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지속가능성금융 확대, 인프라 구축 우선돼야”

중소기업 녹색전환 위해 대기업 상생대출·스코프3 의무공시 강조

“잔칫상을 차렸는데 주인은 구경만 하고 손님들만 맛있게 먹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민상기 에너지경제조정국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지속가능성금융 해외석학 초청 워크숍’에서 남긴 말입니다.

64조 원에 달하는 한국 해상풍력 시장이 열린 상황에서 외국 기업만 분주한 상황을 잔칫상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뒤처진 원인으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워크숍은 한국과학기술원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KAIST 녹지대)·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 공동 주최, 탄녹위 후원으로 개최됐습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같이 가기 위한 필수 기반으로 녹색금융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탄소중립·녹색성장, 파이낸싱 뒷받침 필요” 💰

민 국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한국 시장의 금융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그는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해상풍력 입찰 로드맵’을 언급했습니다. 2026년 상반기까지 2년간 최대 8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을 입찰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민 국장은 해상풍력 1GW 설치에 8조 원이 든다고 할 때, 총 64조 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1GW에 8조 원인데 어느 기업체가 단독으로 입찰에 나설 수 있겠냐”고 그는 꼬집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에는 최소 15%의 자기자본이 필요합니다. 이를 제외해도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나, 한국 정부도 금융기관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민 국장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민 국장은 금융계 내에서의 협업뿐만 아니라, 금융계와 산업계 간의 협업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새로운 재원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도 제시됐습니다.

인소영 KAIST 녹지대 교수는 미국 제약산업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 제약산업은 자국 정부가 신약 개발에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보장함으로써 투자 유인을 촉진했습니다. 우리나라 클린테크 산업에서도 이같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인 교수의 설명입니다.

다른 재원으로는 연기금이 거론됐습니다. 2030년까지 기후대응에 1,000억 달러(약 134조원) 투자를 약속한 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다만, 인 교수는 “연기금은 기존 은행·벤처캐피털(VC)과 완전히 다른 생리로 작동한다”며 ”연기금의 재원을 끌어올 방법에 대해서는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속가능성금융
▲ 10일 ‘지속가능금융 해외석학 초청 워크숍’이 열린 가운데 ‘녹색금융과 산업전환’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 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그리니엄

금융계 “지속가능성금융 활성화? ‘인프라’ 구축부터” 🌐

한편, 전윤재 KB금융지주 ESG 사업부 부장은 최근 은행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전 부장은 “그동안 규제당국에 대한 대응으로 여겼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실행 과정에서 고탄소업종의 좌초자산 위험을 인식하며 자발적으로 녹색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속가능성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인균 전국은행연합회 본부장은 지속가능성금융·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4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①전환금융 상세 기준 마련 ②투자 대상 판단을 위한 인프라 구축 ③지속가능성금융 신청 기업 인센티브 ④금융사 인센티브 등입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특성상 전환금융이 중요하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전환금융은 석유화학 등 탄소고배출 기업에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녹색 인증 기업만 지원하는 녹색금융보다 포괄적으로 지원합니다.

이 본부장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환금융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단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을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회 차원에서는 관련 입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비례) 등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안(기후금융특별법)’을 발의한 상황입니다.

그는 정부가 투자 대상 판단을 위한 자료·방법론·세부기준도 마련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과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조됐습니다.

그는 “대출규모가 작은 기업은 녹색금융으로 우대금리를 받아도 1,000만 원에 달하는 인증 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워 받기를 꺼린다”고 말했습니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저리 정책자금 공급이나 세제혜택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입니다.

금융사 또한 녹색금융 취급에 상당한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 본부장은 덧붙였습니다.

 

중소기업 녹색전환, 대기업·스코프3 공시 핵심 ☁️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 부장은 중소기업 녹색전환 활성화 방안에 대한 현장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지난 3년간 ‘지속가능 연계 대출(SLL)’을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 활성화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SLL은 대출금리를 기업의 ESG 관련 경영목표 이행여부와 연계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이 상품이 활성화가 어려웠던 주된 이유는 중소기업의 검증 역량 부족과 검증 비용 부담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한국 중소기업에 적합한 지속가능성금융 상품으로 ‘상생대출’을 제안했습니다.

상생대출·상생협력 대출·상생펀드 등 은행별로 상품명은 다양합니다. 골자는 대기업이 금융기업과 함께 나서서 공급망 내 중소기업의 ESG 경영과 탈탄소화를 위한 자금 마련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유 부장은 “(상생대출이)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방법이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상생대출의 확산을 위해서는 추가 수단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바로 스코프3 공시입니다. 유 부장은 스코프3 공시가 의무화될 경우 대기업은 공급망 내 배출량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 부장은 “중소기업에게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의 기준이 너무 높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K-택소노미 적용을 달리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지속가능금융 워크숍 모아보기]
① 금융위 관계자 “기후금융 더는 미룰 수 없어”
② 녹색금융 및 배출권거래제 간 연계 고도화 시동
③ 금융계 “지속가능성금융 확대, 인프라 구축 우선돼야”
④ 김효은 前 기후대사 “COP29는 금융 기후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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