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주요 감독기관이 신뢰성 문제에 휩싸였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위원회(ICVCM·이하 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2명이 위원회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방법론을 승인했다며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사임했기 때문입니다.
사임한 위원은 전문가 패널 공동의장을 지낸 램버트 슈나이더 박사와 기후전문가 위르그 퓌슬러 박사입니다.
두 인물 모두 청정개발체제(CDM) 방법론 패널 위원을 역임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전문가는 지난달 위원회가 승인한 레드플러스(REDD+·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 방법론 3가지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해당 방법론의 환경적 무결성이 불충분하다며 위원회가 이를 승인해선 안 됐다고 두 전문가는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패널, REDD+ 방법론 승인에 항의성 사임 ✋
REDD+는 사업이 없었을 경우와 있었을 경우의 삼림벌채를 각각 상정해 탄소배출량을 추정합니다. 이는 사업의 기본적인 베이스라인(기준선)이 됩니다. 이후 REDD+ 사업으로 인해 상쇄한 탄소감축량을 기반으로 탄소크레딧으로 발급합니다.
베이스라인 설정 방법에 따라 과대·과소 발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방법론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2023년 언론 보도를 시작으로 알려진 REDD+ 과대발급 문제는 VCM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0년 설립된 곳이 위원회입니다. REDD+ 등 탄소크레딧 방법론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위원회는 지난해 고품질 탄소크레딧에 대한 국제 인증기준인 핵심탄소원칙(CCP)을 수립했습니다. VCM 인증기관이 위원회의 인증기준을 충족하면 CCP 인증 라벨을 승인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최근 기준에 미달한 REDD+ 방법론을 승인한 점을 항의했습니다.
문제제기와 함께 사임한 퓌슬러 박사는 “해당 방법론은 발행된 탄소크레딧이 충분한 환경적 무결성을 지니도록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슈나이더 박사도 별도 성명을 통해 “위원회는 VCM의 무결성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번 결정은 이같은 믿음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해당 방법론과 같은 승인이 계속된다면 잘못된 선례로 인해 위원회의 무결성이 손상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신규 방법론 연구 결과, 과대발행 가능성 여전 📈
문제가 된 방법론은 3가지입니다.
①ART의 ‘REDD+ 환경 우수성 표준(TREES)’ v2.0 ②베라의 ‘VM0048’ v1.0 ③베라의 ‘관할권·중첩 REDD+(JNR) 프레임워크’ v4.1 순입니다.
위원회는 지난 11월 해당 방법론이 높은 무결성 탄소크레딧 기준을 통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CCP 인증 라벨은 2025년초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개 방법론 모두 기존 REDD+의 문제가 그대로 반복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베이스라인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대신, 지난 5년·10년의 평균치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사항입니다.
이들은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탄소크레딧 품질 이니셔티브(CCQI)’가 VM0048 방법론을 세계 주요 산림 지역 54곳에 적용한 연구입니다.
지난 10년간(2007~2016) 평균 산림벌채율을 베이스라인으로 잡고, 이를 2017년부터 2022년의 실제 평균 산림벌채율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37개 지역에서 실제 산림벌채율이 베이스라인보다 낮았습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REDD+ 탄소크레딧이 과대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방법론의 과대평가 가능성이 거의 없도록 요구하는 CCP의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산림 예치계정(Buffer pool)’이 불충분하고 추가성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CCP 인증을 받았으나 실제 배출량 감소 효과는 없는 탄소크레딧이 대량 발급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습니다.
해당 방법론을 통해 발급되는 탄소크레딧은 최소 4억 2,300만 개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마저도 발행량이 미정(JNR 프레임워크 v4.1) 방법론에 따른 예상 발행량을 제외한 추정입니다.
이전 방법론을 사용하는 REDD+ 프로젝트도 신규 방법론을 신청해 전환할 경우 CCP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ICVCM ‘신중히 고려한 결과’…업계 미칠 파장은? 🤔
에이미 메릴 위원회 최고경영자(CEO)는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사회가 평가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표명한 의견과 입장을 모두 신중히 고려한 결과로 방법론을 승인했다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메릴 CEO는 3개 방법론 모두 CCP의 절차를 준수한다는 것이 이사회의 전반적인 결론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단, 향후 위원회가 방법론이 이행되는 과정을 감시하고 무결성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파장이 쉽게 정리될지는 의문입니다.
문제가 된 방법론 모두 VCM 업계가 문제점을 해결했다며 내놓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베라는 작년 11월 VM0048을 공개하면서 “베이스라인 설정에 최고의, 높은 무결성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위원회 또한 이번에 3개 방법론을 승인하면서 “새로운 방법론이 이전 REDD+ 방법론에서 확인된 우려사항을 해결하고 새로운 높은 무결성 프로젝트 도입할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전히 무결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번 논란은 최근 파리협정 제6조 타결로 시장의 기대가 달아오른 상황에 제기됐단 점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탄소시장의 탄소크레딧 무결성 표준 제정 과정에 ICVCM 등 이니셔티브가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