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3분기 실적 악화로 전기자동차 생산·투자 계획을 잇달아 취소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신규 소비자 확보를 위해 업계 간 가격 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리니엄이 집계한 결과, 지난 12일 기준 전기차 계획을 변경하거나 3분기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6곳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르노(닛산), 테슬라 등입니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15대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대부분이 실적 악화 또는 전기차 계획 변경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기업 3곳과 실적 발표를 앞둔 1곳을 제외하면 절반이 넘습니다.
예컨데 GM은 올해 3분기 실적 악화로 2024년 중반까지 약 4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혼다자동차와 함께 저렴한 전기차를 공동개발한단 계획도 취소됐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상하이자동차(SAIC),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닛산), 현대차그룹, 혼다자동차, 창안 자동차. 토요타, 창청 자동차, 스즈키, 테슬라
1️⃣ GM|3분기 호실적에도 중기 목표 철회
- 3분기 실적|총매출 약** 441억 달러(YoY 5.4% ▲) 및 순이익 30억 달러(YoY 7.3% ▼)
- 영향|전기트럭 생산 연기, 2024 중기 목표 철회, 혼다차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 취소
GM은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전기차 생산 및 개발 계획을 대거 연기·취소했습니다.
3분기 실적 발표 전이었던, 지난달 17일*** GM은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트럭 생산을 최소 1년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기트럭 생산은 GM이 2022년 40억 달러(5조원) 투자를 발표하며 추진해 왔던 사업입니다.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중기 생산 목표를 취소하겠다 밝혀 더욱 충격을 줬습니다. 2024년 상반기까지 북미 전기차 40만 대 생산 목표를 무기한 연기한 것.
같은날 GM은 혼다자동차와의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도 취소했습니다.
2022년 시작된 해당 파트너십은 50억 달러(6조 5,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GM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사용해 3만 달러(4,000만원) 미만의 저렴한 전기차를 2027년부터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일련의 발표는 GM의 3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도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갑작스러웠습니다.
GM이 2035년까지 단계적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목표로 내거는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앞장서 왔단 점에서 파장이 큽니다.
**이하 모두 ‘약’ 생략
***이하 모두 현지시각
2️⃣ 포드|전기차 매출▲ 수익▼에 120억 투자 취소
- 3분기 실적|총매출 438억 달러(YoY 11% ▲) 및 전기차 매출 18억 달러(YoY 26% ▲)
- 영향|120억 달러 배터리 투자 철회
포드는 지난달 26일 올해 3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3분기 실적에 의하면, 매출 438억 달러(57조 7,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사업부인 ‘모델 e’ 부문만을 떼어 보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포드는 지난해 재무 보고 방식을 바꾸면서 지난 5월부터 전기차 사업의 매출과 손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사업만의 실적을 공개한 곳은 완성차업체 중 포드가 최초이자 유일합니다.
이에 따르면 ‘모델 e’ 부문의 올해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 매출은 26% 상승했습니다. 허나, 수익에서는 13억 8,000만 달러(1조 8,100억원)가량 손실을 봤습니다. 손실액 자체도 전년 동기 대비보다 2억 2,000만 달러(2,900억원)가량 증가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포드는 전기차 1대를 판매할 때마다 3만 6,000달러(4,700만원)를 손해 보는 셈입니다.
이에 포드는 “전기차 가격과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120억 달러(15조 7,400억원)가량의 투자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포드 120억 투자 취소, 한국 기업도 영향 받는다고? 🤔
당초 포드의 120억 달러의 투자 계획에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등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합작공장 설립이 포함됐습니다.
