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사상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 추세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온실가스 연보’를 지난 15일(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올해 보고서는 전 세계 각지 150개 관측소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보고서는 오는 11월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나왔습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과학계가 수십년간 경고하고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와 수십 차례의 기후회의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이어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사회·경제적 비용이 치솟겠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며 “긴급하게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2년 연속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 경신…“산업화 이전 150% 수준” 📈
- 이산화탄소 농도: 2021년 415.7ppm → 2022년 417.9ppm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의 농도는 전년보다 2.2ppm* 증가한 417.9ppm을 기록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가운데 온난화 유발 효과의 약 64%를 차지합니다.
WMO는 이는 산업화 이전 시기인 1750년 농도(270~280ppm)와 비교해 150%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산화탄소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50% 많아진 첫 기록이라고 WMO는 덧붙였습니다.
2021년 대비 농도 증가 폭인 2.2ppm은 지난 10년간 평균 연간 증가 폭(2.46ppm)보단 작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WMO는 선을 그었습니다.
WMO는 가장 유력한 이유로 ‘라니냐 현상’을 꼽았습니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것입니다. 수년간 해수 온도가 낮아지며 해양 및 육상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증가한 점이 연간 농도 증가를 다소 둔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단 것이 WMO의 설명입니다.
WMO는 “지구가 이와 비슷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마지막으로 경험한 것은 300만~500만 년 전”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지구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2~3℃ 정도 따듯했고, 해수면 높이도 10~20m 정도 높았습니다.
*ppm: parts per million·100만 분의 1
메탄·아산화질소 배출량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 🏭
- 메탄 농도: 2021년 1,907ppb → 2022년 1,923ppb
- 아산화질소 농도: 2021년 334.5ppb → 2022년 335.9ppb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약 30배 높은 메탄(CH4) 또한 배출량이 늘었습니다. 메탄은 온실가스 중 온난화 유발 효과의 약 16%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메탄 농도는 전년 대비 16ppb** 증가한 1,923ppb를 기록했습니다. WMO는 “(2022년 메탄 배출량 속도가)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10.2ppb)보다 상당히 높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20년대 들어 메탄 배출량이 빠르게 상승한 것이 우려된다고 WMO는 밝혔습니다.
현재 메탄 배출량의 약 40%는 습지 등 자연에서 나오며, 약 60%는 축산업 및 화석연료 개발 등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아산화질소는 335.9ppb로 전년 대비 1.4ppb 늘어나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력한 온실가스이자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산화질소는 대개 비료나 농업폐기물 소각 그리고 산업 활동 등에서 배출됩니다.
**ppb: parts per billion·10억분의 1
배출량 현 추세 이어지면, 금세기말 지구 평균기온 최대 3℃ 도달 🚨
한편,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금세기말 파리협정 목표를 훨씬 넘어서는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고 WMO는 경고했습니다.
옥사나 타라소바 WMO 선임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주요 온실가스 3가지가 극도로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우려했습니다.
타라소바는 이같은 배출량 증가로 인해 생태계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 즉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온실가스가 과도하게 배출될 시 육상 및 해양생태계의 탄소흡수가 멈출 수 있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예컨대 유럽은 작년 여름 가뭄으로 숲이 탄소를 덜 흡수했고,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되려 탄소가 배출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타라소바는 밝혔습니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현재로서는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지구가 2.5℃에서 3℃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할 시 ▲기근으로 인한 사망자만 300만 명 ▲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 인구 1억 7,000만 명 ▲생물종의 50% 멸종하는 등의 시나리오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