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8일(이하 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50~4.75%였던 기준금리를 4.25~4.50%로 인하했습니다.
9월 약 4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내리며 0.5%p(퍼센트포인트)를 깎는 ‘빅컷’을 단행한 후 지난달 0.25%p를 인하에 이어 3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겁니다.
한국(3.00%)과의 기준금리 차이 역시 상단 기준으로 종전 1.75%p(퍼센트포인트)에서 1.50%p로 줄었습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2025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4.25~4.50%)를 고려하면 내년 말까지 ‘스몰컷(0.25%p 인하)’ 기준으로 2차례를 인하하겠다는 겁니다.
당초 9월 연준은 내년말 기준금리 전망치(3.4%)와 비교하며 2025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4회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내년도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4회에서 2회로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았다”며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 역시 올라가서 (기준금리 전망을) 여기에 맞추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관세정책 따른 인플레 우려에 움츠러든 연준” 💰
실제로 연준은 내년 말 근원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9월 전망(2.2%)때보다 높은 겁니다. 근원물가는 외부 요인들에 따라 변동폭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를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예상보다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10~20% 보편관세를 공약해 왔습니다. 중국에는 60%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보편관세 예고 여파로 이미 커피 원두 가격이 47년 만에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국인들이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상황을 전한 바 있습니다.
연준 역시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 결정을 신중하게 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속도를 줄여서라도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습니다.
한편, 이날 연준은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9월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같은기간 실업률은 4.4%에서 4.3%로 소폭 하향 조정됐습니다. 최근 3개월 사이 경제가 예상보다 활황이란 평가입니다.
파월 의장은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았고, 내년 역시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경제 하방리스크와 불확실성 모두 낮아졌다”면서도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환율 1450원 돌파 📈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습니다.
주요국 통화에서 미 달러화의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 인덱스는 연준 발표 이후 106에서 108까지 뛰어올랐습니다. 하루 사이 달러화 가치가 1% 이상 급등한 겁니다.
원·달러 환율 1,450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 1,435.5원 대비 16.4원 오른 1451.8원에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급등하며 1,450원 등락을 반복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세계적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488원) 이후 처음입니다. 12월 초까지만 해도 환율은 1,400원 선을 유지했습니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튿날(4일) 야간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0원을 넘은 뒤 최근 1,430원대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미국 연준발 쇼크로 1,450원대를 넘어선 겁니다.
당장 한국은행의 고심은 더 깊어지게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같은 대내외 변수로 경기 위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환율 추이입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치솟을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금리 향방을 두고 한은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새로운 변수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금통위원들과 아직 공식적으로 상의해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투자은행들 역시 평가가 엇갈립니다.
씨티그룹은 한은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할 것으로 봤습니다. 내년 1월 추가 금리 인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이번 발표로 인해 한은의 금리 인하 역시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