포드 발표 직후, SK온은 합작 배터리 생산기업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2공장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당초 2026년이었던 목표 가동연도의 연기가 검토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반면, LG엔솔은 포드와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체결한 3자 양해각서(MOU)를 상호 해지한다고 지난 12일 밝혔습니다. LG엔솔은 전기차 소비자들의 전환 속도를 고려해 생산시설 투자 시기를 조절하는 것에 상호 동의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3️⃣ 폭스바겐|영업이익 하락, 기가팩토리 무기한 연기
- 3분기 실적|총매출 2,351억 유로(YoY 16% ▲) 및 영업이익 162억 유로(YoY 7% ▼)
- 영향|2023 연간 이익률 전망 하향, 동유럽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 무기한 연기
폭스바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생산비용 상승, 가격 경쟁으로 인한 이익률 하락과 함께 원자재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25억 유로(3조 5,100억원)가량의 손실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에 폭스바겐은 2023년 연간 이익률 전망을 기존 7.5~8.5%에서 7.0~7.3%로 하향했습니다.
또 지난 1일에는 동유럽에 건설하기로 했던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4️⃣ 그외
- 메르세데스-벤츠|총매출 372억 유로(YoY 1.4% ▼) 및 EBIT**** 48억 유로(YoY 6.8% ▼)
- 르노|그룹 총매출 105억 유로 (YoY 7.6% ▲) 및 자동차 총매출 94억 유로 (YoY 5.0% ▲)
- 테슬라|총매출 223억 5,000만 달러(YoY 9% ▲) 및 순이익 18억 5,300만 달러(YoY 44% ▼)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경우 총매출과 EBIT 모두 하락했습니다. 벤츠는 3분기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악화로 인한 비용, 환차손(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등을 꼽았습니다.
르노는 그룹 및 자동차 사업부 각각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3분기 판매 추세는 상반기 대비 둔화됐단 것. 올해 상반기 판매량 증가율이 13%였던 반면, 3분기 판매량 증가율은 6.1%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에 실적 발표 직후인 10월 20일, 주가는 7% 이상 하락했습니다.
한편, 전기차 전문 기업 테슬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18%가량 급락했습니다.
그룹 전체의 3분기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습니다. 허나 자동차 사업부만 떼어 보면 총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았다는 평입니다. 순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4%나 급락했습니다.
****EBIT: 이자 및 세전 이익
전기차 업계, 수요 둔화 우려 “비용절감 더욱 중요” 💰
인플레이션, 고금리, 공급망 악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등 3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업계가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것, 바로 소비자 수요 둔화입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당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있단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보다 민첩한 접근 방식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 또한 “적시에 올바른 제품을 확보할 것이지만 지나치게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을 보탰습니다.
짐 팔리 포드 CEO 또한 “전기차 사업에서 훌륭한 제품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며 비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역시 지난달 18일 실적 발표 당시, 고금리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새 차 구입을 주저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멕시코 공장 가동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얼리어답터는 다 샀다”…新 ‘서부개척시대’ 찾아올 것 🤠
컨설팅 기업 가이드하우스의 마이크 오스틴 분석가는 현재 전기차 시장이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에서 주류 소비자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수용자는 비용 지불 의사가 높습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의 평균 가격대가 6만 달러(7,800만원)에 형성된 점도 이를 방증합니다. 내연차 평균 가격의 2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최근 초기 수용자의 수요가 정체기에 처했단 징후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1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시장의 대기자 명단이 길었다”며 “지금은 가격이 인하돼도 일부 전기차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지난달 17일 전했습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초점은 주류 소비자를 잡기 위한 가격 경쟁으로 초점이 쏠릴 전망입니다.
이미 올해 테슬라를 시작으로 앞다툰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에 전기차 평균 가격은 급속히 하락했습니다.
시장조사기업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 1월 5만 8,725달러(7,700만원)에서 9월에 5만 683달러(6,700만원)로 급락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의 샘 피오라니 부사장은 “전기차 업계 20년 만에 ‘서부개척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새로운 전기차 소비자의 시장 진입을 위해 향후 몇년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입니다.
+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 한국 기업은? “수익성 확보가 숙제” 🇰🇷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그룹은 3분기 실적이 매출 41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이익 3조 8,200억 원에 달합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와 146.3% 증가한 실적입니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10월 초만 해도 목표 판매량 재설정 논의가 나왔던 상황. 그러나 현대차는 실적 발표와 함께 생산 계획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업계가 주춤하는 상황을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 심화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과 함께 수익성 확보가 과제라는 제언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