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비상계엄령을 해제했습니다.
그러나 재계는 여전히 긴장감 속에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주요 그룹 모두 상황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며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전날(3일) 밤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사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대외신뢰도 하락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SK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주요 경영진 참석하는 대책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SK그룹 내 최고경영진들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그룹 안팎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HD현대 역시 오전 7시30분께 긴급사장단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습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LG그룹 또한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 중입니다. 해외 고객 문의 대응 역시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는 이날(4일) 새벽 직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삼성그룹도 내부적으로 밤새 상황을 주시하며 긴장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오늘 오전 그룹 경영진이 모인 가운데 비상계엄 관련 여파를 집중 논의 중입니다.
경제단체 공식 논평 자제…주요 행사 대거 취소 ⚖️
주요 경제단체 역시 경영진 긴급회의를 열고 회원사를 상대로 애로사항 접수를 진행 중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아 모두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으나, 주요 행사를 모두 취소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당초 입장을 내려고 했습니다. 단,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논평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측 역시 미리 잡은 주요 회의와 행사가 모두 무산됐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예정된 ▲한국 제너럴모터스(GM) 방문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종합 준공식 ▲인천남동산단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 등을 취소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강화방안’ 발표를 취소했습니다. 당초 중기부는 오늘 오전 8시 최상목 부총리 주재하에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회의 자체가 취소됐습니다. 중기부는 또 이날 장·차관 일정을 모두 전면 취소했습니다.
경제 컨트럴타워 비상 가동…한은 “임시 금통위 열어” 💰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경제 컨트럴타워로서 경제 전반 관리와 점검에 흔들림 없이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재부는 앞으로 매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1급 간부 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입니다.
최 부총리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신용평가사·미국 등 주요국 경제라인, 국내 경제단체, 금융시장 등과 긴밀히 소통하게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오늘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었습니다. 한은은 “비상계엄 직후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해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당분간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한은은 밝혔습니다.
임시 금통위에서 한은은 오늘부터 비정례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시작해 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설 것이란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오늘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됩니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수주 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기유동성 공급 조치를 할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하락세 속 개장 📉
한편, 비상계엄 선포 해제 직후 열린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2% 가까이 하락한 채 출발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내 증시가 개장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날(4일) 오전 9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49.34(19.7%) 내린 2,450.76에 장을 시작했습니다. 코스닥 또한 전날 종가보다 13.21(1.91%) 떨어진 677.59로 개장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날 유권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시가총액 10위 기업들 중 고려아연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주가가 전날보다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며 “야간주식과 선물, 코인시장은 곤두박칠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단 몇 시간 만에 우리 경제는 크게 요동쳤다”며 “국제 신용도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