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기준, 테슬라가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중국 기업 비야디(BYD)에게 내줬습니다. 순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에서 다른 기업이 테슬라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국의 저렴한 전기차 경쟁으로 테슬라의 성장이 정체된 것 아니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찍이 지난해 1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성장의 황금시대가 끝났는가?”란 의문을 던진 바 있습니다.
동시에 테슬라의 한계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단 반론도 팽팽합니다. 전기차는 테슬라가 가진 비전의 일부일뿐, 더 큰 비전을 밟아나가고 있단 주장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테슬라는 3번에 걸쳐 ‘마스터플랜’이라 불리는 장기 계획을 공개해 왔습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그리는 테슬라의 청사진은 무엇인이고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마스터플랜 1|‘부자용’ 스포츠카로 출발한 까닭 🚗
머스크 CEO가 마스터플랜을 최초로 공개한 시점은 2006년 8월입니다.
테슬라의 첫 전기차이자 고성능 전기스포츠카인 ‘테슬라 로드스터’를 공개한 지 2달이 지난 무렵입니다.
테슬라가 테슬라 로드스터를 출시한 직후 각계각층에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왜 하필 스포츠카를 만들었냐’ 입니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은 대중적인 가격의 차량을 우선해 생산합니다. 초기많은 고객을 확보해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달리 스포츠카는 가격대가 높고 고객도 한정됩니다. ‘부자를 위한’ 전기차로 테슬라가 추구하는 “태양광 전기 경제로의 전환이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마스터플랜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머스크 CEO의 답안지였습니다.
머스크 CEO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초기 신기술의 높은 가격을 감당 가능한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후속 모델을 출시하겠단 것입니다.
이는 실제로 스포츠세단인 ‘모델S(2012)’를 시작으로 고급형 ‘모델X(2015)’, 보급형 ‘모델3(2017)’과 ‘모델Y(2020)’ 출시로 실현됐습니다.
마스터플랜 2|재생에너지+ESS+전기차, 수직적 통합 ⚡
이후 10년 뒤인 2016년에 마스터플랜 2가 발표됩니다.
첫 번째 플랜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 전기차 외적으로 확장됐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크게 4가지로 요약 가능합니다.
①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지붕을 완벽 통합 ②전기차 제품 라인 확장 ③수동보다 10배 더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개발 ④자동차 유휴 시간에 수익 발생하도록 지원 등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저장·활용의 수직적 통합’입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이를 ESS에 저장하고, 전기차에 활용한단 구상입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미국 태양광 패널 기업 솔라시티를 인수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테슬라의 ESS 사업과 솔라시티의 태양광 지붕을 결합한다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발표 이후 솔라시티를 26억 달러(약 3조 4,8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또 승용차 외에도 대형 트럭과 도시교통용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자율주행기술과 차량공유 기능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결됩니다.
두 가지가 결합됨으로써 도로 위 차량 운행을 줄이고 교통 혼잡도를 해소할 수 있단 설명입니다.
머스크 CEO 솔라시티 인수 소송전까지 이어져 ⚖️
‘혁신 기업’이란 테슬라에 대한 지금의 인식과 달리 당시 마스터플랜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거셌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먼 미래를 보다 보니 뜬구름 잡는다’고 느껴진 것.
머스크 CEO가 마스터플랜 1을 작성한 이유 중 하나로 “테슬라가 직면하게 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나아가 2016년 마스터플랜 2에서 밝혔던 솔라시티 인수는 투자자 비난을 넘어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습니다. 머스크 CEO가 솔라시티 인수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였습니다. 당시 솔라시티는 3년간 부채가 급증해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3,500억원)에 달했습니다.
더욱이 솔라시티의 설립자가 머스크 CEO의 사촌이란 점이 의심을 키웠습니다. 머스크가 솔라시티의 이사회 회장이자 최대 주주로서 인수합병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구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마스터플랜1에서부터 태양광 사업과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즉, 솔라시티 인수가 오랜 계획에 따른 것이란 설명입니다.
소송은 작년 6월, 미 델라웨어주 대법원이 인수 과정에 문제가 없었단 하급심 판결을 지지하며 머스크 CEO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마스터플랜 3|히트펌프·그린수소까지? ‘종합 에너지 기업’ 선언 ✋
그리고 지난해 3월, 테슬라는 새로운 마스터플랜 3를 발표하며 종합 에너지 기업을 본격 선언합니다.
테슬라의 목표는 “최종 사용 전력화”로 정리됩니다. 지속불가능한 화석연료 에너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최종 사용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여야 한단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직접 생산한다면 화석연료를 전기로 변환하는 비효율성을 없앨 수 있단 것이 테슬라의 설명입니다.
각 분야의 실현 가능성을 설득하기 위해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됐습니다.
테슬라의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 기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장용량 240TWh(테라와트시) ▲전력수요 30TW(테라와트) ▲제조업 투자 10조 달러(약 1경 3,300조원)가 필요합니다.
반면, 현재 대비 필요한 에너지는 절반가량 줄어듭니다. 필요 토지면적 또한 0.21%로 낮아집니다.
주거용·업무용·산업용 열에너지를 히트펌프로 전환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열저장, 전기저항 가열, 전기로 등을 활용해 고온 공정 또한 전기 기반으로 가능합니다. 이에 테슬라가 히트펌프 사업에도 진출하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왔습니다.
또 철강 등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는 그린수소 기반 수소환원제철로 대체될 수 있다고 테슬라는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사이버트럭 2023년 연내 출시, 신규 충전기인 ‘V4 슈퍼차저’ 출시, 400만 번째 차량 생산, 연 350만 대 생산 가능한 기가팩토리 멕시코 설립 등이 발표됐습니다.
사이버트럭은 작년 11월 인도를 시작으로 정식 출시됐고, VP 슈퍼차저 또한 본격 설치에 들어갔습니다. 단, 기가팩토리 멕시코 건설은 멕시코 누에보레온 주정부과 아직 협상 중입니다.
테슬라 첫 마스터플랜 발표 후 10여년, 이행 경과는? 🗺️
무모해 보였던 머스크 CEO의 마스터플랜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현실화됩니다.
먼저 ESS와 태양광 통합은 현재 테슬라의 태양광 사업 모델로 안착했습니다.
가정용 솔라지붕(태양광)과 파워월(ESS)의 결합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유틸리티용 ESS인 메가팩 프로젝트까지 확장되며 신(新)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제품 라인도 고급형과 보급형, 세단과 SUV 등 다양한 모델로 확장됐습니다.
또테슬라는 오토파일럿·향상된 오토파일럿·완전 자율주행 등 3단계로 자율주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전자 보조에 해당하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를 지원합니다.
허나, 자율주행기술은 아직 고전 중입니다. 작년 12월 미 도로교통안전국의 지적에 따라 200만 대가량의 차량 리콜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차량공유 또한 당초 자율주행 기능과 결합한다는 구상이었던 만큼 지연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테슬라 청사진]
① 전기차 기업 테슬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장에 진심인 이유는?
② 전기차 기업 테슬라, ‘세계 판매량 1위’ 타이틀 뺏겨도 연연하지 않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