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양분화 양상 보인 자발적 탄소시장 “2025년 질적 전환기 전망

접근법 두고 엇갈린 쉘·MS…규제 강화로 기술혁신에 무게 실릴 듯

탄소배출권 시장의 양적 성장이 정체한 가운데, 2024년 주목할 만한 질적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에는 글로벌 탄소시장이 질적 전환기를 맞이할 전망입니다.

지난 탄소시장 데이터제공업체 얼라이어드오프셋에 따르면, 2024년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최대 사용 기업은 로열더치쉘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꼽혔습니다.

3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쉘의 탄소크레딧 사용량은 작년 한해에만 1,490만 톤에 달했습니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용량이 550만 톤인 것을 고려하면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기업의 탄소크레딧 매입 비용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쉘의 평균 매입가는 4.15달러(약 6,000원)인 반면, MS는 189달러(약 27만 5,000원)였습니다. 45배가 넘는 격차가 드러난 것입니다.

탄소크레딧 시장을 주도하는 두 기업이 상반된 탄소중립 전략을 취하고 있단 것으로 해석됩니다.

 

글로벌 탄소시장 정체 속 선도기업 전략 양분화

탄소시장 전문조사 업체 MSCI 카본마켓(구 트로브리서치·이하 MSCI)은 2024년 전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를 14억 달러(약 2조 원)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탄소크레딧 소각(retirement) 수량은 3년 연속 1억 8,000만 톤 CO2e*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탄소크레딧 소각이란 보유한 탄소크레딧을 온실가스 배출량 상쇄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크레딧을 거래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즉, 탄소크레딧 소각이 감소했단 것은 기업들의 실질적인 사용량이 줄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탄소시장 내 주요 기업의 전략은 양분화되는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쉘의 비용효율성 중심 접근법과 MS의 기술혁신 중심 접근법이 대조되는 양상입니다.

먼저, 쉘의 경우 2024년 탄소크레딧 소각량의 50% 이상을 레드플러스(REDD+·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에서 구입했습니다. 열대우림 등 산림보호 활동을 통해 탄소배출량 감축을 인정받는 방식입니다.

레드플러스는 다른 감축 기술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추가성 논란이 불거진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크레딧 소각량도 7.15%로 상당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크레딧 역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탄소크레딧에 속합니다.

쉘의 이러한 접근은 2030년까지 에너지 판매 단위당 배출량을 15~20% 감축하겠다는 중기 목표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MS, 탄소제거 초점 “2030 탄소네거티브 목표”

반면, MS는 혁신적 탄소제거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MS는 초기부터 클라임웍스·에어룸 등 DAC(직접공기포집)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2024년에는 전체 소각량의 80%가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프로젝트에 기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BECCS는 임업·농업폐기물 등 바이오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이때 발생한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입니다.

BECCS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은 작년 5월 스웨덴 에너지 기업 스톡홀름엑서지로부터 확보한 330만 크레딧이 차지했습니다. 당시 구체적인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단, BECCS 기반 크레딧의 평균 가격은 389달러(약 57만 원)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탄소크레딧인 레드플러스의 평균 크레딧 가격이 10달러(1만 4,700원)를 밑도는 것과 비교됩니다.

얼라이어드오프셋은 2024년 MS가 사용한 전체 크레딧의 평균 매입가가 189달러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높은 비용에도 탄소제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바탕에는 2030년 탄소네거티브 달성이라는 MS의 장기적 비전이 자리합니다. MS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혁신이 진정한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이라는 입장입니다.

*CO2e: 이산화탄소환산량

 

탄소시장 포커스 가격·기술혁신성의 교차점, 두 갈래 길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은 기술혁신의 가속화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간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쉘이 추구하는 비용효율성과 MS가 지향하는 기술혁신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의 균형 잡힌 발전이 필수적입니다.

이중에서도 그리니엄이 주목하는 것은 기술혁신의 기후테크입니다. 최근 기술혁신 중심 접근법에 힘에 힘을 싣는 변화가 관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탄소규제 강화로 수요 증가가 전망됩니다. 2027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의무화 시행이 대표적입니다.

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탄소크레딧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탄소배출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탄소크레딧 시장에서도 질적 변화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산림 기반 프로젝트의 비중은 2020년 80%에서 2024년 70%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반면, BECCS 등 혁신적 탄소제거 기술의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 또한 기업의 변화에 긍정적 신호를 제공합니다.

MSCI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달성 비용이 전체 기업 수익의 1.5% 미만에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각자의 상황·역량을 고려해 맞춤형 전략으로 탄소중립을 추구할 여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신뢰성 제고와 품질 향상이 수반된다면, 탄소크레딧 시장이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효과적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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