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확대, 테라클 “국내 해중합 기술로 돌파 가능”

연내 패션, 전자기기, 필름 등 상용화 제품 첫선

전 세계적으로 탄소감축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재생플라스틱 의무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재생원료 의무화 비중은 작년 3%에서 올해 10%로 상향됩니다. 연내 의무 대상자 역시 페트(PET) 원료생산자에서 페트병 음료 최종 생산자로 변경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는 실정입니다.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은 고품질 원료 수급이 어려울뿐더러 신재 대비 품질도 낮습니다.

보완책으로 주목받는 화학적 재활용 또한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던 국내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업황 부진으로 사업을 철회하거나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폐기물을 활용하여 재생플라스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재생TPA(테레프탈산)를 대량생산하는데 성공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업 테라클입니다.

 

폐플라스틱 무한 재활용’, 저온·상압 기술로 양산화 성큼

테라클은 2021년 부산에서 설립된 화학적 재활용 기술 기업으로 현재 24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테레프탈산(TPA)과 에틸렌글리콜(EG) 등 플라스틱의 원재료를 생산합니다. TPA는 플라스틱 포장재뿐만 아니라 섬유·필름·자동차·전자제품 등 산업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기초 화학소재이기도 합니다.

테라클의 핵심 기술은 화학적 재활용 방법의 일종인 해중합(Depolymerization)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을 쉽게 설명하면,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단계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횟수를 거칠수록 품질이 낮아지는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이론상 무한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첨가제와 색상에 관계 없이, 복합소재도 재활용이 가능하단 장점도 있습니다. 물리적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도 재활용할 수 있단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해중합은 페트(PET)·폴리우레탄(PU)·나일론 등이 재활용 가능한 기술입니다. 다만 고난도 기술인데다 200도 이상의 고열 또는 고압이 필요해 에너지효율성이 낮습니다. 해중합 중에서도 바이오 효소나 화학촉매를 사용하는 경우, 확장성과 경제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와 달리 테라클은 해중합 반응을 100도 이하의 상압 환경에서 해중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반응 시간도 공정에서 2시간 미만으로 줄였습니다. 이는 에너지소비를 줄여 환경성과 경제성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 3월에는 105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주도 아래 DSC인베스트먼트, 현대차그룹의 제로원펀드, 한국산업은행, 슈미트가 참여했습니다.

 

▲ 전남 여수에 위치한 테라클의 생산설비 모습. 테라클은 올해 6월 충남 당진에 연 4,000톤 규모의 양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Terracle

세계 최초 해중합 TPA ‘톤 단위공급

권기백 테라클 대표는 테라클의 또 다른 강점으로 ‘톤 단위’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해중합 기반 재생TPA 공급사 중에서 톤 단위로 상용화 공급을 실현한 기업은 테라클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테라클은 인천 녹색융합클러스터에 연구실·파일럿(시범) 시설이 위치해있습니다. 권 대표는 “그간 화학적 재활용 업계는 주로 분해 기술에만 주목해 왔다”며 “더 중요한 건 제품화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테라클은 빠른 제품화를 위해 연구만큼이나 설계(엔지니어링) 인력에 공을 들였다고 권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주를 맡기는 다른 기업과 달리 설계팀까지 내부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 결과, 오는 6월에는 충남 당진 합덕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연 4,000톤 규모의 양산 공장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됐단 점이 특징입니다.

권 대표는 “4.000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이 자동화로 돌아가는 현장을 눈으로 보는 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생산된 원료는 고객사로 전달돼 플라스틱 펠릿 등 원자재로 가공됩니다. 권 대표는 현재 여러 고객사가 연내에 테라클 원료를 사용한 자동차 소재, 전자기기 필름, 합성섬유 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재활용 전환율 97% 환경성이 곧 경제성

한편, 화학적 재활용 업계의 가장 큰 과제는 단연 경제성입니다.

생산비용이 석유계 플라스틱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계적 재활용의 생산비용이 신품 생산 대비 더 낮거나 최대 1.2배 수준이란 점과 비교됩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자사 제품이 석유 기반 원료보다는 고가이지만, 해외 유사한 제품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비결로 그는 테라클의 순환기술을 꼽았습니다.

테라클은 재활용 전환율을 97%까지 높이며 2023년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술인증을 받았습니다. 100㎏의 폐기물에서 97㎏ 이상이 재활용됐다는 뜻입니다. 화학적 재활용 기업으로 해당 인증을 받은 기업은 테라클이 최초입니다.

그 결과, 탄소배출량을 석유계 TPA 대비 최대 85%가량 낮출 수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매립·소각 시 발생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의 70%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재활용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용매 역시 100% 가까이 회수해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폐용매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환경 면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생산비용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용매를) 한번 쓰고 버리면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 때문에 용매 회수에도 해중합만큼의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 권기백 테라클 대표가 인천 녹색융합클러스터에 위치한 파일럿(시범)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니엄

EU 등 환경규제 증가…“함께 헤쳐 나갈 파트너 꿈꿔

이밖에 ▲ESG 경영 ▲탄소감축 ▲자원순환 등 다양한 이점도 고객사들이 주목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차량순환성관리(ELV)’ 규제는 제조업 전반의 변화를 촉발했습니다. 2030년부터 자동차의 플라스틱 소재에 재생플라스틱을 25% 이상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사용되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4분의 1은 폐차에서 나와야 합니다.

섬유폐기물에도 생산자책임제도(EPR) 적용이 추진 중입니다. 현재 유럽의회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폐기물기본지침(WFD)’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섬유폐기물의 70% 이상은 플라스틱 등 합성섬유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역시 당초 기한보다는 늦어졌지만 연내 성안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권 대표는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의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 고순도의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공정에 기계적 재활용 원료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석유 기반과 거의 유사한 품질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테라클은 기업에 단순 재생소재 공급을 넘어,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순환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권 대표는 “고객사의 폐기물·사용후 제품을 재활용해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완전한 순환자원체계 구축을 돕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의 자원순환 고민에 해답을 제공해 진정한 클로즈드루프(Closed-loop)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선두주자로 도약한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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