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개 기업 ‘생물다양성 공시’ 참여 선언…“한국 기업 선제적 대응 필요”

“자연 관련 정량적 목표 설정 중요…이행현황 보고해야”

이르면 2026년부터 ‘자연자본공시’가 시행됩니다.

자연자본공시는 기업경영이 자연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흔히 ‘생물다양성 공시’로 불립니다.

‘자연자본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공시는 기후공시보다 더 어렵고 난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생물다양성은 측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생물다양성 공시 자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유럽연합(EU)은 물론 주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도입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기업들 역시 생물다양성 공시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자연 관련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2024년 글로벌 장기 리스크’에서 기후환경과 관련된 항목은 작년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리니엄

“생물다양성 파괴로 2030년까지 경제적 손실 ↑” 📈

주우영 국립생태원 팀장은 지난 16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개최한 ‘제15회 ESG 온(ON)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세미나는 ‘기업의 생물다양성 이슈 대응 능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주 팀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연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인용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향후 2년간 인류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습니다.

2034년까지 장기적으로 보면 인류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손실이 언급됐습니다. WEF는 당시 “기상이변과 급격한 지구시스템의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이 모두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 강화된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주 팀장은 생물다양성 손실이 기후문제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기업들 역시 상당 부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해 2030년까지 10조 달러(약 1경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 주 팀장의 설명입니다.

이는 TNFD를 중심으로 자연자본에 관한 공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배경과 이어집니다. 작년 9월 자연자본공시에 대한 최종 권고안이 나왔습니다. 최종 권고안을 두고 추가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소·지역’ 생태계 파악, 정량적 목표 설정 중요 🦜

주 팀장은 기업들이 발 빠르게 생물다양성 공시 의무화를 대비해야 한단 목소리를 피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지역별 생태계적 특성입니다.

주 팀장은 “기후공시는 탄소와 관련해 얼만큼 배출하고 저감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러나 자연과 관련한 부분은 세계 전체를 플러스(+)나 마이너스(-)로 표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생태계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같은 생태계적 특성을 고려해 평가하는 것이 (기후공시와의) 가장 핵심적 차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자본 평가체계를 설명했습니다. TNFD 권고안과 ‘자연자본 평가 접근법(LEAP)’ 가이드라인에서 나온 지표와 평가방법이 소개됐습니다.

LEAP 접근법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됩니다.

먼저 ①기업과 관련된 자연의 위치를 파악하는(Locate)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②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측정(Evaluate)합니다. 그리고 ③기업이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Assess)한 후 ④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공시를 준비(Prepare)하는 내부 실사 체계입니다.

 

 

주 팀장은 LEAP 접근법에서 ‘장소·지역(L)’ 부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생태계의 각 요소가) 기업의 위치와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자연에 얼마만큼 의존하고 있고, 기업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평가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팀장은 “기업들이 정량적으로 자연 관련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이행상황을 매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반도체 기업의 경우 자연자본 리스크 중 하나로 수생태계가 언급됐습니다. 반도체 생산 시 물소비량이 막대한 만큼 영향도 크기 때문입니다. 수질과 별개로 수생태계 관련 부분 역시 중요하게 관리할 영역으로 보인다고 주 팀장은 덧붙였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의 경우 직접 공시보다는 대기업이나 협력사의 공급망과 연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 2024년 6월 30일 기준, 전 세계 416개 기업 또는 기관이 2025년까지 자연자본 정보를 공시할 것을 약속했다. ©TNFD

416개 기업 생물다양성 공시 참여 선언…한국은? 🤔

한국 역시 생물다양성 공시 대비에 나섰습니다. 환경부를 주축으로 올해 초에 ‘자연자본공시 협의체’도 결성됐습니다. 환경부 이외 대한상공회의소·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와 자연자본공시를 준비 중인 13개 기업, 법무·회계법인 4곳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TNFD에 따르면, 6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416개 기업이 2025년까지 자연자본 정보를 공시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선언에 참가한 기업은 5곳(기업 4곳·협회 1곳)에 불과합니다.

여기에는 신한금융그룹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날 발제에서는 생물다양성 공시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신한금융의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신한금융은 2022년에 TNFD에 가입했습니다.

양민경 신한금융지주 부부장은 “(작년부터) 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고서를 국내 금융권 최초로 발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3년 보고서에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해 LEAP 접근법과 생물다양성 관련 시범 분석 수행 결과가 담겼습니다. 해당 분석은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과 공동으로 진행됐습니다.

올해 역시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양 부부장은 “올해는 1차에 했던 것을 좀 더 고도화시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며 “주식·채권·대출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자연자본과의 위치적 연계성을 파악하고 또 정량적으로 분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은 자체 2030년 생물다양성 로드맵에 따라 올해부터 3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먼저 생물다양성 영향 관리입니다. 향후 투자 포트폴리오에 생물다양성 영향 지표 중 하나인 ‘생태계 발자국’ 모니터링·관리가 추가됩니다.

둘째는 자연자본 리스크 관리 고도화입니다.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재무적 영향까지 측정한다는 구상입니다.

셋째는 연례 공시 정례화입니다. 앞으로도 TNFD에 기반해 생물다양성 공시와 보고서를 이어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고도화가 대표적입니다. 양 부부장은 “(해당 부분이) 기업에게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룹사 내부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존활동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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