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국내 ESG 공시 2025년 → 2026년 이후로 연기”…이유는?

"로드맵 발표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

금융당국이 당초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기업 상당수가 ESG 공시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지 못할뿐더러, 미국 등 다른 주요국도 관련 제도의 의무화를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ESG 금융추진단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금융위는 “국내 ESG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며 “구체적인 도입시기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추후 확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산 2조 코스피 상장사, 2025년부터 ESG 공시?…“대기업도 준비 안 돼” 📊

금융위는 2030년까지 국내 기업의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기업공시 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21년 1월 발표된 이 방안은 환경(E)·사회(S)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거래소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2025년부터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금융위는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해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단, ESG 공시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나 세부 지침이 공개되진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ESG 공시에 대한 기업 의견(대기업 59곳·중견기업 41곳)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들조차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조사에서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전체 56%였습니다.

*책임면제기간: 책임면제기간은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검증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일정 기간 ESG 공시정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뜻한다.

 

▲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당초 2025년부터 도입하려던 기업들의 ESG 공시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니엄

2025년 시행 예정이던 ESG 공시가 연기된 배경은? 🤔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ESG 공시를 2026년 이후 연기한 배경에 대해 크게 3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1️⃣ 주요국 ESG 공시 의무화 지연

미국 내 ESG 공시는 자율에 맡겼으나, 2022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 초안을 제안하며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대응 방안 공시를 의무화하고, 재무제표에 기후 관련 정보를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SEC는 오는 10월까지 해당 규정을 확정하고, 2024년부터 상장사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시를 적용한단 계획입니다.

다만, 스코프3 배출량 포함 여부를 놓고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아 최종안 공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24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확정했습니다.

 

2️⃣ ESG 공시 참고 기준인 ‘IFRS-ISSB’ 기준이 최근에야 확정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산하 기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상장사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이 기준은 강제성은 없으나, 국제 기준으로 활용된단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또한 이 기준을 참고해 공시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주요하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최근에야 확정된 만큼, 이를 반영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단 것이 금융위의 설명입니다.

 

3️⃣ 기업들의 ESG 공시 연기 요청

금융위는 ESG 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ESG 공시 도입 시기를 3~4년 정도 늦춰야 한단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대한상의 또한 기업들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공시 도입을 연기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 부위원장 “(ESG 공시는) 경제와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탄소저감 등 기술혁신의 유인이 된다”며 ESG 공시 실행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도입 초기에는 제재 수준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ESG 금융추진단 제3차 회의에서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ESG 공시 기준·가이드라인·로드맵 발표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 🗺️

ESG 공시 연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립니다.

먼저 재계는 금융당국의 ESG 공시 의무화 연기 결정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ESG 공시 연기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5일 ‘ESG 공시 의무화 조기 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을 주문했습니다.

한경협은 보고서에서 크게 ESG 공시에 대한 ▲명확한 기준·가이드라인 부재 ▲준비기간 촉박 ▲공시 위한 인력·기반시설 부족 ▲법률 리스크 확대 ▲공시에 불리한 산업구조 등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상윤 한경협 CSR 본부장은 “ESG 공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국내 여건에 맞는 ESG 공시 제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의 이경영 지속가능투자 전문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모두 ESG 공시 의무화 계획을 세웠으나 이행 일정에 부담이 있다”며 “일정 연기는 후퇴가 아니라 제도가 원활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정책 의지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ESG 공시 연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된다고 했으나, 이를 위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그리고 로드맵 모두 여전히 나오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당초 금융위는 올해 3분기까지 ‘국내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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