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가격이 4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가뭄·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주요 원두 생산지를 덮치며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29일 미국 뉴욕 국제상품거래소(ICE)를 통해 확인한 결과, 거래소 내 ‘아라비카 커피 선물(US Coffee C Futures)’ 가격은 29일(이하 현지시각) 331.6달러(약 46만 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해 10월 31일 245.5달러(약 34만 원)와 비교해 한달새 33%가량 폭증한 겁니다. 2023년 말(186.2달러)와 비교해서는 75%나 오른 겁니다.
아라비아 커피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75%를 차지합니다. 브라질·콜롬비아 등에서 주로 재배됩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에서 가뭄이 심해져 2025년 커피 수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원두 가격이 급등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브라질에서 4월 이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커피나무에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에 미국 농무부는 브라질의 2년간(2024~2025년) 커피 생산량을 이전 예측치 6,990만 톤보다 적은 6,640만 톤으로 예측했습니다.
👉 기후저항성 커피 품종 연구개발에 6100억원 이상 필요
이상기후 따른 공급 부족에 규제·관세 불확실성 ↑ ☕
콜롬비아 역시 올해초 엘니뇨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작황이 부진합니다. 코스타리카·온두라스 등에서는 폭우 피해가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또다른 주요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에서도 건조한 날씨와 수확기 폭우로 인해 공급 우려가 더해졌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 역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원두 선물가격은 올해 80% 넘게 올랐습니다.
네덜란드 라보은행의 카를로스 메라 분석가는 이상기후와 함께 규제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원두 가격에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먼저 규제의 경우 유럽연합(EU)의 삼림벌채규정(EUDR)이 언급됐습니다. EUDR은 삼림벌채·삼림황폐화와 관련된 특정 상품이나 제품이 유럽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커피가 대상 품목에 담겼습니다.
현재 EUDR은 시행이 2025년으로 시행이 사실상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메라 분석가는 브라질에서 EUDR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연기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을뿐더러,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강경한 관세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때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출범을 하는대로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공약했습니다. 최근 그는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도 10%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을 예고했습니다.
공급 부족에 ‘관세폭탄’까지 더해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업체들이 물량을 미리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겁니다.
“원두 가격 상승에 커피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동참” 📈
원두 가격 상승은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상품 거래를 관리하는 스톤X의 토마스 아라우조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모두가 공황사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며 “이같은 일은 이전에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당장 커피업계의 가격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세계 최대 커피 생산업체인 네슬레는 최근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향후 커피 가격을 올릴 것을 예고했습니다.
커피 음료 가격에 원두의 원가 비중은 10%가량입니다.
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올해 8월 커피 등 음료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2년 7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한 겁니다. 모든 음료의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 가격이 각각 300원·600원 올랐습니다.
스타벅스가 가격 조정을 발표한 당시 뉴욕 시장에서 거래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0.2% 오른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인스턴트 커피 업계 1위 동서식품 역시 오름세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 음료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습니다. 2022년 12월 이후 처음입니다.
더벤티·컴포즈커피 등 국내 저가 커피업계 메뉴도 올해 최소 200원에서 최대 1000원 정도 값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