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서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여러 노력과 갈등 끝에 2035년까지 1조 3,000억 달러(약 1,810조 원) 규모의 신규 기후재원과 국제탄소시장 가동을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손실과 피해나 정의로운 전환, 나아가 에너지 문제 등 다른 의제에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됨에 따라 국제사회 기후리더십 전반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 등을 두고도 개발도상국의 반발은 큽니다. 선진국들이 기존 부담의 3배인 3,000억 달러(약 420조 원)를 기여하기로 했으나, 개도국이 요구해 온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민간투자와 차관(대출) 등을 재원 출처로 인정한 점을 두고 개도국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COP29의 성과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옵니다.
다만, 한국에게 주어진 과제는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한국 기후목표 달성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
COP29 폐막 직후 환경부는 기후총회 주요 성과와 결과를 공유하고 한국의 전략을 논의하고자 지난 26일 서울 중구에서 ‘COP29 대국민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대국민포럼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주제토론에서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소장은 COP29 결과가 한국의 기후대응 정책과 연동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은 “한국의 기후대응 정책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답답하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좀 고통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대응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은 2025년 예산안에서 기후대응 예산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에너지 기술개발 등 각 부처에 흩어진 기후대응 프로그램을 모두 더한 금액은 2025년 예산안 기준 3조 7,528억 원입니다. 2022년과 비교해 22% 줄어든 겁니다.
그는 국내 화석연료 보조금이 10조 원에 이르는 반면, 재생에너지를 모두 합친 보조금 규모가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COP29에서 한국이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오늘의 화석연료상’을 수상한 점 역시 지적했습니다.
이 소장은 “국제적으로는 한국이 신규 기후재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한국 스스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재원과 노력을 쏟고 있는지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35년 감축목표 논의 주목해야…정책 일관성 필요 ⚖️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2030년 감축목표) 이행 현황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는 2035년 감축목표와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내년초까지 유엔에 상향된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2030년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입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한국의 2035년 감축목표 범위로 51~67%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감축목표를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로 수립해야 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COP29에서는 ‘1.5℃ 경로에 부합하는 NDC 이니셔티브’가 출범했습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 노르웨이 등 7개국이 동참했습니다. 말 그대로 1.5℃에 부합한 2035년 감축목표를 수립해 제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현재 한국의 여건을 고려했을 경우 2035년 감축목표를 60%까지 상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2035년까지 얼마만큼의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지 준비를 집중해서 해야 한다”며 “산업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前) 서울대 객원교수이자 현재 파리협정 제6.4조 감독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대균 위원 역시 비슷한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오 위원은 “한국이 (2035년 감축목표로) 어떤 목표를 제출할 것인지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비영리단체 클라이밋액션트래커(CAT) 등이 내놓는 감축목표 이행수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주문했습니다. 이 기관은 각국이 제출한 감축목표를 기반으로 이행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CAT은 한국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계속 높고, 온난화 문제가 크게 해결되지 않은 점을 꼬집은 바 있습니다. 그 결과, 5개 평가 등급 중 가장 낮은 ‘심각하게 불충분’이란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성이 부족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오 위원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클라이밋액션트래커 같은) 단체들이 평가하는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고착화됐기 때문에 한국 역시 그걸 염두하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오 위원은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 눈높이에 맞는 감축목표를 준비해야 한다”며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온실가스종합센터장, 1단계 작업 마무리…연내 공유 📊
2035년 감축목표 수립과 관련해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정은해 센터장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각 부처가 추천한 전문가 72명으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이 2035년 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논의 중입니다. 센터가 기술작업반을 모두 총괄하며, 정 센터장이 반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정 센터장은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해 이후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안을 마련한다”며 “현재 1단계인 2040년까지의 (한국의) 배출 전망 정도를 마련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센터에 따르면, 현 추세로는 2018년 대비 2040년 한국의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배출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아산화질소(N2O)·과불화탄소(PFCs)·육불화황(SF6) 등 다른 온실가스 역시 줄어드는 추세로 추정됩니다.
단, 삼불화질소(NF3)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 중 미세패턴을 파내는 식각 공정에서 활용됩니다. 100년 기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만 7,70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입니다.
정 센터장은 “그간 산정하지 않았던 삼불화질소 역시 (향후 배출량에) 포함해 산정하게 돼 조금 늘어나는 것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냉매 등에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 역시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소불화탄소의 경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현재 약 4%를 차지합니다. 2040년에는 9~10%까지 차지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센터장은 “에어컨에 설치된 냉매에서 (수소불화탄소가) 조금씩 누출된다”며 “누출된 것이 계속 누적돼 (배출량으로) 계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공개한 자료를 기반으로 연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정 센터장은 “언제나 의장국은 COP(기후총회)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이야기한다”며 “진정한 성공은 실제로 이행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