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기업 BMW가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와의 장기 배터리 공급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양사는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두 기업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양사가 이전에 맺은 배터리 공급계약은 파기됩니다. 해당 계약은 2020년 체결됐습니다. 당시 계약 규모는 20억 유로(약 2조 9,500억원)에 달합니다. 두 기업 모두 구체적인 계약 취소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1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노스볼트의 지속된 공급 연기가 계약 취소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독일 경영전문매체 매니저매거진은 “주요 고객인 BMW가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노스볼트 주요 고객·투자사인 BMW, 공급계약 돌연 취소 발표” ✋
2015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조달해 배터리의 순환성을 높였습니다. 리튬·니켈·흑연 등 핵심광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덜 받는단 점도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데이처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에 의하면,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은 138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합니다.
이에 BMW는 지난 2020년 노스볼트와 20억 유로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러나 4년 만에 계약은 결국 취소되고 맙니다.
매니저매거진에 따르면, 공급계약 취소 원인 중 하나는 2년 넘게 계속된 공급 지연입니다.
BMW는 당초 노스볼트의 배터리를 2022년 출시 예정인 전기자동차에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최신 전기차 모델인 BMW ▲i4 ▲i7 ▲iX 등입니다. 이를 위해 스웨덴 베스테르보텐주에 위치한 노스볼트의 ‘셸레프테오 기가팩토리’는 2022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본격 생산에 들어갔어야 할 공장은 2023년 한해 낮은 가동률로 생산 부진을 겪습니다.
노스볼트는 올해 초부터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합니다. 지난 2월 프레드릭 헤드룬드 노스볼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배터리 생산량이) 주당 수천 개에서 수만 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사이 BMW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자연히 노스볼트 배터리가 적용된 플랫폼은 몇 년 내에 단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BMW로서는 공급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입니다.

취소 물량, 노스볼트 전체 계약 4% 차지…“공급 연기 반복이 문제” 🤔
BMW는 노스볼트와의 협력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협력을 집중한다는 것이 양사의 계획입니다. 노스볼트와의 계약 취소로 인한 물량은 삼성SDI가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노스볼트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회사 수주액은 550억 달러(약 76조원)로 파악됩니다. 계약을 체결한 주요 고객들은 ▲BMW ▲볼보그룹 ▲폭스바겐그룹 ▲스카니아 CV AB 등 입니다. 이중 BMW와의 계약 비중은 약 4%를 차지합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생산 지연 자체입니다.
노스볼트는 스웨덴 전기트럭 생산 기업 스카니아와의 공급계약도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초 공급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6월 기준 공급량은 주당 1만 6,000개~2만여개에 불과합니다. 주당 약 20대의 전기트럭을 생산할 수 있는 양입니다.
스웨덴 경제전문매체 ‘다겐스 인더스트리(DI)’에 따르면, 가동 이후 셸레프테오 기가팩토리의 9개월간 생산량은 79.8MWh(기가와트시)에 불과합니다. 목표 생산량 16GWh의 단 0.5%에 해당합니다.
생산 지연의 여파가 노스볼트의 미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건설·계획 중인 노스볼트 기가팩토리들은 2025년 시작으로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현재 스웨덴과 독일에서 각각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캐나다에도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노스볼트가 스웨덴의 양극재 공장 건설을 취소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습니다.

난관 부딪힌 기후테크 유니콘, “기술 선진국 EU? 이젠 韓·中 배워야” 🇰🇷
노스볼트의 생산 지연이 계속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중 하나로 높은 배터리 불량률이 꼽힙니다. BMW는 계약 취소 사유 중 하나로 노스볼트의 배터리 품질이 “아직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전기차전문매체 일렉트라이브에 의하면, 실제로 BMW를 포함한 대부분의 고객사들이 생산 및 품질 문제로 노스볼트에 회사내 전문가를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에서는 이런 사태의 원인으로 노스볼트의 기술 및 경험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영국 버밍엄대 경영대학원에서 산업 전략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베일리 교수는 이번 노스볼트 사태가 유럽이 직면한 과제를 보여준다고 논평했습니다.
수십년 간 경험·규모화·저비용 등을 갖춘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을 단기간에 따라잡는데 유럽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단 것이 베일리 교수의 분석입니다.
지난 2022년 노스볼트가 배터리 불량률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장비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교체했단 보도가 단적인 예입니다.
일부 전문가 “정부 보조금 의존 녹색투자의 한계” 💸
일각에서는 노스볼트의 현 상황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녹색투자의 한계란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의 돈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격언입니다.
스웨덴 기업가이자 보수 성향의 유명 방송인인 헨리크 욘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문구로 노스볼트의 상황을 논평했습니다.
노스볼트가 그간 여러 유럽 국가에서 보조금 및 신용 보증을 받았지만 결국은 실패했단 것. 현재까지 노스볼트가 받은 EU 보조금만 900억 크로나(약 11조 7,300억원)에 달합니다.
이밖에도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백 주정부는 캐나다 기가팩토리 건설에 각각 44억 달러(약 6조원)와 29억 달러(약 4조원) 출연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그는 기업이 친환경을 명분으로 “이익은 자신들이 취하고, 위험과 비용은 납세자에게 떠넘겼다”며 현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BMW 노스볼트 공급계약 파기 모아보기]
① BMW, 기후테크 유니콘 노스볼트와 2.9조원 공급계약 파기
② “사망 원인 아직 미확인” 노스볼트, 올해만 노동자 3명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