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한국 탄소중립 지원예산 EU 대비 7분의 1 수준에 그쳐”

현 수준으로 저탄소기술 2035년 상용화 어려워…한국형 정책 필요

한국의 탄소중립 지원 정책에 배정된 예산 규모가 주요국 대비 7분의 1수준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재계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서울과학기술대 연구진에 의뢰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제언’ 연구용역 보고서를 지난 27일 발표했습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내년 2월까지 상향된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합니다. 학계에서는 한국의 2035년 감축목표로 51~67%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를 주축으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2030년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입니다.

이중 산업 부문이 2억 3,070만 톤으로 전체 감축목표에서 11.4%를 차지합니다. 기술개발 어려움 등을 이유로 산업 내 탈탄소화는 다른 부문에 비해 어려운 편입니다.

연구진은 탄소다배출업종인 ①철강 ②석유화학 ③시멘트 ④반도체·디스플레이의 저탄소기술이 2035년까지 사실상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2035년 감축목표를 제출하면 이를 후퇴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먼저 감축경로와 수단은 물론 국제사회의 동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산업 부문 배출량 줄어든 까닭은? 🤔

연구진은 먼저 산업 부문 배출량이 2년 연속 줄어든 점을 언급했습니다.

2023년 산업 부문 잠정 배출량은 2억 3,890만 톤입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겁니다.

산업 부문 배출량이 줄어든 가장 주된 원인은 경기둔화로 인해 석유화학·시멘트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9%였습니다. 1998년(67.6%) 이후 최저입니다.

산업 중에서도 석유화학업 배출량이 전년 대비 6.8% 줄었습니다. 수출 감소로 생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시멘트업 역시 건설업 경기 부진으로 같은기간 배출량이 2.3% 감소했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배출량이 같은기간 53.1% 줄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생산량이 줄었고, 반도체는 온실가스 감축기술인 ‘공정가스저감시설’이 확충된 덕입니다.

이와 달리 철강업은 유일하게 작년 배출량이 전년 대비 2.4% 늘었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에 침수됐다가 작년 1월 복구되며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2035년 감축목표, 산업 부문 위한 4가지 정책과제 제시 ⚖️

보고서는 정부에서 발간한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을 근거로 대다수 업종의 저탄소기술 상용화 시점이 2040년에 이를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철강 업종의 경우 수소환원제철은 2040년경에야 전환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화학 업종은 전기가열로로 운영되는 ‘나프타 분해시설(NCC)’이 2040년부터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습니다.

시멘트 업종만 유일하게 2030년경부터 순환원료 대체 같은 저탄소기술이 상용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때 ‘기술의 고착효과(lock-in effect)’를 고려해야 합니다. 저탄소기술이 등장해도 기존에 주류화된 기술시스템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는 계단식 기술전환이 예상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전망입니다.

한경협은 보고서에서 “국내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원 단위 개선율이 제조업 비중 유사국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선택지가 제한돼 산업계에 상당한 비용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2035년 감축목표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경로 설정과 관련해 4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했습니다.

 

 

1️⃣ 감축수단 실현 가능성·비용효과성 검토

첫째,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비용과 거시경제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산업 부문은 여러 세부 업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업종별 배출구조 역시 상이해 각기 다른 감축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부문별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감축수단의 실현 가능성과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 탄소중립 예산 함께 논의돼야

둘째, 2035년 감축목표 수립 시작 시 탄소중립 예산도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연구진은 지난 감축목표가 예산 없이 목표만 설정된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와 달리 주요국은 예산 책정과 법안 논의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로 소개됐습니다. IRA는 재원 확보 이후 입법을 추진하고 수입과 투자 규모 그리고 항목을 모두 세부적으로 제시해 법의 실질적인 효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경협은 다수 이해관계자와의 실질적인 협의가 생략한 탄소중립 경로 설정이 목표 달성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보고서는 2035년 감축목표 수립 과정에서 ‘페이고 원칙(Pay as you go)’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재원 지출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할 때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함께 검토하도록 규정한 원칙입니다.

 

3️⃣ 국제사회 흐름 속 유연한 접근 필요

보고서는 또 유연성 있는 전략의 필요성도 요구했습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 이행 방향에서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구조가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기조 역시 변할 것이란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EU의 경우 기후대응 정책이 극우 세력의 급부상에 따라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보고서는 “최근 극심한 세계 기후정책 기조의 변화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를) 감축목표 설정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4️⃣ 한국형 탄소중립 지원정책 필요

연구진은 저탄소기술 개발이 더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선진국은 탄소중립 관련 기술 및 시장을 선점하고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예컨대 한국의 탄소중립 산업정책에 배정된 예산 규모는 EU와 비교해 최대 7.3배나 격차를 보였습니다. 한국은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4대 다배출업종에 2030년까지 9,352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산업 부문 탄소중립 혁신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정 투자와 더불어 인력과 규제완화 등 제반 환경에도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언급됐습니다.

한국형 탄소중립 산업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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