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부상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중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지난 6일 전화 통화에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상급 통화에서 머스크 CEO가 배석했다는 뜻은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입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수화기를 머스크 CEO에게 건넸고, 머스크 CEO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는 약 7분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같은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방증하듯 트럼프 당선 후 테슬라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선거 이튿날(6일) 테슬라 주가는 하루 사이 14.75%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 배석한 소식이 전해지자, 테슬라 주가는 다시 8% 급등했습니다. 8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321달러(약 45만 원) 선에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머스크가 맡는 ‘정부효율위’…로보택시 날개 다나? 🚗
머스크 CEO는 2025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와 정부 개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당장 그는 다음 행정부 인사 결정 논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중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어 머스크 CEO에게 위원장을 맡길 것이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이는 정부 각 부처의 예산 낭비성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지출을 모두 삭감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기회가 된다면 미국을 위해 봉사하길 원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어떤 급여·직책·인정도 필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위원회의 주요 감사 대상으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유력합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0월 유세 현장에서 정부효율위를 이용해 최소 2조 달러(약 2,786조 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말도 밝혔습니다. 2024년 미국 연방정부 지출액 6조 7,500억 달러(약 9,405조 원)의 3분의 1을 줄인다는 구상입니다.
단, 이를 두고 터무니없는 규모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중도 우파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선임연구원은 2조 달러 삭감 목표에 대해 “똑똑한 사업가 한 명이 수조 달러의 낭비를 찾아낼 수 있다는 환상”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선출되지 않은 위헌적인 연방 관료집단은 대통령·입법부·사법부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정부효율위 구성 시 테슬라의 자율주행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머스크 CEO는 자율주행을 통한 차량 공유 대중화 시대를 목표로 2025년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주에서 로보(무인)택시 사업을 시작한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는 관련 승인을 내리지 못한 상황인데, 정부효율위가 이 규제를 승인해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 경우 테슬라가 부담해야 할 승인 절차 비용 역시 대폭 줄어듭니다.
마찬가지로 머스크 CEO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역시 주요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모두 바이든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 엄격한 규제에 얽매였고, 여러 사고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연준, 대통령 지시받아야” 지지 의사 밝힌 머스크 💸
머스크 CEO는 벌써부터 미국 정책에 있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대선 투표일(5일)부터 하루 평균 100여개에 달하는 정치 관련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지난 나흘간(5~8일)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만 400여건에 달합니다.
그는 대선 기간 엑스를 주요 선거 운동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대통령이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지지를 표했습니다. 그는 해당 주장을 펼친 마이클 리 상원의원(공화당·유타주)의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100점을 뜻하는 이모티콘을 달았습니다.
리 상원의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일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해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힌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연을 끝내야 하는 또다른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이 글에 머스크 CEO가 지지의사를 밝힌 겁니다.
관례적으로 연준의 의장은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의장의 임기가 보장됩니다. 또 현행법상 연준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 CEO가 이같은 주장을 대놓고 지지한 것을 두고 CNBC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압박을 구체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18년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 당선인은 본인이 임명한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 차례 임기가 연장된 파월 의장은 2026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지난 7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행 4.75~5%에서 4.5~4.75%로 0.25%p(퍼센트포인트) 내렸습니다.
머스크 말 한마디에 촉각 곤두세운 청정기술·AI 업계 💰
이와 별개로 머스크 CEO의 영향력은 청정기술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현 추세로는 그의 말이 트럼프 행정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간 머스크 CEO는 본인을 ‘친환경주의자’나 ‘엄청난 친기후주의자’로 소개해 왔습니다. 기후문제를 태양광·배터리·전기자동차 같은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이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와는 대비됩니다.
이와 관련해 폴리티코·더힐 등 현지 정치전문매체들은 머스크 CEO의 생각이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단, NYT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적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워싱턴 D.C 내 주요 로비스트와 청정기술 투자업계가 머스크 CEO의 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공지능(AI) 역시 큰 격변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AI의 신뢰와 안전성을 둘러싼 규제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 관련 비영리단체 얼라이언스포퓨처의 브라이언 차우 이사는 “AI 안전을 둘러싸고 완전히 다른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하는 이유를 ‘식민주의’에 비유했습니다. 매체는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은 백일몽일지 모르나, 머스크 CEO는 본인의 집과 가까운 백악관을 식민지화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테슬라·스페이스X 등 본인의 주요 사업의 규제를 철폐할 수 있을뿐더러, 이익도 우선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 사람의 ‘동맹’ 관계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매체는 분석했습니다.
“트럼프는 스포트라이트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파트너인 머스크가 유명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더 그렇다.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통신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