFCCC 산하 NDC 등록부(public registry)에 따르면 33곳,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은 28곳으로 확인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출국 대부분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적은 국가란 점입니다. 바하마·도미니카공화국·바누아투 등 도서국과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등 17개국이 NDC 업데이트를 제출했는데요.

이에 대해 CAT은 실질적으로 기후 목표를 높여 제출한 국가가 호주·아랍에미리트·노르웨이·태국 등 4곳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또한 국가들이 제출한 NDC 계획을 종합 분석한 결과, 목표가 더 강화되지 않으면 금세기말 지구 평균온도가 2.1~2.9℃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UNEP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에 발표한 ‘2022 NDC 종합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다만, 이 보고서에는 노르웨이 정부가 11월 3일 발표한 NDC 업데이트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COP27 중간 점검, UNFCCC에 NDC 상향안 제출한 국가는?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인플레이션감축(IRA) 법안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지난 2월 ‘특별군사작전’을 발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 5월 리파워 EU(REPower EU) 계획을 발표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모습. ©greenium

미·중·유·러 온실가스 다배출국가, 지난 1년 어땠을까? 📆

특히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러시아 등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은 NDC 업데이트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이나 연장 가동 등 탄소배출 감축에 역행하는 움직임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 4곳의 지난 1년간 주요 행보를 살펴보자면.

  • 미국 🇺🇸: 올해 미국의 기후대응 최대 성과는 ‘역대 최대 기후투자’로 불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통과입니다. 지난 8월 IRA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나쁜 소식도 있습니다. IRA 법안에 에너지위기 대응을 위해 새로운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를 위한 신규 임대 승인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기존 NDC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IRA 법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 중국 🇨🇳: 지난 10월 중국공산당은 제20차 전국대표회의에서 녹색·저탄소 개발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후대응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는데요. 더욱이 석탄의 ‘깨끗하고 효율적인’ 사용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석탄발전을 지속할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올여름 전력수요 급증 및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차질을 빚으며 중국 내 석탄발전 가동이 증가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올 상반기 중국 정부가 15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중국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국과의 기후협력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 EU 🇪🇺: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리파워 EU(REPower EU)’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기존 40%에서 45%로 5%P로 늘렸습니다. 또 해당연도까지 EU 내 에너지 총소비량을 750만TOE(석유환산톤)까지 줄이는 내용도 담겼는데요. EU 집행위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58~60% 감축할 수 있어, 최소 55% 감축이란 목표치(Fit for 55)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에너지위기로 인해 EU 회원국 일부는 석탄발전소 연장가동을 결정했는데요. 여기에 새로운 천연가스 투자 및 수입이 증대되고 있어 기후대응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 러시아 🇷🇺: 지난 9월,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한다는 내용과 함께 ‘장기저배출개발’ 전략이 담긴 문서를 UNFCCC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기후대응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 실제로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에 따르면, 서방의 대러제재 이후 러시아가 팔지 못한 천연가스를 대기 중으로 태우는 상황입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은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에 28배 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외에도 러시아가 참여한 주요 기후연구 협력이 보류됐고, 재조림 프로젝트 또한 중단됐습니다.

 

▲ 2021년 영국 글래스고 COP26에서 기후공약을 지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기후활동가의 모습. ©Kiara Worth, UNFCCC

화석연료 감축·메탄서약·삼림벌채 중단…COP26서 쏟아진 약속, 지금은? 🤟

지난해 COP26에서는 193개 당사국 모두가 이행해야 하는 ‘글래스고 기후협약’ 외에도 국가별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서약·이니셔티브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약속은 ▲국제메탄서약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삼림벌채 중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야심 찬 약속이 쏟아졌던 COP26 이후,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일부 서약에서는 개별 국가 차원의 정책이 나왔지만, 국가 간 공동의 협력은 부족한 상황.

각 서약별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정리했습니다.

