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주요 금융 규제 기관이 대형 은행에 적용해오던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관리 규정을 공식 철회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 이후 내려졌으며, 당국은 기존의 안전성과 건전성 기준만으로도 충분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통적 리스크 관리로 충분”, 트럼프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해
2023년, 미국 금융 당국은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43조 원) 이상인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 노출도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이 규정은 은행들이 지배구조 수립, 전략 계획 수립, 리스크 보고 체계 정비, 시나리오 분석 등을 통해 기후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준(Fed), FDIC, OCC는 공동 성명을 통해 해당 규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모든 감독 대상 기관들이 규모와 복잡성, 그리고 활동 수준에 상응하는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기존의 안전성과 건전성 기준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관리 원칙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들은 기후 리스크를 별도로 관리할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기존의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 내에서 이를 포함해 다루면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발표는 미국 금융 규제 당국이 기후 변화 리스크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준은 이미 올해 초, 기후 변화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구성했던 내부 전담 조직을 해체한 바 있으며, 이는 기후 이슈가 금융 감독의 과제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연준 이사 미셸 보우만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는 금융 감독이 본연의 역할인 중요 금융 리스크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녀는 특히 기존 기후 규정이 “감독 기준에 대한 혼선을 유발하고, 미국 금융기관의 안정성 강화에는 기여하지 않은 채 규제 준수 비용과 부담만 증가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연준의 감독 부의장을 역임했던 마이클 바 현 연준 이사는 “해당 원칙의 철회는 단견이며,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기후 리스크의 구조적 확대 속에서 금융 당국이 이를 간과하는 것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고 경고했습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역시 기후 변화가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연준의 역할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화석 연료 산업 지원 및 자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기후 규제 완화 흐름은 단기적으로 산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학계와 정책 연구 기관들에 따르면, 지난 200년간 화석 연료 연소와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도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극단적 기상 현상은 주거지와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네이처에 발표된 막시밀리안 코츠(Maximilian Kotz)의 연구 “기후변화의 경제적 부담(The economic commitment of climate change)”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2050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연간 38조 달러(약 5경 4,300조 원)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