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2027년 지열에너지 구매 계약 체결…”데이터센터 탈탄소 목적”

‘세이지 지오시스템’ 석유시추 기술로 지열에너지 지리적 한계 뛰어넘어

빅테크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가 데이터센터 탈탄소를 위한 지열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메타는 지열에너지 스타트업 세이지 지오시스템(이하 세이지)과의 파트너십을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메타의 데이터센터가 세이지가 설립할 150㎿(메가와트) 규모의 지열발전 시설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용량이 약 3만 8,000가구에 전력에 공급할 정도라고 양사는 밝혔습니다. 세이지의 지열발전 시설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메타는 “세이지와의 협력을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지역에서 새로운 첨단 지열에너지 기술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은 인공지능(AI) 확장으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 급증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메타 지열에너지 계약, ‘샤이엔 데이터센터’ 대비 나서 ⚡

구체적인 지열발전소 건설 예정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북미 로키산맥 동쪽을 염두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특정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을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로키산맥 동쪽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미국 와이오밍주가 가장 유력합니다.

앞서 지난 7월 메타는 와이오밍주 샤이엔에 8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AI 시대를 대비한 데이터센터로 2027년 가동될 예정입니다.

사측은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다양한 전력원을 전력망에 계통연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에 기존 태양광·풍력 계약까지 포함해 메타가 구매한 재생에너지 규모는 총 1만 2,000㎿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열에너지
▲ 세이지 지오시스템이 2023년부터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서 운영 중인 지압·지열시스템 파일럿 시설 모습. ©Sage Geosystems

세이지 선택 이유는? “지열에너지 한계 뛰어넘어” 🌐

그렇다면 메타가 선택한 세이지는 어떤 기업일까요?

2020년 설립된 세이지는 차세대 지열에너지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지열에너지는 태양광·풍력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단 장점을 지닙니다. 동시에 특정 지질학적 지역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미국의 경우 서부 일부 지역에서만 지열에너지를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현재 미국 전력 생산량에서 지열에너지의 비중은 0.4%에 불과합니다.

이에 세이지는 기존 지열발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일명 ‘지압·지열시스템(GGS·Geopressurized Geothermal System)’ 기술입니다.

지하 3,200ft(피트·약 1㎞) 깊이에 수직의 저수조를 만듭니다. 이후 압력을 가해 지하에 물을 저장합니다. 지하에 저장된 고압 상태의 물은 지열을 통해 또 한번 압력이 높아집니다. 이후 필요할 때 저장된 고압의 물을 지표로 끌어올린 뒤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여타 차세대 지열에너지가 수압파쇄를 활용해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차이점은 GGS의 이름처럼 지열뿐만 아니라 압력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측은 덕분에 다양한 지질 여건에서도 에너지 추출이 가능할뿐더러,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이지는 현재 해당 기술을 사용해 2023년부터 텍사스주에서 최대 1㎿ 규모의 파일럿(시범)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세이지의 지압·지열시스템 기술은 지열과 지압을 활용해 지리적 위치와 관계 없이 지열에너지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DOE, 그리니엄 번역

지압·지열 잠재력, ESS에 적용…첫 시설 텍사스주 건설 🔋

지압·지열 에너지의 잠재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세이지는 지압·지열 에너지를 에너지저장에 활용하는 방안에 먼저 주목해 왔습니다.

지난 13일 사측은 텍사스주에 최초의 지압·지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파일럿 시설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3㎿ 규모로, 전력을 최대 6~10시간까지 저장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지압·지열 발전과 같습니다. 발전소의 잉여 전력을 사용해 지하에 고압으로 압축된 물을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텍사스주 소재 석탄발전소와 연계해 진행됩니다.

다만, 사측은 이번 ESS 시설에서는 지열이 아닌 지압만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압을 활용한 ESS를 검증한 이후 지열 활용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신디 타프는 자사의 시설에 대해 일종의 ‘흙 배터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압·지열 ESS가 기존 배터리 ESS 대비 비용은 높지만 에너지를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배터리 ESS는 최대 6시간 저장이 가능한 반면, 지압·지열 ESS은 최대 10시간까지도 저장이 가능합니다.

사측은 기존의 석유시추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덕에 GGS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는 세이지 공동설립자들의 배경이 역할을 했습니다.

타프 CEO는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셸 출신으로 35년 근무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공동설립자 랜스 쿡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레브 링 회장도 석유·가스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지녔습니다.

에너지 기업의 투자도 잇따랐습니다. 미국 석유시추 기업 체사피크에너지와 나보스인더스트리가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까지 세이지가 조달한 투자액은 1,700만 달러(약 227억원)로 파악됩니다.

 

세이지 협력 확대, 美 에너지부 지열 가속화 뒷받침 💪

사실 메타와의 발전 프로젝트는 세이지로서는 매우 야심찬 계획입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ESS 파일럿 프로젝트 규모도 3㎿에 불과합니다. 2027년 메타에 약속한 150㎿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4년 만에 50배 확장해야 한단 뜻입니다.

야심찬 계획의 배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너지부의 지열 가속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부는 ‘에너지 어스샷’의 4번째 프로그램 대상으로 지열발전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 빅테크 기업들에게 청정에너지 생산에 더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고 지난 6월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 “많은 빅테크 기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많은 기업이 청정 기저부하 전력에 대한 수요를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기저부하 전력이란 장기간 공급이 가능한 안정적인 전력원을 말합니다. 날씨 영향이 적은 지열에너지는 대표적인 청정 기저부하 전력으로 꼽힙니다.

메타와 세이지의 협력이 미국 차세대 지열 개발 촉진 워크숍에서 발표된 것도 이와 관련됩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 에너지부는 6개 지열 프로젝트에 대해 3,100만 달러(약 414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 또 다른 美 지열에너지 스타트업, 올해 2.4억 달러 유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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