 

▲ 9월 27일(현지시각) 덴마크 보른홀름 인근 해역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가스 누출로 인해 지름 1km가 넘는 거대한 거품이 형성돼 있다. ©Danish Defence

1️⃣ 국제메탄서약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메탄 배출 문제의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COP26에서는 105개국이 국제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서명했습니다. 당시 참여국들은 메탄 배출은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지난 1년간 메탄 감축 노력은 진전을 보였습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 IRA 법에서 메탄 배출에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메탄 규제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밖에도 캐나다·이집트·멕시코·콜롬비아·에콰도르 등에서 메탄 배출 저감을 위해 위한 여러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런 노력에 비해 대기 중 메탄 농도는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1983년 온실가스 측정이 시작된 이래 메탄배출량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밝혔습니다. 여기에 지난 9월에는 노르트스트림 메탄 누출 사고가 발생하며 심각성에 더해진 상황입니다.

 

▲ EU는 지난해 소비한 석탄 가운데 46%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제재 차원에서 러시아 석탄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EU와 영국은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호주 등에서 석탄수입량을 늘렸다. ©CoalMint

2️⃣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

COP26의 글래스고 기후협정에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문구가 삽입됐습니다. 인도의 요청으로 석탄발전 ‘중단(Phase out)’이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후퇴했습니다. 전체 합의문에서 석탄이 언급됐단 점이 주요한 성과로 인정받았는데요.

65개국은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약속했고, 프랑스·독일·미국·영국 등은 2022년 말까지 해외 화석연료 개발에 공적자금 조달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석탄발전량은 감축되긴커녕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천연가스 보완재 성격이 큰 석탄사용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EU 일부 회원국은 석탄발전소 가동을 연장했는데요.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다만 석탄발전소 연장 가동이 일시적인 계획이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지난 1년간 해외 석탄투자가 위축되고 중국 내 풍력·태양광발전이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콩고민주공화국의 이탄 습지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삼림전문가들의 모습.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 7월 열대우림과 이탄지대를 포함한 27개의 석유 광구와 3개의 가스 광구의 시추권을 경매에 넘겼다. ©Kevin McElvaney, Greenpeace

3️⃣ 삼림벌채 중단 🌲

COP26에서는 전 세계 삼림의 90%를 포함하는 145개국이 2030년까지 삼림 손실과 토지황폐화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삼림과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지도자 선언’인데요. 하지만 이후 해당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이나 회의는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 사이,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개발우선 정책 때문인데요. 지난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아마존 열대우림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단 분석도 나오는 상황.

지난 7월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이 세계 최대 탄소흡수원 중 하나인 열대우림 이탄지대*가 포함된 석유 시추지역을 경매에 내놓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탄지대: 식물의 잔해가 고인 물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 간 퇴적돼 만들어진 지대. 일반 토양보다 탄소저장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있다.

 

▲ COP27에서 연설하고 있는 사메 슈크리 COP27 의장. ©Kiara Worth, UNFCCC

COP26서 못다 지킨 약속, COP27서 진전할 수 있을까? 🇪🇬

올해 당사국총회 의장국인 이집트는 이전부터 COP27이 ‘이행 COP(Implementation COP)’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사메 슈크리 COP27 의장(이집트 외무장관)은 COP27 개막식 첫날 이러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습니다. 슈크리 의장은 연설에서 “COP27은 파리협정의 핵심인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복원하는 ‘이행 COP’로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정학적 갈등, 고인플레이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해 다자주의가 도전받고 자국중심주의가 도드라지는 상황에서도 전 세계가 기후문제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열띤 논의 끝에 최초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의제가 공식 채택되고 기후적응 논의도 활발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COP27.

그럼에도 러시아, 일본, 캐나다, 이란, 인도네시아 등 각국 정상이 COP27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COP27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카본, COP, 정책

2025년 국제탄소시장 본격 개설…한국 사회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기후·환경, 정책

일본 2035년 감축목표 2013년 대비 60% 감축 제시

기후·환경, COP, 정책

COP29 마라톤 협상 끝 폐막…선진국, 기후재원 연간 3000억 달러 합의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