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이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성공했습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제59회 서민원(하원) 조기총선 선거 결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압승을 거뒀다고 지난 5일 보도했습니다.
영국 하원 선거는 차기 총리와 정부 구성을 결정합니다.
개표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전체 650개 선거구 중 411석을 차지했습니다. 노동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2010년 패배 이후 14년 만입니다.
개표 작후 보수연합당(이하 보수당)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즉각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신임 총리에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올랐습니다.
기후대응 후퇴를 주도했던 보수당이 패배함에 따라, 영국의 기후정책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단 기대가 나옵니다.
英 노동당 14년 만 압승…신임 총리 ‘키어 스타머’ ⚖️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는 이미 예견됐습니다.
출구조사에서는 410석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실제 개표에서는 411석을 얻으며 대승을 거뒀습니다. 하원의장을 맡은 린지 호일 의원을 포함하면 412석입니다. 하원의장은 관례에 따라 소속 정당을 탈퇴해야 합니다.
이에 노동당 역사에 남을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전까지 여당이었던 보수당은 121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직전 선거의 373석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참패한 것입니다. 2022년 총리를 맡았던 리즈 트러스(보수당) 전(前) 총리도 지역구에서 패배를 맞았습니다.
그밖에 ▲자유민주당 72석 ▲스코틀랜드 국민당 9석 ▲영국개혁당 5석 ▲녹색당 4석 등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개표 직후, 수낵 총리는 즉각 총리직 사임을 발표합니다.
그는 이번 패배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은 영국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사임을 밝혔습니다. 그는 지역구 당선으로 의원직은 유지된 상황입니다.
신임 총리로는 인권변호사 출신 법조인인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올랐습니다. 스타머 신임 총리는 당선 연설에서 “변화는 이제 시작된다”며 영국의 재건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14대 영국 검찰총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20년부터 노동당 당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2016년 브렉시트 이후 5번째 총리 교체…“기후정책 달라질까” 🤔
수낵 전 총리의 사임으로 영국은 2022년 이후 3번째 총리 교체를 하게 됐습니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로는 5명째입니다.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권 교체가 기후대응에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은 그간 수낵 전 총리의 기후정책 축소에 반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수낵 전 총리는 2023년 영국의 기후정책을 크게 후퇴시키면서 ‘역주행’한단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발표된 내용은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시점 연기 ▲화석연료 보일러 규제 완화 ▲쓰레기 재활용 정책 추진 취소 등입니다.
같은해 에너지안보를 위해 북해 석유·가스전 수백 곳의 개발 면허를 승인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스타머 총리, 공공 청정에너지 기업 설립에 14조원 약속 💰
반면, 스타머 총리는 여러 기후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먼저 공공 소유의 청정에너지 투자기업 ‘그레이트브리티시에너지(GB에너지)’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친환경에너지에 80억 파운드(약 14조원)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 자금 2배 ▲육지풍력발전 2배 ▲해상풍력발전 4배 ▲태양광발전 3배 등을 공약했습니다.
북해 석유·가스전 면허와 관련해서는 신규 면허는 발급하지 않겠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수낵 전 총리가 2035년으로 연기했던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시점도 복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점은 2030년으로 거론됩니다.
2030년까지 탈탄소 전력 생산을 달성하겠단 공약도 내걸었습니다. 이미 영국은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오는 9월로 폐쇄됩니다.
다만, 전문가 대다수는 정책 상당수가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천연가스가 주요 쟁점입니다. 2023년 기준 천연가스 기반 전력은 영국 총발전량의 30%를 상회합니다. 여기에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신규 천연가스발전소 건설도 발표한 상황입니다.
한편, 기후정책이 기존 노동당 입장보다는 축소됐단 지적이 나옵니다. 일례로 스타머 총리의 80억 파운드 투자는 2021년 노동당이 공약한 연간 280억 파운드(약 49조원) 투자에 비하면 축소된 규모입니다.
노동당 압승·보수당 참패 원인? “중도 보수화·극우 성장 드러나” 🗳️
이번 총선은 지난 5월, 수낵 당시 총리가 갑작스러운 조기총선을 발표한데 이은 것입니다.
보수당 지지율이 20%가량 낮은 상황이었습니다. 영국 경제침체와 이민자 문제 급증,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 붕괴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이에 상황을 뒤집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과적으로 보수당은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오히려 크게 2가지에서 영국 내 보수화 기조가 확인됩니다.
첫째, 좌파로 분류되는 노동당이 다소 보수적으로 돌아섰습니다. 실제로 노동당은 경제 안정과 기업 투자, 불법 이주문제 대응 강화 등 다소 보수적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중도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입니다.
둘째,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 지지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에 대한 불만이 심화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영국개혁당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영국개혁당은 극우성향 정당으로 분류됩니다.
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는 ’브렉시트의 아버지’이자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1999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되며 정치를 시작했지만, 영국 총선에서는 7번이나 낙선을 거듭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7전 8기로 당선에 성공했습니다.
정당 차원에서도 5석을 얻어내며 영국 하원 입성에 처음으로 성공했습니다. 정당 득표율은 14%에 달했습니다. 노동당 33.8%, 보수당 23.7%에 이은 3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