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전기차 생산기지 모습. ©현대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폐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소식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14일(이하 현지시각) 처음 전해졌습니다.

IRA 내 전기차 보조금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46만 원) 규모의 세액공제가 지원됩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 전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억만장자 석유 사업가 해럴드 햄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공화당) 등 두 사람이 논의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버검 주지사를 ‘에너지 차르’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은 전기차 보조금의 운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선거운동에서 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여럿 거론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해당 예산을 수조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예산 조정을 위해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미국 의회의 입법 절차 중 하나입니다. 특정 예산안에 대해 의결정족수의 과반(51표)만 충족하면 법안을 통과시키는 절차입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 결과,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해 다수당 자리에 올랐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 소식에 미국 자동차 업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15일 의회에 전기차 보조금 유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연합은 서한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미래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 굳건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포드자동차·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장기적으로 테슬라에는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은 테슬라보다 경쟁사에 더 치명적일 것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 테슬라의 주요 수입원인 탄소크레딧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IRA 세액공제에 맞춰 투자를 확대해 온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슬로건 아래 미국 생산을 세액공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에만 76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를 투자한 상황입니다. 10월 시범 생산을 시작해 연내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당장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기차 보조금 중단으로 미국 내 수요둔화가 장기화될 시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에 15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는 대거 폭락했습니다. 전날 대비 주가는 LG엔솔은 12.09%, 삼성SDI는 6.81% 하락했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포스코홀딩스와 에코프로머티얼즈 등도 10% 이상 급락했습니다.

이같은 우려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산자부는 “정부는 업종별 간담회를 여는 등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향후 미국 측과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