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기업·금융업계의 탄소상쇄배출권 구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탄소상쇄배출권에 대한 주요 시장의 전망도 엇갈린 상황입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3개 기관의 26만여건 이상의 배출권 거래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청정개발체제(CDM)·골드스탠다드(GS)·베라(Verra) 내 거래 실적이 활용됐습니다.
분석 결과, 2022년 세계 탄소상쇄배출권 거래가 줄어들었단 것이 블룸버그통신의 설명입니다.
26만여건 탄소상쇄 배출권 거래 분석 결과 , 2022년 배출권 거래 ↓ 📉
탄소상쇄배출권이란 외부사업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3자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으면 이를 해당 사업장의 감축량으로 인증하는 것을 말합니다.
산림보존이나 재조림 또는 재생에너지 설비 도입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여러 산림 보호 프로젝트가 약속한 만큼 감축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단 연구가 지난해부터 잇따르자 탄소상쇄배출권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2022년 탄소상쇄배출권 거래는 1억 5,740만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1억 8,990만 톤보다 줄어든 것입니다.
프로젝트 유형별로는 일부 차이가 있습니다.
산림보존 등 비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기반 탄소상쇄프로젝트 내 거래는 전년 대비 29% 급감한 8,310만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기반 탄소상쇄프로젝트 내 거래는 7,430만 톤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습니다. 전체 탄소상쇄배출권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38%에서 2022년 47%로 9%P(퍼센트포인트) 늘었습니다.
신뢰성 논란으로 산림 기반 탄소상쇄배출권 수요가 줄어든 반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인증서를 구매한 후 탄소상쇄배출권을 얻는 식으로 기업들의 구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단 것이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입니다.
‘그린워싱’ 논란 불거진 이지젯, 탄소상쇄배출권 구매 중단 ✈️
일례로 영국 대형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은 2022년 9월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중단했습니다. 이지젯은 앞서 2019년 세계 최초로 VCM에서 탄소상쇄배출권을 구매한 기업입니다. 탄소상쇄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것이 이지젯의 당초 계획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자체적인 감축 노력 없이 탄소상쇄배출권에만 의존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후 영국 정부로부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혐의까지 조사받자 이지젯은 결국 탄소상쇄배출권 구매 중단을 선언합니다.
그 대신 지속가능한항공연료(SAF)나 수소연료전지 같은 기술에 투자하는 등 운항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이지젯은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이지젯이 탄소상쇄배출권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닙니다. 이지젯은 승객들이 이동거리에 따른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도록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 중입니다.
예를 들어 승객들이 홈페이지에서 이산화탄소 1톤 규모의 탄소상쇄배출권을 5유로(약 7,000원) 가격으로 구매하면, 그 수익이 남미 아르헨티나 풍력발전기 건설에 사용됩니다. 해당 사업은 스위스 탄소컨설팅 기업 사우스폴과 공동 운영 중입니다.
이에 대해 이지젯 대변인은 “해당 사업에서 나온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며 “자사의 탄소감축량 인증에도 활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항공사를 이용하는 일부 승객이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원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네슬레·구찌, 탄소상쇄배출권 투자 중단…“일부 기업 탄소상쇄 투자 줄여” 📊
UC버클리(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산하 ‘버클리 탄소거래 프로젝트(BCTP)’의 이사인 바바라 하야는 “탄소상쇄배출권이 주장하는 배출량 감축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이는 종종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탄소상쇄배출권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도 탄소상쇄가 자체 기후목표 달성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 나섰습니다.
식품기업 네슬레의 경우 탄소상쇄 투자를 멈추고 공급망 내 탄소감축을 통해 넷제로에 도달한단 구상입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도 탄소상쇄배출권 구매를 중단하고 홈페이지에서 탄소중립이란 주장을 삭제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레노버 또한 자사의 탄소중립 계획에서 탄소상쇄 투자 비중을 낮췄습니다.
자발적 탄소상쇄 시장 둘러싼 업계 전망, 엇갈려 💸
VCM 내 탄소상쇄 시장에 대한 업계 전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 및 지속가능성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오는 2030년까지 VCM 내 탄소상쇄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보다 높은 2,500억 달러(약 352조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2030년 VCM 내 탄소상쇄시장이 150억 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올 한해 탄소상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이 전망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란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삼림 기반 탄소상쇄 거래 가속화를 위한 비영리단체 이머전트의 설립자인 에론 블룸가든은 “2022년 자발적 탄소시장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탄했습니다.
탄소관리업체 카본다이렉트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까지 더해져 2023년 올해 탄소상쇄배출권 수요는 작년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단 전망도 나옵니다.
BNEF, 탄소상쇄배출권 수요 2030년 11억 톤·2050년 54억 톤 전망 📈
다만, BNEF는 탄소중립 목표를 가진 기업들이 여전히 탄소상쇄에 의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기술이나 운영 변화를 통해 제공할 수 없는 배출량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기업들이 직접공기포집(DAC) 등 탄소상쇄 보다 비용이 더 높은 탄소제거를 통해 배출량 감축을 시도 중이긴 하나, 모든 기업이 이에 동참할 여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BNEF는 탄소상쇄배출권 수요가 2030년 11억 톤, 2050년에는 54억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카일 해리슨 BNEF 지속가능성 연구책임자는 “수천 개의 기업이 탄소중립을 노력하고 있지만 탄소상쇄 없이는 어떤 기업도 도달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BNEF는 탄소상쇄배출권으로 ‘탄소중립’이나 ‘친환경’을 주장하는 기업들은 금세기 중반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5월 유럽의회의 그린클레임지침(GCD) 협상이 타결된 덕분입니다. 협상안에 의하면, 탄소상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친환경 주장은 엄격히 제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