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전기자동차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를 매우 강력하게 지지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말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 연설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트럼프 후보의 기존 행보와 배치됩니다. 그는 화석연료 산업을 대변해 조 바이든 현(現)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거세게 비판해 왔습니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트럼프의 전기차 반대 기조에 변화가 일어날 지 관심이 쏠립니다.
한편, 트럼프 후보는 오는 12일 머스크 CEO와 중대한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라고 지난 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렸습니다.
트럼프 “일론 머스크 지지에 전기차 입장 선회” ↩️
트럼프 후보의 전기차 관련 입장 변화 조짐은 지난 7월부터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13일 머스크 CEO가 엑스(구 트위터)에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이후입니다. 같은날 트럼프 후보의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습니다.
이날 테슬라 주주총회에서는 머스크 CEO가 “트럼프는 자신의 많은 친구들이 테슬라를 갖고 있으며 테슬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사이버트럭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트럼프 후보 선거 캠프에 매달 4,500만 달러(약 620억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간 머스크 CEO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트럼프 측 정치활동 단체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후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에 대한 입장을 연거푸 번복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위스콘신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는 전기차를 “녹색 신종 사기(Green New Scam)”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이 당선되면 전기차 관련 정책 예산을 도로·다리·댐 같은 사업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지난달 30일 미시간주 연설에서 말합니다.
이어 다음날(31일) 시카고주 연설에서는 “머스크는 내 친구이지만 나는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갖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힙니다.
전기차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입장이 계속 번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조지아주 대선 후보 연설, ‘경합주’ 달래기 분석도 🗳️
이번 연설을 계기로 트럼프 후보는 머스크 CEO의 영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전기차 산업을 가리켜 ‘어쩔 수 없이 지지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후 번복할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번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조지아주에서 나왔단 점입니다.
조지아주는 미시간주·네바다주·애리조나주·펜실베이니아주·위스콘신주 등과 함께 6대 경합주로 꼽힙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6대 경합주에서 모두 패배했습니다.
이중 조지아주·미시간주·위스콘신주는 주요 전기차 생산공장이 자리한 곳입니다. 조지아주에만 SK온의 배터리공장 2곳이 위치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 공장이 건설 중입니다.
미국 초당파 이니셔티브 ‘전기차 정치 프로젝트(EVP)’에 따르면, 조지아주와 미시간주에는 각각 4만 개와 3만 개의 전기차 관련 일자리가 생길 예정입니다.
마이크 머피 EVP CEO는 공화당은 전기차 건설에 들어가는 일자리와 투자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공화당의 전기차 비난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와 관련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75억 달러(약 10조 3,000억원)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기반시설) 투자 ▲17억 달러(약 2조 3,300억원)의 전기차 공장 건설·변경 보조금 등이 포함됩니다.
트럼프 후보도 이번 연설에서 전기차 지지를 표명하며 조지아주 유권자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전기차 입장 한 줄 정리 “내연차 차별 X·美 전기차 OK” 🇺🇸
전기차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입장은 정치적 이익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언급들을 비교하면 공통된 인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설에서도 이를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보입니다.
“그것(전기차)들은 멀리 가지 못하고, 너무 비싸고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만 빼면 환상적이다. 나는 전기차를 지지한다”는 말입니다.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는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모든 것을 전기차로 대체하고 싶어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달리 대중은 “가솔린차를 원하고 하이브리드차를 원하고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원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은 중단해야 하나, 미국 산업의 일부분으로서 전기차 산업은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정리됩니다.
이같은 입장은 트럼프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인 J.D. 밴스 상원의원의 최근 법안 발의에서도 확인됩니다. ‘드라이브 아메리칸 법(Drive American Act)’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미국산 내연차에 한해 세액공제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결국, 트럼프 후보가 전기차 지지를 밝혔으나 전기차 산업의 전망 자체는 여전히 어둡습니다. 현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뒤집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입장은 공고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후보 당선시 한국 완성차 기업에도 큰 영향이 예상됩니다.
현대차는 연내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현대차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미국 내 생산조건을 맞추지 못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대선 전 IRA 수혜를 받기 위해 10월 가동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하이브리드차 생산 설비도 추가한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머스크 CEO, 트럼프 지지 이유…탄소크레딧 때문? 💬
그렇다면 머스크 CEO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민주당의 부자세 추진과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보수 성향으로 돌아선 것 아니냔 분석이 중론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새로운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테슬라가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탄소크레딧 수요 확보를 위해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지지한다는 내용입니다.
회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해 테슬라의 탄소크레딧 수익은 17억 9,000만 달러(약 2조 4,600억원)에 달합니다.
중국·유럽연합(EU)·미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배출가스 제한을 초과한 완성차 기업들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 테슬라의 탄소크레딧을 구매한 결과입니다.
전기차 전환이 늦춰질 수록 테슬라의 탄소크레딧 판매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따라서 “테슬라가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