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국)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화상 연설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탄 발전의 전략적 가치 강조하며, AI 시대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석탄 발전 확대 정책을 암시했습니다.
이는 취임 직후 선포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은 어떠한 기상 조건이나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인 전력원”이라며,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천명했습니다.
그는 “그들이(발전소들이) 원하는 것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고, 백업으로 석탄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깨끗한 석탄이죠”고 발언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의 가격 경쟁력이 석탄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S&P Global의 댄 톰슨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은 유틸리티 기업에게 단기적으로 ‘원하는 대로 하라’는 백지수표를 준 것과 같다”면서도, 이는 시장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BC 뉴스도 이런 석탄의 복귀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4년의 단기적 정책적 결정과 장기적 시장 트렌드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리니엄이 미국의 에너지 산업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 보았습니다.

구조적 전환에 앞둔 美 석탄 발전
2025년 1월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206개로, 전체 전력 공급의 16%를 담당합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2024년 10월 통계에 따르면, 2040년까지 총 51개 발전소가 추가 폐쇄될 예정이며, 이는 현재 석탄 발전 설비의 약 25%에 해당합니다.
주목할 점은 2023년 수행된 경제성 분석에서 미국 내 석탄 발전소의 99%가 재생에너지 설비 대비 운영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는 석탄 발전 회귀 정책이 직면한 근본적인 경제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AI 시대의 늘어난 전력 수요와 에너지 전환의 딜레마
급격한 AI 성장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미국 내 전력 수요 증가세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비영리 연구기관 로키마운틴연구소(RMI)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틸리티 기업들은 2035년까지 전력 수요가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두드러집니다. 우드매켄지의 크리스 세이플 애널리스트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간 10~20%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여기에 배터리, 태양전지, 반도체 제조 등 첨단산업의 급성장으로 향후 4년간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추가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업 내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내 정책적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정책 연구소의 데이비드 포메란츠 소장은 “제조업과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를 석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술적, 경제적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전력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석탄 발전이 최적의 대안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추세와의 괴리성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2024년 1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2023년 태양광 발전이 처음으로 석탄 발전을 추월했습니다. 풍력발전도 역시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을 모두 상회했습니다.
오하이오 강 유역연구소의 션 오리어리 선임연구원은 “석탄은 근본적으로 비경제적이며, 향후 발생하는 신규 전력 수요의 대부분은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이 이미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을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공급망 점유율 80%를 확보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차 등 핵심 산업 생태계에서도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EU는 리파워EU(REPowerEU) 정책을 통해 2023년 화석연료 의존도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로스탯(Eurostat)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44.7%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화석연료 발전(32.5%)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트럼프의 석탄 발전 정책, 에너지 전환 메가 트렌드에 미풍일 것.
트럼프 행정부의 석탄 발전 회귀 정책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및 시장 메커니즘과 상충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 발전, 환경 지속가능성이 상호 보완적 관계로 이어지는 세계적 메가트렌드 속에서, 트럼프의 석탄 회귀 정책이 가지는 근본적 한계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EU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서 트럼프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이 지연될 수 있으나,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우위, 기업의 탈탄소화 정책 기조,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가 오히려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와이오밍대학교 경제학과 롭 고드비 교수도 “4년 단위의 행정부 정책으로는 유틸리티 기업들의 장기 투자 결정에 근본적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