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줄 알았던 수직농장 스타트업 인팜이 재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유대인 율법에 맞춘 ‘코셔(Kosher)’에 특화된 샐러드 채소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사측의 구상입니다.
인팜은 2013년 독일에서 설립된 수직농장 스타트업입니다. 4일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회사 설립 후 사측이 유치한 투자금만 6억 450만 달러(약 8,105억원)에 이릅니다.
독일을 포함해 11개국에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직원 규모도 한때 1,000명 이상이었습니다. 기업가치가 한때 10억 달러(약 1조 3,400억원)를 넘어 유니콘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인팜은 빠르게 하락세를 걸었습니다.
에너지위기로 수직농장 운영 전반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소비자들 역시 비싼 수직농장 제품을 외면했습니다.
그해 11월 사측은 전체 직원 중 절반을 정리해고했습니다. 작년 7월에는 독일 본사를 폐쇄하고 영국으로 회사를 이전했습니다.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수직농장 시설이 문을 닫으며, 남은 직원들 대부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측이 독일·네덜란드 등에서 운영하던 시설 대부분이 경매를 통해 다른 이에게 넘어갔습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링크드인 등 회사의 공식 소셜미디어(SNS) 운영 역시 여전히 멈춘 상태입니다.
韓 찾은 인팜 CTO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업계 바뀌어” 🥦
최근 한국을 찾은 가이 갈론스카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수직농장) 산업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4 경기도 기후테크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습니다.
갈론스카 CTO는 “오늘날 농업 시스템이 지구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수직농장 사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업계 전반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포기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계를 먹이기 위해서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갈론스카 CTO의 말입니다.
갈론스카 CTO는 현재 회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정리해고가 됐을뿐더러, 유럽 시장을 완전히 철수했다는 사실 역시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직농장이 농업의 미래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유럽 시장 철수한 인팜”…북미서 ‘코셔’ 인증 채소 판매 🥬
파이낸셜타임스(FT) 산하 스타트업 전문매체 시프티드에 의하면, 사측은 현재 캐나다 수직농장 1곳에서 신선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해당 수직농장은 캐나다 최대도시 토론토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팜이 11개국에서 운영하던 수직농장 중 유일하게 남은 곳입니다. 현재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40여명에 이른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해당 시설에 재배된 채소는 코셔 인증을 받아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 등 미 북동부 지역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셔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인증받은 식품을 말합니다. 원재료와 가공 절차 전반에 걸쳐 관리·인증하는 제도입니다. 채소류의 경우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코셔 인증을 받은 인팜의 제품은 이미 캐나다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인팜의 로메인 상추는 약 6.9달러(약 9,3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팜이 코셔 식품 브랜드 개발에 나선 이유는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단지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사측이 빠르게 코셔 식품 시장을 선점하려 나선 것이 아닌가 추측만 무성합니다. 2022년 기준 코셔 시장 규모는 206억 달러(약 27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개발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본인의 링크드인을 통해 2021년 4분기에 관련 업무를 공유받았다고만 말했습니다.
“캐나다서 재기 나선 인팜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는?” 🤔
인팜이 재기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바우어리 등 현재 북미에 남은 주요 수직농장 기업들이 대거 코셔 브랜드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역시 코셔 식품 시장이 수익을 창출하기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업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코셔 브랜드 판매만으로는 시설 가동에 필요한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또 기존 직원 대다수가 해고됨에 따라 사측이 보유했던 작물 재배 기술이나 관리 역량 상당수도 같이 사라졌다는 점도 사업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인팜이 소유한 캐나다 수직농장 역시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사측은 캐나다 시설 운영을 위해 올해 ‘트리플포인트 프라이빗 벤처 크레딧(TPVC)’ 등으로부터 4,000만 유로(약 592억원) 정도를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올해 2월 캐나다 캘거리와 벤쿠버에서 운영하던 수직농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에레즈 갈론스카는 캐나다 당국에 두 시설의 수익성이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캘거리 시설의 경우 임대료 지불이 더는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토론토 시설만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동 카타르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사측의 당초 계획 역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사측은 협력업체들과 여러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소송은 계약 위반 혐의로 제기됐습니다. 이는 비단 인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수직농장 업계 상당수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여러 불확실성과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인팜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