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로보(무인)택시 ‘사이버캡(CyberCap)’의 시제품을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로보택시는 테슬라가 공을 들이는 핵심사업입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대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로보택시는 당초 올해 8월 공개 예정이었으나, 이번달로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워너브라더스의 영화촬영 스튜디오에서 행사를 열고 사이버캡 시제품을 선보였습니다.
2인승 차량인 사이버캡의 차량 내부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모두 없었습니다. 카메라로 상황을 인식하고 AI가 운전하는 방식입니다.
머스크 CEO는 이날 로보택시의 대당 가격이 3만 달러(약 4,000만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2027년 이전까지 대량생산할 것이란 목표도 공유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내년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델3·모델T에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도입하고 운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완전자율주행 기능은 항시 운전자의 감독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사이버캡과 별도로 최대 20명이 탑승 가능한 자율주행 전기 ‘로보밴(RoboVan)’ 시제품도 이날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이튿날(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8.78% 폭락한 217.80달러(약 29만 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958억 달러(약 940조 원)로 하루 사이 670억 달러(약 90조 원)가 증발했습니다.
테슬라의 주요 투자자들 역시 전반적으로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가격 외 규제 해결 등 계획 공개 안 돼” 🚘
투자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로보택시 정보가 추상적인 사업계획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현황이나 규제 극복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행사 직후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우리는 실망했다(We, underwhelmed)’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제프리스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진행상황을 검증할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또한 이번 행사에서 로보택시의 세부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테슬라가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이익 로드맵 대신 머스크 CEO의 비전만 강조됐다는 것이 바클레이즈의 평가입니다.
미국 투자회사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CEO이자 테슬라 투자사인 낸시 텡글러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텡글러 CEO는 블룸버그통신에 “유일하게 구체적인 것은 사이버캡의 가격이 3만 달러 이하란 것뿐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역시 행사에서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개선에 대한 세부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특히, AI 기술을 로보택시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공개되지 않은 점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배런스 “이미 언급된 내용 다수”…수익 창출 방안 ‘공백’ 💸
머스크 CEO가 말한 사이버캡의 양산 시점을 두고도 회의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머스크 CEO는 사이버캡이 2027년 이전까지 대량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이버캡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생산될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투자기업 트리플트레이딩의 데니스 딕은 로이터통신에 “(로보택시는) 모든 것이 멋져 보이지만 (생산) 일정 측면에서 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며 “주주로서 상당히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머스크 CEO가 행사에서 (로보택시와 관련해) 말한 거의 모든 내용이 이미 이전에 언급된 내용”이라고 짚었습니다.
테슬라가 무인택시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 규제당국으로부터 어떻게 승인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세부내용 역시 없었습니다. 신규 서비스 출시 시 수익 창출 방안이 공백인 점도 지적됐습니다. 매체는 “안전이나 주행데이터도 결여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머스크 CEO는 이를 두고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행사에) 언론을 초대하지 않아, 이들이 불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측은 현재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테슬라 차량 프로그램 관리자, 경쟁사로 이직 💼
행사 직전까지 테슬라 주가는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감 속에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테슬라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로보택시 공개 직전 테슬라의 핵심인력들이 경쟁사인 웨이모로 이탈한 점이 불안요인입니다. 웨이모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소유한 자율주행 개발업체입니다.
행사 직전인 지난 7일 테슬라 차량 프로그램·신제품 통합 책임자였던 다니엘 호가 웨이모로 이직한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그는 테슬라에서 모델Y와 사이버트럭 개발을 이끌고, 로보택시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그의 밑에서 일하던 테슬라 최고자동차프로그램 책임자인 다니엘 장도 최근 회사를 떠난 것이 추가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을 비롯해 테슬라의 최고임원진 4명이 행사 직전까지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13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할리우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머스크 CEO의 약속은 허세가 많고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매체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