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14조원 투자” 英 청정에너지 공공투자 기업 ‘GB에너지’ 설립

국가 주도 투자에 산업계 반발도..“민간 억제 우려”

최근 총선 승리로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본격적인 청정에너지 육성 사업에 나섰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청정에너지 공공투자 기업 ‘그레이트브리티시에너지(GB에너지)’ 설립을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발표했습니다.

GB에너지는 스타머 총리의 기후공약 중 하나입니다. 국가 소유의 청정에너지 공기업을 설립해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안보 육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에너지가격 경감 또한 목표입니다.

GB에너지는 청정에너지 기술 및 프로젝트를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영국 정부는 GB에너지에 향후 5년간 83억 파운드(약 14조 7,60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영국 정부는 GB에너지 설립을 위한 법안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GB에너지 신설, 청정에너지 공공투자 나선 英 💰

영국 정부는 GB에너지의 역할이 크게 5가지라고 밝혔습니다.

①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②청정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③지역전력 계획 ④공급망 구축 ⑤원자력 구축 등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해상풍력발전, 조력발전, 수소 생산·저장, 탄소포집 등의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재원은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걷은 횡재세로 충당됩니다.

영국은 2022년부터 에너지 이익 부담금을 명목으로 자국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추가 부과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데 따른 것입니다.

이번 소식은 민영화의 상징인 영국이 에너지 공기업 설립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의 자원은 우리 모두의 소유이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말합니다. 단, 전력 부문의 국유화는 아닙니다.

공적 자금을 통해 지역사회의 청정에너지 투자를 돕는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청정에너지 투자가 에너지위기, 기후위기, 일자리위기 등 영국이 처한 복합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은 2030년까지 ▲탈탄소 전력 생산 ▲육상풍력 2배 ▲태양광 3배 ▲해상풍력 4배 증대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해상풍력 등 대규모 투자, 에너지 요금 경감 목표” 📉

같은날 영국 정부는 GB에너지의 첫 프로젝트도 발표했습니다.

영국 왕실자산공사 ‘크라운 에스테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발굴한다는 계획입니다. 크라우 에스테이트는 영국 내 각종 토지와 건물을 보유·관리합니다. 영국 갯벌의 55%와 해저, 대륙붕 소유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은 GB에너지가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토지를 임대해 해상풍력을 개발하기 위함입니다.

2030년까지 최대 20~30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의 83억 파운드 투자를 마중물 삼아 최대 600억 파운드(약 106조 7,300억원)의 민간투자를 이끌어 낼 것을 기대한다고 스타머 총리는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GB에너지의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가구당 연간 에너지 요금을 300파운드(약 53만원)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도 재차 확인했습니다.

 

국가 주도에 업계 반발도..“민간투자 억제 우려” 😢

일각에서는 공공기업이 해상풍력 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정부가 이같은 프로젝트에 앞서 업계 관계자들과의 상의가 없었단 점을 짚었습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GB에너지가 수소·탄소포집 등 더 초기의 청정에너지 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입니다.

영국은 일찍이 풍력산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2023년 기준 영국의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세계에서 중국에 이은 2번째 입니다.

이미 민간 주도의 시장에 정부가 난입하며 민간투자를 억제하거나 불공정 경쟁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영국 에너지 기업 스코티시파워는 정부가 청정에너지 투자에 있어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민간투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보수당의 클레어 코치뉴 전(前)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은 GB에너지가 가정의 비용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수백만 파운드 규모의 에너지기업들이 겪을 위험을 줄이는데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재정적 블랙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밖에도 ▲전력망 부족 ▲지역사회 수용성 ▲환경 영향 등의 장벽도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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