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속 주요국 산업정책서 ‘경제안보’ 대두…한국수출입은행, 韓 맞춤형 정책 필요

청정기술 두고 패권 갈등…우방국·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가시화

기후대응·탈탄소화를 위해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도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효율적인 정책 설계와 정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국 산업정책과 산업별 국내 공급망 변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는 연구소 산업경제팀의 이현진 책임연구원 주도로 작성됐습니다.

27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연구소는 유럽연합(EU)·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크게 3가지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①첨단산업 주도권 보호 ②공급망 안전성 확보 ③친환경 목표 달성 순입니다.

 

‘경제안보’ 필요성 대두…보조금 경쟁 심화 🌐

보고서는 국가 주요 의제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가 대두된 시대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안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아직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상품·서비스·공급망 자립과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국가가 앞장서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보호무역주의에 앞장선다는 뜻입니다.

미국·중국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공급망 대란이 불거지자 경제안보가 대두됐습니다.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EU·중국 중 한 주체가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경우 1년 이내 다른 주체가 동종 상품에 대해 보조금으로 맞대응한 사례가 전체 73.8%로 집계됐습니다.

A 국가가 보조금으로 한 산업을 육성하려 나서면 B 국가 역시 보조금으로 대응했다는 말입니다. 이에 맞서 반(反)덤핑 조사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청정기술 등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 안간힘” 🗺️

산업정책의 대상 역시 품목이 전반적으로 확대됐습니다.

2018년 이전에는 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만 산업정책 대상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첨단기술(반도체·의료 등) ▲이중사용(드론·양자통신 등) ▲탄소감축(전기자동차·배터리 등) ▲핵심광물 등 전반으로 넓어졌습니다.

보고서는 “기존 산업정책은 비용 대비 효과와 시장교란, 혁신 저해 등 이유로 1960년대 중반 이후 점차 감소했다”며 “최근 산업정책 또한 유사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장기가 정부 주도로 역내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 중후반부터는 육성 범위가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이에 미국·EU 같은 서방 국가들을 위협으로 느끼고 견제에 나섰습니다.

서방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대두된 이유입니다. 탄소중립·핵심광물 등 과도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해당 분야의 공급망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자국·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구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수출통제개혁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등이 대표적입니다. EU 역시 핵심원자자재법(CRMA)이나 자체 반도체법 등을 제시했습니다.

일본도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을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 안전성 확보에 나섰습니다.

2022년 5월 발효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 좋은 사례입니다. 중요물자 공급망 강화, 사회기반시설 안전성 확보,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지원, 특허출원 비공개제도 등 4개 시책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과 경제안보를 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해양·사이버·우주항공 등이 첨단기술로 들어갔습니다.

이같은 견제가 계속되자 중국 역시 타개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국 산업에 비우호적인 산업저책에 대응하고자 일부 핵심광물과 관련해 수출통제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투자환경 최적화를 위한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주요국 산업정책, 韓 산업 영향 가시화 🤔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 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다변화와 현지공장 구축 등으로 주요국 산업정책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국내 주요 제조업의 해외투자 지역이 2022년 전후로 크게 변화한 점을 짚었습니다.

배터리의 경우 2023년부터 국내 원자재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리튬·망간·코발트 등 중국산 수입의존도는 2022년 대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RA 등으로 인한 중국 핵심광물에 대한 공급망 다각화 시도의 결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IRA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북미(또는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서 생산된 핵심광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비율은 2023년 40%에서 2029년 90%로 단계적으로 증가합니다.

같은기간 자동차 산업도 일부 원자재 최대수입국 의존도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마그네슘 등 일부 원자재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반면, 반도체는 2023년 관련 원자재 최대수입국 의존도가 전반적으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리콘 등 반도체 제조를 둘러싼 공급망 리스크가 높다는 말입니다. 중국에 위치한 생산공장들이 계속 가동 중인 것도 불안한 요인입니다.

마그네슘 등 일부 원자재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국내 주요 산업이 주요국의 산업정책으로부터 영향받고 있다는 겁니다.

 

효율적 정책설계·정보체계 갖춘 韓 산업정책 필요 ⚖️

보고서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개입과 산업정책 도입이 타당하다”며 “효율적인 정책설계와 성과 추적을 위한 정보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산업정책이 국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주요국의 방향성과 국내 경제·산업 강점을 고려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재차 강조했습니다.

국내 공급망 정보 통합 필요성과 함께 우방국 간의 정보교류도 활성화돼야 합니다. 효율적인 산업정책의 설계와 성과 평가를 위해서는 공급망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일부 국가의 국제무역 데이터 업로드가 중단됐습니다.

적어도 우방국과 적극적인 외교협상을 통한 공급망 정보교류를 통해 정보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내 공급망 협정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IPEF는 세계 최초 공급망 분야 다자간 국제협정입니다. 공급망 위기 발생 시 회원국 14개국이 공동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한국 역시 가입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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