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 인력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 나서

스웨덴 공장에 핵심 역량 집중…이외 건설 계획 모두 연기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이자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인 노스볼트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인력 감축과 함께 배터리 시스템 사업도 일부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사측은 성명을 통해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과 단기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 결과를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인력과 회사 사업 운영 범위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규모와 관련해 노조와 이야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스볼트에는 현재 약 7,000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스볼트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칼손은 “노스볼트의 운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재정적 안정성과 운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힘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생산 차질·전기차 시장 위축 속 12억 달러 순손실 기록 📉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스웨덴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했습니다. 유럽 배터리 시장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생산 차질과 전기자동차 시장 위축 등 악재가 겹치며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높은 배터리 불량률로 인해 BMW그룹 같은 주요 고객사가 항의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2023년 사측은 12억 달러(약 1조 6,07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2억 8,500만 달러(약 3,815억원) 대비 큰 폭으로 급증한 겁니다. 같은해 매출은 1억 2,800만 달러(약 1,715억원)에 그쳤습니다.

칼손 CEO 역시 올해 들어 회사 운영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졌음을 인정했습니다. 지난 6월 그는 스웨덴 현지매체에 회사의 확장 계획이 일부 너무 공격적이었다”며 “지금 (확장 계획)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7월부터 전략 재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에 공개된 것입니다.

 

노스볼트, 기가팩토리 건설 연기…생산시설 재조정 나서 🔋

노스볼트는 인력 감축과 더불어 배터리 생산시설 역시 재조정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먼저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있는 기가팩토리 내 양극재 생산시설은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양극재 생산을 위해 인수한 인근 부지도 매각합니다.

폴란드 그단스크에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스템 공장 역시 일부 또는 전체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파트너와 투자자오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볼보자동차와 합작으로 독일·캐나다에 추가로 건설하려던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기가팩토리 건설 연기와 관련해 주요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상 중이라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그 대신 노스볼트는 셸레프테오 공장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입니다. 2022년 설립된 공장으로 작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연간 16GWh(기가와트시)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낮은 가동률로 생산 물량이 1GWh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BMW와 맺은 20억 달러(약 3조원) 맺은 대규모 납품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이 계약은 삼성SDI에게 넘어갔습니다.

이보다 앞서 노스볼트는 미국에 소재한 연구 자회사인 큐버그도 폐쇄했습니다.

연구개발(R&D) 연구를 ‘노스볼트랩스’로 통합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큐버그에 속했던 직원 200여명 역시 일찍이 정리해고됐습니다.

 

 

“기가팩토리 건설 연기에 촉각 곤두세운 독일·캐나다” 🤔

노스볼트는 사업 재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안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가팩토리 건설이 진행되던 독일과 캐나다는 노스볼트의 이번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양입니다.

노스볼트의 독일 기가팩토리는 연간 생산능력 60GWh를 목표로 합니다. 이미 올해 3월 착공식도 열렸습니다. 착공식을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노스볼트의 투자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투자란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 기가팩토리 역시 연간 60GWh를 목표로 합니다. 캐나다 정부와 퀘벡 주정부의 지원 아래 총 70억 캐나다 달러(6조 9,030조원)가 투자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세액공제도 포함됩니다. 이 기가팩토리는 2026년 가동을 당초 목표로 했습니다.

이달초 피에르 피츠기번 퀘벡주 전(前) 경제혁신에너지부 장관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노스볼트 기가팩토리 건설이 12~18개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브앤메일·CBC 등 캐나다 매체들은 기가팩토리 공장 건설 연기 소식을 우려하는 현지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다만, 파올로 체루티 노스볼트 북미 지부 CEO는 건설과 채용은 계속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습니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일자리 감축이 없을 것”이라며 “홈페이지에 올라온 일자리에 대한 채용 공고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칼손 CEO는 “핵심산업에 집중하는 방향이 유럽 배터리 산업을 구축할 수 있는 장기적 기반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독일 등 다른 지역의 기가팩토리 건설을 연기하는 대신 노스볼트는 본사가 소재한 스웨덴 사업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소재한 ‘노스볼트 에트’의 모습. ©Northvolt

충전소 부족 등 유럽 업체 전기차 완전 전환·투자 연기 🚘

한편, 노스볼트의 사업 재조정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위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자 이에 납품하는 배터리 업체 역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 상당수가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 계획을 속속 연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역시도 전반적으로 줄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충전소 확대가 늦어지는 등 사업 전반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례로 지난 4일 볼보자동차는 2030년까지 완전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그 대신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벤츠 역시 전체 신차 판매 차량의 50%를 하이브리드 등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기존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미뤘습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둔화세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유럽 전체로는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이 2023년 14.5%에서 2024년 14.8%로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입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한 것이 주된 배경입니다.

얼마전 폭스바겐은 독일 전기차 생산 공장 일부 폐쇄와 함께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 일부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모빌리티 사업부의 팀 어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일 CNBC에 “업계 전반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만큼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며 “정부와 제조업체 모두 일종의 실용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그룹 ING의 운송·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리코 루만은 “(전기차 전환 연기 결정이) 매우 불확실한 환경에서 수익성과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유럽의 전기차 판매 둔화가 여러 이유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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