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화된 청정수소 세액공제 확정…“핑크수소도 세액공제 가능”

미국 정부가 청정수소 생산 독려를 위한 세액공제 최종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은 ‘청정수소 세액공제 지침 최종안(이하 최종안)’을 발표·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정수소 생산 시 1㎏당 최대 3달러(약 4,400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수소 생산 생애주기 내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수록 더 많은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재무부가 지침 초안을 공개한 것은 2023년 12월입니다. 당시 엄격한 조건이 포함돼 업계 반발이 거셌습니다. 이후 1년여의 조율 끝에 최종안이 도출된 것입니다.

6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초안 대비 조건이 상당히 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엄격한 초안, 업계 반발로 1년여 표류

기존 초안에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추가성 ②지리적 상관성 ③시간적 상관성 ④온실가스 집약도 등입니다.

쉽게 말해 첫째, 3년 이내 신규 건설된 발전소·신규 발전 용량을 사용해야 합니다. 둘째, 그 전력은 수소 생산지 인근 지역에서 공급받아야 합니다.

셋째, 청정전력 사용 내용을 연·시간 단위로 입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소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4㎏CO2e 이내의 청정수소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수소 생산 세액공제 시행이 추가 전력수요 증가와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제안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 경우 다수의 수소 생산방식이 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원자력발전 기반 핑크수소와 CCS(탄소포집·저장) 기반 블루수소가 대표적입니다.

원전의 경우 ‘3년 이내 신규 건설된 발전소’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신규 원전의 평균 건설 기간은 7년이 넘기 때문입니다. CCS를 사용한 천연가스 기반 블루수소는 배출량이 1㎏당 4㎏*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역시 기준 미달입니다.

업계는 미국 정부가 청정수소 범위를 좁게 국한했다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청정수소 프로젝트도 대거 지연·보류됐습니다.

미국 정부의 주요 정책인 ‘지역 청정수소 허브’에도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7곳의 허브 중에서 2곳이 핑크수소를, 3곳이 블루수소를 생산계획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액공제
▲ H2 허브로 선정된 프로젝트는 전국 16개 주에 걸친 7개 프로젝트로, 예상 청정수소 생산량과 성장 잠재력, 시장경쟁력, 지역 혜택 등이 고려됐다. ©OCED, 그리니엄 번역

주요 기준 대폭 완화 “원전도 청정수소 전력원 인정”

초안 발표 이후 재무부는 3만여 건의 의견서를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국세청·에너지부·환경보호청 등 유관기관 협력을 거쳐 최종안을 도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종안을 살펴보면 산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4가지 조건 중 추가성과 시간적 상관성이 대폭 완화됐습니다.

우선 추가성에서 원전에 대한 별도 기준이 추가됐습니다.

폐쇄 위기의 원전을 수소 생산으로 계속 가동하게 될 경우도 추가성으로 인정한다는 대목입니다. 단, 1기당 최대 200㎿(메가와트)까지만 가능합니다. 재무부는 원전 폐쇄를 회피하는 것 또한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를 시행하는 주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도 추가성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재무부는 현재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가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적 상관성 조건은 적용 시점을 기존 2028년에서 2030년으로 2년 연기했습니다. 2030년부터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당 청정에너지 사용을 증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그린수소 생산기준과 일치합니다. EU는 2029년까지 재생에너지의 월간 사용 증빙을, 2030년부터는 시간당 증빙을 요구합니다.

이밖에도 ▲바이오가스 ▲석탄광산 누출 메탄 ▲재생천연가스(RNG) 등 다양한 출처의 메탄가스를 원료로 하는 수소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산업계·환경단체 모두 ‘대체로 만족’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는 이번 발표가 “수소 프로젝트가 지속되기 위한 확실성을 제공했다”며 “미국을 진정한 그린수소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수소 산업계 역시 이번 발표로 최종안에 대체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료전지·수소에너지협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프랭크 울락은 “마침내 지침이 제정돼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기후환경단체는 기준이 다소 후퇴했다면서도 필요한 조치는 대부분 유지됐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에릭 캄라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수소 정책 책임자는 “(기준에) 유연성이 늘어난 점은 기후 관점에서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수전해 수소 생산으로 인한 기후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핵심조치는 유지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청정수소 앞날, 정치 아닌 경제성에 달려

물론 이번 최종안이 너무 늦게 나온 것 아니냔 비판도 제기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퇴임은 이제 보름가량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시 IRA 폐지를 단언한 바 있습니다.

단, 청정수소 세액공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하는 정책입니다. 이점에서 IRA의 여타 세액공제와 달리 청정수소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엑손모빌 등 빅오일 기업들의 저탄소 전략으로 수소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단 점도 이와 연결됩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주된 과제는 경제성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청정수소 생산비용이 여전히 3~11달러(약 4,400~1만 6,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수소 가격이 1~2달러(약 1,470~2,940원) 수준인 것과 비교됩니다.

청정수소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단 점도 문제입니다.

미국 초당파 연구소 ‘미래를위한자원(RFF)’의 박사후연구원 아론 버그만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새로운 규칙이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생산된 수소의 소비처를 찾는 과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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