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CEO, 2006년 테슬라 ‘기후선언문’ 삭제…기후친화 브랜드 앞날은?

4차 마스터플랜 구성 중…AI·휴머노이드 부상 전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전기자동차 비전을 밝힌 첫 마스터플랜 게시글이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에볼루션의 최초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2006년 8월 발표된 ‘제1차 마스터플랜’은 태양광과 전기차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머스크 CEO의 ‘기후선언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1차 마스터플랜을 포함해 2019년 이전에 게시한 모든 글이 삭제됐습니다. 정확한 삭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7월 머스크 CEO가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이후 행보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13일 트럼프 후보와의 대담에서 화석연료를 옹호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머스크 CEO ‘기후선언문’ 삭제, 테슬라 비전은? 🌥️

머스크 CEO는 마스터플랜 발표 당시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를 먼저 출시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렴한 전기차의 대중화는 장기적인 목표라는 말입니다.

이때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적이 “광산·연소 중심의 탄화수소 경제에서 태양광·전기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차를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차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10년 후인 지난 2016년에는 더 확장된 계획인 2차 마스터플랜이 발표됐습니다.

이는 전기차에 이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에너지 생산(태양광)·사용(전기차)·저장(ESS)을 수직적 통합한다는 구상입니다. 자율주행기술과 차량공유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급됐습니다.

그러나 1·2차 마스터플랜이 모두 삭제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테슬라의 의지가 약해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전기차 대중화 후퇴’가 꼽힙니다. 이미 지난 4월 테슬라는 저가형 전기차 프로젝트 취소를 발표했습니다. 대신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인 로보택시 프로젝트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3차 마스터플랜에서도 저가 전기차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3차 마스터플랜은 아직까지 테슬라 홈페이지에 남아 있습니다.

 

기후선언문
▲ 현재 테슬라의 마스터플랜 1은 미국 인터넷 아카이브 플랫폼 웨이백머신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Wayback machine 캡처

머스크 CEO, 화석연료 지지·기후부정 입장 공표 📢

선언문 삭제 배경에 머스크 CEO의 태도 변화가 자리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거 기후대응에 적극적이었던 머스크 CEO는 최근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후 변화는 더 뚜렷해졌습니다. 지난달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로 진행된 트럼프 후보의 생중계 대담은 머스크 CEO의 생각 변화를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우선 그는 화석연료 산업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당장 석유와 가스 사용을 중단한다면 우리 모두 굶주릴 것이고 경제는 붕괴될 것이다”라며 “석유와 가스 산업을 비난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대응의 시급성을 부정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그는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 정도이며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농도인 1,000ppm까지 증가하는데에는 꽤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의 문제를 숨쉬기 불편함 정도로 치부한 것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417.9ppm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증가량이 50%를 넘은 첫 기록입니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지지도 약화됐습니다.

그는 태양광이 미래 에너지 생산의 대부분이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재확인했습니다. 단, 현재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린 점에 대해서는 낙관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대신 원자력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원자력발전은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가장 안전한 발전 형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서 등 돌린 캘리포니아, 판매량 급감 📉

머스크 CEO의 변화는 테슬라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테슬라의 주요 인기 요인이 바로 기후영웅으로서 머스크 CEO를 위시한 기후친화적 브랜드 이미지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8월 유럽 최대 약국 체인 브랜드인 로스만은 업무용 테슬라 구매를 즉각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로스만은 머스크 CEO의 트럼프 후보 지지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같은달 버락 오마바 미국 전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는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 기고글에서 테슬라에 대한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이미 테슬라의 미국 내 가장 큰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신차 판매의 25%가량이 전기차입니다. 미국 내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일뿐만 아니라, 테슬라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시장입니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신차딜러협회에 따르면, 2분기 캘리포니아주 내 테슬라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4.1% 급락했습니다. 협회는 테슬라의 판매가 정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테슬라 공매도자로 유명한 주식 투자자 마크 스피겔은 “그(머스크 CEO)는 자신의 구매 기반 대부분을 완전히 소외시켰다”며 “그것이 사업을 망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4차 마스터플랜’ 구성 중…AI·휴머노이드 전망 🗺️

그렇다면 머스크 CEO의 현재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4차 마스터플랜 작업 중에 있다는 소식을 지난 6월 엑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는 “엄청날 것(Epick)”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4차 마스터플랜의 핵심에 대해서는 ‘자동차가 아닌 모든 것(ABC·Anything But Cars)’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초점이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그리고 하이브리드 컴퓨팅 분야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머스크 CEO가 보유한 또다른 사업인 스페이스X·엑스와 테슬라의 연결이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기관은 전기차 시장 악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산업 분야의 확장을 테슬라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단, 이러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아니면 언제가 터지고 말 거품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기관은 밝혔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를 연이어 연기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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