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충전소 부족” 볼보자동차, 2030년 전기차 100% 생산 계획 철회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 상당수 하이브리드차 생산 주력 나서

스웨덴 자동차 기업 볼보자동차가 2030년까지 완전히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을뿐더러, 충전시설 확충도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 대신 하이브리드형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사측의 계획입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4일 볼보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전략 수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전기화가 미래라는 점은 여전히 굳게 믿는다”면서도 “전기화의 전환이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며 고객과 시장이 서로 다른 채택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역량만으로는 2030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이 가능하나, 시장이나 고객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로완 회장은 이어 “업계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볼보는 볼보는 2030년이 되면 자사의 세계 자동차 판매 비중의 최소 90%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전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수요 둔화에 GM 등 완성차 업체 전기차 투자 유보 🚗

현재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돼 지리 자회사로 돼 있습니다. 볼보는 2021년 3월 주요 자동차 기업 중 최초로 100% 전기차 제조업체 전환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전통 내연기관차 업체 가운데 최초로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기업인 만큼 볼보의 전기차 계획 철회는 상징성이 큽니다.

한편,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추는 곳은 비단 볼보만은 아닙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 상당수가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생산이나 설비 투자 계획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미 미시간주 전기트럭 공장 가동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6개월 미뤄짐에 따라, 2025년까지 북미에서 10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습니다.

GM의 메라 바라 CEO는 “수익성을 챙기며 책임감 있게 성장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포드자동차는 이미 한차례 미뤘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아예 취소했습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체 신차 판매 차량의 50%를 하이브리드 등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기존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미뤘습니다.

 

 

구조조정 나선 폭스바겐…독일, 전기차 보조금 되살려 💰

이는 보조금 축소와 충전소 미비 등으로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 큽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차에 비해 약 20~30% 정도 비쌉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며 전체 전기차 판매 시장이 둔화됐다는 점을 짚은 바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둔화세가 가파릅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한 것이 주된 배경입니다. 유럽 전체로는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이 2023년 14.5%에서 2024년 14.8%로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입니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하락세가 두드러집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의하면, 올해 독일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7월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20% 줄었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전기차 생산 공장 일부 폐쇄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지난 2일 폭스바겐은 공장 폐쇄와 함께 인력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이틀 뒤(4일) 독일 정부는 지난해 연말 중단했던 전기차 보조금 정책 일부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전기차 세금 감면책의 일환으로 올해 7월부터 2028년까지 구매한 차량에 한해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차 주력…“업계서 대안 떠올라” 🚘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소비자와 업계를 모두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볼보처럼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측은 지난 8월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2028년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40% 늘린 133만 대로 잡았습니다.

지난해 전기차 회사로 공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으나, 올해는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지난 8월 ‘전기차 2.0 산업재편의 시간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존 내연차 중심의 강력한 공급 구조, 수요 측면에서는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 부진이 맞물렸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삼성증권은 “전기차 캐즘(수요 일시 감소)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전기차, 침투율 2018년 5% → 2024년 약 50% 📈

볼보를 비롯한 모든 업체들이 그렇다고 전기차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투자를 늦추는 것이 향후 더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같은 업체들이 주도하는 판으로 굳어질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7월 BYD가 184만 1,000대를 판매하며 작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255.7% 증가했습니다. 2위는 테슬라(95만 4,000대)가 차지했습니다.

이어 지리그룹(64만 5,000대), 폭스바겐(52만 2,000대), 상하이자동차(49만 4,000대) 순이었습니다. 같은기간 현대자동차는 31만 2,000대로 7위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중국산 전기차의 월간 침투율이 올해 7월 약 50%를 돌파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018년 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물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추가관세 부과 등 여러 조치에 나선 상황입니다.

삼성증권은 “(중국산 전기차의) 과도한 공급과잉은 성장성 둔화와 맞물려 급격한 가격경쟁을 촉발했다”며 “업계 탑티어(일류)를 제외한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대대적인 공급망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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