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내각 인선 본격화, 환경보호청장에 ‘미국 우선주의 투사’ 지목

화력발전소·차량 배기가스 등 환경규제 완화 본격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보호청(EPA) 수장으로 리 젤딘 전(前)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을 지명했다고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EPA는 국민 건강과 자연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규제 정책을 이끄는 독립행정기관입니다. 이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은 규제 철폐의 주요 대상으로 EPA를 지목해 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젤딘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진정한 투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공정하고 신속한 규제 완화를 보장함으로써 미국 기업이 힘을 발휘하게 하면서 동시에 최고의 환경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함에 따라 EPA 청장의 상원 승인도 무난하게 진행될 전망입니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 내정자 “에너지 우위·산업 활성화” 💪

젤딘 전 의원은 지명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합류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미국 에너지 우위를 회복하고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해 미국 일자리를 되찾고 인공지능(AI)의 세계적 리더로 만들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깨끗한 공기와 물에 대한 접근성을 보호하면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 “깨끗한 공기와 물을 원한다”다고 강조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분석됩니다.

그의 말과 달리 트럼프 2기에서 EPA의 역할은 환경보호 보다는 규제 완화에 찍힐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젤딘 전 의원이 환경 관련 경험이 거의 없을뿐더러 오히려 기후·환경규제에 반대 의견을 여럿 피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젤딘 전 의원 지명 소식에 “1970년 창설 이래 가장 큰 폭의 EPA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그는 지난 9년간(2015~2023년)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냈습니다. 미국 환경보존유권자연맹(LCV)은 그의 환경 관련 의정활동에 대해 14점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는 2022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도 출마했습니다. 당시 그는 주요 공약으로 ▲민주당의 프래킹 금지 철회 ▲파이프라인 건설 승인 ▲건물 탄소세 중단 등을 공약했습니다. 당시 뉴욕주에서 통과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법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습니다.

주지사 선거 낙선 후 젤딘 전 의원은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에 합류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2021년 트럼프 재집권 대비 정책 의제를 정리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프로젝트 2025’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규제 완화와 중앙정부 권력 약화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례적 발표, 트럼프 규제 완화 의지 반영 📢

EPA 청장 지명이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EPA 청장은 다른 주요 내각 발표가 이뤄진 뒤 나오는 편입니다. 트럼프 1기 시절 EPA 청장은 12월에나 발표가 됐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규제 완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 EPA가 이끌어 온 환경규제 대부분이 철폐되거나 완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는 ▲화력발전소 탄소배출량 규제차량 배기가스 규제유해 화학물질 규제 ▲독성 살충제 금지 등이 포함됩니다.

실제로 트럼프 1기(2017~2020년) 동안 폐지된 환경규제는 100여개에 달했습니다. 예산도 3분의 1로 삭감됐습니다.

이번에는 1기보다 더 큰 개편이 나올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전직 EPA 직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EPA를 개편할) 준비를 더 잘 갖추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환경보호청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으로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주 등이 거론된다. ©Doug Burgum, Flickr

미국 에너지 정책 이끌 수장은?

미국 기후정책의 양대 산맥을 이끌어온 에너지부 장관에 누가 앉을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에너지부는 청정에너지 확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LPO)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2기에서 에너지부는 180도 전환돼 화석연료 규제 완화와 에너지 산업 확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LPO를 포함한 에너지부 산하 기관 다수를 폐지하거나 개혁할 계획입니다.

이를 이끌어갈 인물로는 공화당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유력합니다.

대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부통령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입니다. 그는 석유·천연가스 업계를 대변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노스다코타주는 미국 내에서도 주요 화석연료 생산지입니다.

이밖에도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에너지부 장관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요 내각을 맡았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①앤드류 휠러 전 EPA 청장 ②데이비드 베르나르 전 내무부 장관 ③댄 브루일렛 전 에너지부 장관 등입니다. 모두 환경규제 완화를 지지하거나 화석연료 로비단체 관련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확장 도울 ‘에너지 차르’에 더그 버검 거론 💬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더그 버검 주지사를 “에너지 차르(Energy Czar)”로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차르는 슬라브어로 군주·황제를 뜻하는 말입니다. 영미권에서는 주로 고위 공무원의 비공식 직함으로 사용됩니다.

해당 직책은 석유·천연가스·석탄 생산 확장을 돕기 위해 기관 간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로 알려졌습니다.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태스크포스’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기관은 화석연료의 수요 제한이 아닌 공급 확대로 에너지 전략을 재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이 이미 기후와 에너지에 대한 행정 명령과 대통령 선언문을 준비한 상황이란 보도도 나왔습니다.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작업에는 “2명의 전직 내무부 간부와 화석연료 로비스트”가 참여했습니다.

여기에는 EPA 권한 축소 및 규제 완화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 폐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방 정부의 투자 혜택 중 40%를 소외된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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