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석유화학 토론회…‘전기료 감면 vs 재생에너지 전환’ 설전

산업 구조조정엔 공감대, 관건은 우선순위

“(탈탄소화·탄소중립) 다 좋은 얘기인데, 그런 방향으로 가면 여수는 골든타임은 다 놓쳐버린다.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이하 여수상의)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역설했습니다.

토론회는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와 아고라에네르기벤데(이하 아고라) 그리고 여수상의가 공동 주관했습니다.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수출 확대와 환경규제 강화로 위기에 처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이 가운데 탄소중립 대응도 중요하지만 당장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 해소가 시급하다는 업계의 토로가 나온 것입니다.

토론회에서는 석유화학 위기 대응의 우선순위를 두고 산업계와 싱크탱크 간 설전이 계속됐습니다.

 

 

“여수는 특별재난 위기 상황” 정부 긴급 지원 호소 🚨

한 회장은 현재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특별재난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여수산단은 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한 곳입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여천NCC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업체가 다수 자리하고 있습니다. 울산미포산단·대산석유화학단지와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 산단으로 꼽힙니다.

동시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직격타를 맞은 지역입니다. 정밀화학제품보다 범용제품인 에틸렌의 피해가 컸기 때문입니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4,200만 톤 증가했습니다. 이중 중국의 증가분이 2,400만 톤입니다. 같은기간 증가된 수요는 1,400만 톤 증가에 그쳤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 것입니다.

이는 여수 지역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회장은 올해 9월 기준 여수시 지방세 징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현 추세로는 2024년 연간 지방세가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에 사업재편을 위한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같은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한 회장은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빅딜’이 거론되는 LG화학·롯데케미칼 인수합병(M&A)의 경우 독과점 규제로 제재받을 수 있습니다. 두 기업의 에틸렌 시장점유율은 각각 26%와 18%로, 설비 통합시 44%에 달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조선업 불황 때 전남 대불국가산단 사례도 언급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대불산단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하고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지원했습니다. 한 회장은 정부가 현재 석유화학 산단에도 마찬가지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한편, 토론회 전날(13일) 전남은 여수산단 재편과 위기 대응을 위해 ▲석유화학산업의 친환경·고부가 산업으로 재편 ▲탄소중립형 산단 조성 ▲산업 기반시설 확충 ▲규제개선 등 4개 분야 39개 사업 5조 6,48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석유화학 근본적 대전환 필요 “대불산단과 달라” 💬

반면,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는 일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쏟아졌습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은 2016년 대불산단과 현재 석유화학 산업의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그때는 사이클(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 위기였다는 믿음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버틴 것”이라며 “지금의 에너지 대전환은 그렇게 버텨낼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산업 대전환 차원에서 ▲기업 ▲노동자 ▲에너지 요금 등 전체적인 대비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말입니다.

이는 김수강 넥스트 연구원의 발제와도 연결됩니다. 그는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 전환 로드맵’으로 ①구조개편 ②수소·전기화를 통한 연료대체 ③청정원료 개발 및 재활용 확대를 위한 원료대체 등을 제시했습니다.

탄소집약 시설인 ‘나프타 분해시설(NCC)’ 중심의 한국 석유화학 산업을 구조조정하는 동시에 연·원료대체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염광희 아고라 한국담당 선임연구원은 참고할 만한 사례로 독일 화학산업의 탈탄소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독일 화학사 바스프(BASF)는 히트펌프 프로젝트 도입을 위해 독일 정부로부터 3억 1,000만 유로(약 4,610억 원)를 지원받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염 연구원은 한국 정부 또한 석유화학 탈탄소화에 대한 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구을)은 정부 예산 부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데 (예산) 총량 자체가 너무 작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회에도 ‘석유화학포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전남 광양·경북 포항 등 지역 국회의원들이 수소환원제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출범시킨 ‘국회철강포럼’을 벤치마킹하자는 제안입니다.

 

석유화학
▲ 토론회에서는 석유화학산업의 전기요금 문제와 전력화 전환을 두고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왼)과 염광희 아고라 한국담당 선임연구원(오)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그리니엄

가장 빠른 탈탄소 해법 전기화…‘전기요금’ 관건 💰

토론의 쟁점은 결국 ‘전기요금’으로 귀결됐습니다.

싱크탱크들은 단기적인 탄소감축 해법으로는 히트펌프·전기가열로 같은 생산 공정의 전기화가 시급하다고 피력합니다. 염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모두 급등한 독일에서도 바스프가 전기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독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0.17~0.18유로(약 250~266원) 수준입니다. 한국은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전기요금 기준, 1kWh당 182.7원입니다. 독일보다 약간 낮습니다.

반면, 한 회장은 지금 당장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기화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단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그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주요 10개 석유화학업체가 부담한 비용이 1,700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정부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을 10.2% 인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현실적으로 히트펌프나 전기가열로를 감당할 수 있겠냐”고 한 회장은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독일보다는 낮지만 최근 급격히 인상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4년간(2021~2024년) 7번 인상됐습니다. 2021년 1kWh당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은 105.5원이었습니다.

이동철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장은 “전기요금 문제에 공감한다”면서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20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LG화학 “재생에너지는 공공재”…정부 개입 촉구

강재철 LG화학 지속가능부문 담당은 이미 기업 내부적으로 전기가열로 기술과 수소 활용 등 저탄소공정 전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기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보에 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강 담당은 “전기가열로를 지금 (도입)한다 해도 일반 전력이 들어가면 아무 소용 없다”며 “재생에너지가 아니면 소용이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그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시장에 그대로 맡길 게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공공재에 가깝다고 본다”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시을)은 올해 6월 시행된 ‘분산형에너지 특별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거문도 해상풍력발전단지 같은 재생에너지를 여수산단으로 끌어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동시에 여수 지역경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시급한 해결책을 국회에서도 모색하겠다고 조 의원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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