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2024년 들어 크게 급락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현 추세라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가격 패리티(등가)’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례 배터리 가격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16일 BNEF에 따르면, 올해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은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15달러(약 16만 원)로 기록됐습니다. 이는 작년 평균 가격인 kWh당 144달러(약 20만 원)와 비교해 약 20% 떨어진 수준입니다.
BNEF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2018년부터 배터리 가격이 연간 10%대 하락률을 보여온 점을 감안해도 올해 가격 하락세가 더 두드러지는 모양입니다.
배터리셀 과잉생산·전기차 수요 둔화 등 복합적 영향 📉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하락한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배터리셀 과잉생산 ▲금속·부품 가격 하락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의 전환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이 서로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한 것이 BNEF의 설명입니다.
이중 배터리셀 과잉생산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유독 두드러집니다.
BNE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배터리셀 제조용량은 3.1TWh(테라와트시)에 이릅니다. 이는 올해 리튬이온배터리 전체 수요의 연간 2.5배 이상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단 겁니다.
정작 리튬이온배터리를 가장 많이 탑재하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크게 둔화했습니다.
이에 자동차 업체들 역시 연이어 100% 전기차 전환 계획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가령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생산 목표를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그 대신 하이브리드형 차량 생산에 집중한다는 것이 볼보 측의 설명입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전체 신차 판매 차량의 50%를 하이브리드 등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기존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미뤘습니다.
보고서 주저자 겸 BNEF 배터리 기술 부문 팀장인 에벨리나 스토이코우는 “올해 배터리셀 가격 하락은 금속 가격 하락보다 더 컸다”며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수익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배터리팩 가격 100달러 미만…가격 하방 압력 가해 🔋
여기에 중국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 물량 공세가 배터리 가격 하락세를 주도했다는 겁니다. 올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팩의 경우 kWh당 94달러(약 13만 원)로 모든 지역을 통틀어 가장 낮았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배터리셀 가격은 중국과 비교해 각각 31%와 48% 더 높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의 1.2TWh의 약 92%를 중국이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중국 내 모든 배터리 업체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관은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만큼 중국 내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여기에 주요국은 연이어 중국산 배터리를 겨냥해 관세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BNFE는 “이같은 현상이 배터리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소규모 업체일수록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마진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 2026년 100달러 미만 전망…변수는? 🤔
BNEF는 현 추세로는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평균 가격이 2026년 kWh당 100달러(약 14만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나아가 2030년에는 69달러(약 9만 원)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내연차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이 최소 100달러 미만에 도달해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즉, 2026년부터 저렴한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겁니다.
변수도 많습니다. 보조금 지급 중단 등 정책 변화나 지정학적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가령 독일은 작년 12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빠르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비슷한 양상입니다.
미국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77만 원) 규모의 보조금이 주어집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 건 10~20%대 보편관세 역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그는 중국에 대해 60%대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BNEF는 “새로운 관세가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BNEF는 향후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공급망 내 생산용량 확대가 향후 10년간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 이외에도 나트륨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역시 가격 인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관은 강조했습니다.
단, 중국의 배터리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기술혁신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