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성장세가 전기차 부문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24일(이하 이하 현지시각) 테슬라가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내놓은 분석입니다.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 성장률이 작년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동시에 ESS 부문은 2024년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ESS 사업이 자동차보다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수년간 예측했다”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 부업인 ‘ESS’에서 대박난 이유는? 🤔
테슬라의 4분기 실적 발표 다음날, 회사 주가는 12% 이상 급락했습니다. 4분기 전기차 수익성이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2024년에도 성장률 하향을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ESS 부분이 높은 성장세를 보여 이목이 쏠렸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4분기 ESS 배치는 전분기 대비(QoQ) 소폭 감소했습니다. 2023년 한해 ESS 총배치량은 14.7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대비(YoY)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나아가 테슬라는 에너지 사업부의 이익도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부서는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 사업이 속합니다. 태양광 설치가 전년 대비 36% 감소했단 점을 고려하면 ESS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글로벌 물류·유통 영향으로 태양광 보급이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2024년에는 ESS 사업의 판매·수익 성장률이 전기차 사업을 앞지르게 될 것”이란 것이 테슬라의 전망입니다.
테슬라가 ESS에 집중하는 이유 “에너지 기업 도약 위한 발판”🔋
ESS가 테슬라 전체 사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2023년 기준 테슬라 총매출 967억 7,300만 달러(약 128조원) 중에서 자동차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5%입니다. 그 다음 서비스·기타(8.6%), 에너지 사업부(6.2%) 순입니다.
그러나 테슬라 비전에서 ESS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는 테슬라의 마스터플랜에서 잘 드러납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결합해 모빌리티·가정·산업 내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테슬라의 구상입니다.
테슬라는 ‘종합 에너지 기업’을 목표로 합니다. 배터리 기반의 ESS는 재생에너지 기반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ESS 확장에 서두르는 모양새입니다.
그 비전을 현실화하는 첫걸음이 2016년이었습니다.
당시 테슬라는 주거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기업 솔라시티를 20억 달러(약 2조 6,4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태양광 시스템과 가정용 ESS를 통합해 판매한다는 전략입니다. 솔라시티와 ESS 사업부가 통합돼 지금의 에너지 사업부가 완성됐습니다. 마스터플랜 2를 발표한 것도 이때입니다.
테슬라의 ESS 사업은 주거용에서 시작해 대규모 프로젝트로 점차 확대됐습니다. 2012년 처음으로 주거용 ESS 시스템인 파워월을 출시했습니다. 이후 2015년 파워팩(기업용), 2019년 메가팩(유틸리티용)을 연이어 출시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큰 그림, LFP에 있었다?” 🗺️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메가팩 프로젝트입니다.
메가팩은 단일 저장용량 3.9MWh(메가와트시)에 달하는 ESS입니다. 대형 유틸리티용으로 개발됐습니다. 가정, 공장,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을 모두 저장할 수 있습니다. 가변성이 높은 풍력·태양광 발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고가의 배터리를 대규모로 설치로 인한 비용 문제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테슬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2020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슬라는 ‘인산철배터리(LFP)’로의 전환을 선택합니다.
LFP 배터리는 기존의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코발트와 망간 등 핵심광물이 사용되지 않아 비교적 저렴합니다. 그간 에너지 밀도는 낮고 부피는 커서 전기차 업계에서는 홀대 받았습니다.
당시 테슬라는 저가형 전기차 개발을 위해 일부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던 중 LFP 배터리가 ESS 분야에 더 적합하단 사실을 발견합니다. 고정식인 ESS에는 큰 질량과 거대한 부피라는 단점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1월 실적 발표회에서는 머스크 CEO가 모든 ESS의 LFP 전환을 암시하며 재차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테슬라의 ESS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23년 에너지 사업부 총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54% 증가했습니다. 같은기간 자동차 사업(15%)과 서비스 및 기타(37%)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뚜렷합니다.
테슬라 美 네바다주에 신규 ESS 공장 건설…‘중국 리스크’ 걸림돌 될까 🇨🇳
이러한 성장세에 힘 입어 테슬라는 메가팩 생산시설을 늘릴 계획입니다.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네바다주 스팍시스에 신규 메가팩 공장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의 유휴 장비를 구입해 메가팩을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6년 이후 가동될 예정이며, 초기 생산량은 10GWh로 시작해 점차 확장된단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번 소식과 관련해 중국 리스크가 테슬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이 에너지안보를 위해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나선 가운데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단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차 세액공제 배제 대상인 해외우려기업(FEOC)에 중국을 포함시킨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중국 기업과 협력이 필요한 미국 완성차 기업과 중국 리스크 관리를 원하는 정치권 간의 갈등이 거셌습니다.
미국 배터리 공장 설립에 CATL과 기술제휴를 맺은 포드자동차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건은 IRA 보조금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으며 미 하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습니다. 작년 9월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가 현재 규모가 3분의 1로 규모를 대폭 축소해 재개됐습니다.
블룸버그가 인터뷰한 익명의 취재원이 “CATL는 장비 설치 외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테슬라 측은 해당 장비 구매 계약을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비용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비판은 피할 것”…중국 리스크 위험 여전 😥
테슬라 성장에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공급사도 CATL입니다. 주요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 상하이의 경우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전기차 친화 정책의 수혜를 입었습니다.
나아가 지난해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메가팩 전용 공장인 메가팩토리 건설을 발표하는 등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네바다주 신규 공장 설립이 그간의 중국 중심 생산 체계에서 미국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그럼에도’ CATL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한계도 명확합니다. 기존의 메가팩이 CATL의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ATL의 장비를 구입한 만큼 관련 장비 설치도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테슬라는 네바다주 신규 공장 건설 또한 기존 CATL의 배터리 설계를 따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포드 사례와 달리 테슬라는 “CATL의 개입을 최소화해 중국 의존에 대한 비판을 피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테슬라 청사진]
① 전기차 기업 테슬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장에 진심인 이유는?
② 전기차 기업 테슬라, ‘세계 판매량 1위’ 타이틀 뺏겨도 연연하지 않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