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공개했습니다.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1~66%까지 줄인다는 목표입니다.
백악관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35 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2005년 대비 50~52% 감축을 목표로 하는 2030 NDC와 비교하면 대폭 상향한 것입니다.
파리협정 내 ‘진전의 원칙’에 따르면, 당사국은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를 UNFCCC에 제출해야 합니다. 마감기한은 오는 2025년 2월까지입니다.
현재 2035 NDC를 제출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브라질에 이어 미국이 3번째입니다.
이번 발표는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퇴임을 한달여 앞두고 나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후정책 후퇴를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저지선을 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감축목표 2030년 50%대→2035년 최대 66% 상향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감축목표를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 감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61~66% 목표는 상당히 야심찬 수준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NDC에는 2035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최소 35% 감축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메탄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0년 기준으로 28배 높은 온실가스입니다. 이 때문에 메탄 감축은 단기간에 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야심찬 2035 NDC 목표를 설정하게 된 배경에 대한 알리 자이디 미국 백악관 기후고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난 5년간(2020~2024년)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기후정책이 성과를 반영한 목표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초당적인프라법(BIL)이 강조됐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청정에너지 확산을 위해 마련한 대규모 투자 법안입니다.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 역시 바이든 정부 취임 이래 4,500억 달러(약 652조 원)가 넘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민간투자가 발표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이끌고 민간이 주도하는 전략 덕분에 현재의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며 “2035년까지의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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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단체 환영…현실 가능성 우려 ↑ 💬
바이든 정부의 2035 NDC 발표에 대해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야심차면서도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했다”고 환영을 표했습니다.
기후과학단체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UCS)’ 역시 “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나 기후행동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현실적으로 달성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됐습니다. 미국 내 여러 연구에서 지금 수준으로는 2030 NDC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로디움그룹은 IRA와 주정부 차원의 기후법안을 모두 종합할 때, 2030년 감축량이 최대 42%에 그칠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미 프린스턴대 또한 비슷한 예측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의 한 고위 관료는 “현재 (미국은) 최대 45% 감축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트럼프 재선에 IRA 폐지·파리협정 탈퇴 불안감 고조 ⚖️
바이든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가 시행한 IRA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IRA 내 전기자동차 보조금 폐지 내용이 담긴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 내부 문건이 로이터통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BIL 역시 미집행 자금을 화석연료 등 트럼프 당선인이 선호하는 정책에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로디움그룹은 IRA 등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이 전면적으로 폐지될 경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은 2005년 대비 23~34%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30년 NDC를 절반도 못 달성할 가능성이 있단 뜻입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UNFCCC와 파리협정 모두 탈퇴할 가능성도 이미 큽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했습니다.
그는 첫 재임 시절 이미 파리협정 탈퇴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은 파리협정에 재가입했습니다.
미국 기후특사 “지방정부·민간부문 역량 믿어” 💪
이같은 우려를 두고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주정부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행동을 뒷전으로 미룬다 해도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출범한 ‘위아스틸인(We Are Still In)’ 이니셔티브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당시 연방정부의 탈퇴와 무관하게 파리협정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10개 주정부와 2,300여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에도 유사한 움직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주 등 22개 주지사가 참여한 ‘미국기후연합’은 백악관 발표 직후 2035 NDC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기후연합 역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발표를 계기로 결성된 초당파적 주지사 연합입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역시 주정부 차원의 배기가스·연비 규정 강화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해당 규제에 대해 의도적인 전기차 의무화 정책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더욱이 이번 발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가적 기후목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 제시됐단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마니쉬 바프나 NRDC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신규 NDC가 지방정부에 ‘북극성’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지방정부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올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며 지방정부의 기후대응 프로젝트에 43억 달러(약 6조 2,37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발표한 것이 단적인 예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