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에 들썩이는 금융권…韓 2030년 수요 1000조원 예상

하나금융연구소·삼일PwC, 전환금융 지원 정책 마련해야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에 은행과 금융권 모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5일 발간한 ‘녹색금융을 넘어선 ‘전환금융’의 부상’이란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연구소는 “은행 계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도 급부상하는 전환금융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고 있다”며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전환펀드 등을 출시하는 추세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삼일회계법인(삼일PwC) 역시 전환금융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짚은 바 있습니다.

 

“녹색금융보다 포괄적인 전환금융이란?” 🤔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녹색금융(Green Finance)’를 알아야 합니다. 녹색금융은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녹색활동과 관련된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녹색기업 인증 기업 대상 대출한도·금리 우대 지원 대출이 대표적입니다.

녹색금융은 기존 친환경 기업으로 인증된 곳을 중점적으로 지원합니다. 반면, 전환금융은 기존 녹색금융에 포함되기 어려운 기업들도 포괄합니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집약적 산업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녹색금융보다 더 포괄적으로 지원한다는 뜻입니다.

삼일PwC는 “기존 녹색금융이 친환경·기후대응에 부합하는 분야에만 지원해 탄소배출량이 높고 친환경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은 자금조달 시장에서 소외됐다”고 설명합니다.

경제 전반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도 불구하고 녹색금융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주요20개국(G20) 회의와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잇따르자 전환금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2030년까지 41조 달러 필요…‘전환금융’ 잡으러 뛰어 💰

환경컨설팅업체 비비드이코노믹스에 의하면, 2050년 전 세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연간 125조 달러(약 17경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당 수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의뢰를 통해 도출됐습니다.

연구소는 “2030년까지 55조 달러(약 7경원)의 전환금융 수요가 전망된다”며 “아직 41조 달러(약 5경원)의 투자 기회가 남아 있어 금융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추정한 수치입니다. 맥킨지는 탄소배출량이 높은 7대 업종이 2030년까지 전환을 위해선 추가로 41조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씁니다.

이미 대형 금융기업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기업금융·투자금융 사업부 내 에너지전환팀을 신설했습니다. 해당 팀에 전문인력만 100여명을 배치했습니다. 2030년까지 지속가능금융과 전환금융 규모를 1조 달러(약 1,378조원)까지 늘린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은행 씨티그룹과 프랑스 BNP파리바은행도 전담 조직을 갖췄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6월 투자 대상 기업 선별을 위해 ‘기후·탈탄소화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CDSG)’을 내놓았습니다.

기존보다 엄격한 투자 지침을 기반으로 투자 과정에서 영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또 1,000억 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전환투자 플랫폼도 구축했습니다.

일부 금융기업은 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같은 공적 금융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환금융 확대에 나섰습니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 등이 대표적입니다. MUFG는 일본 정부의 이자 감면 정책 등 금융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 역시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국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브룩필드자산운용사는 각각 1,0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약 275조원) 규모의 전환 전문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UAE·EU·日 등 민관협력 기반 전환금융 활성화 나서 🤝

각국 정부 역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중장기 정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가 대표적입니다.

UAE 정부는 작년 11월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계기로 30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기후금융기금’을 신설했습니다. 이 기금은 민관협력을 내세운 점이 특징입니다.

민간 투자자와 함께 특정 전환 지원사업에 투자할 경우 정부의 수익률이 5%로 제한됩니다. 더 많은 민간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일본 역시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1년부터 관련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삼일PwC는 “일본 3대 금융그룹이 전환금융을 도입하며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역시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곳입니다. 이들 모두 민관협력 기반의 기후금융을 통해 자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에쓰오일 공장 내 탈황공정을 거쳐 불순물을 걸러낸 잔사유를 원료로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핵심설비의 모습. ©에쓰오일

韓 2030년 전환금융 수요 1000조원 예상…대비책은? ⚖️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모두 미비한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환금융 수요는 2030년까지 1,000조 원 규모 정도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아직 관련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고탄소 배출업종의 저탄소 전환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녹색정책금융활성화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는 기후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42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설 것도 공언했습니다.

국회 차원의 입법 발의도 진행 중입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지난 7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고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안(기후금융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철강·조선·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 등 우리나라 5대 핵심 온실가스 배출 산업을 저탄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를 위해 ‘기후금융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금융 촉진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금융기업은 단순 대출을 제공하고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 조건으로 기업에게 탄소감축을 요청해야 한다”며 “대출 과정 전후에 더 많이 개입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기업이 이를 계기로 더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지금 블랙록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합니다.

한편, 삼일PwC는 전환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결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전환금융 혜택을 받기 위해선 사업장에서 얼마만큼의 배출량이 나왔는지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실제로 이행 중인지도 검증해야 합니다.

이에 기관은 “탄소중립 목적에 알맞은 금융 지원을 받으려면 기업의 전환 전략을 평가하는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며 “신뢰성 있고 투명한 ‘정보 공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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